정동기 사퇴, 여론 좇아 뒷북친 동아일보
(서프라이즈 / 조기숙 / 2011-0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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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동기 감사원장 후보자가 12일 오전 서울 통의동 금융연수원 별관에서 사퇴 기자회견을 마친 뒤 굳은 표정으로 떠나고 있다. ⓒ오마이뉴스 |
논란이 무성했던 정동기 감사원장 내정자가 마침내 사퇴를 발표했다. 그는 사퇴했지만 그의 임명을 둘러싼 언론의 보도행태는 한 번 되짚어볼 필요가 있다. 언론이 이번 사태에서 얼마나 사회적 책임을 다했는지를 보면 언론의 수준이 한눈에 보이기 때문이다.
언론 중에서 동아일보를 선택한 이유는 참여정부와 이명박 정권에서 보여준 이중 잣대가 교묘하게 공정으로 포장되었기 때문이다. 독자들이 이런 행태에 속지 말고 정확한 평가를 내릴 필요가 있다고 생각해 추이를 설명하겠다.
12월 31일 이명박 대통령이 개각 명단을 발표하자 동아일보는 전형적인 받아쓰기 기사를 선보였다. “이 대통령, ‘친정강화·전문성’에 방점”이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청와대가 브리핑한 내용을 그대로 받아 적었다. 같은 날 정동기 감사원장 내정자를 한껏 띄워 주는 기사의 제목은 “정동기, 검찰출신 첫 감사원장”. ☜ 기사의 내용이 낯 뜨겁다.
정동기 내정자에 대한 동아일보의 반응이 궁금했던 이유는 그들이 참여정부에서 했던 보도가 생각났기 때문이다. 참여정부에서는 감사원 출신인 오정희 씨가 청와대 공직기강 비서관으로 파견근무 왔다가 감사원 사무총장으로 돌아갔다. 2005년 2월 17일 인사발표가 나자마자 동아일보는 2월 18일 최영해 정치부장 칼럼에서 비서출신 감사원 임원이 감사원의 독립성을 훼손한다고 주장했다. “‘견제의 원칙’ 저버린 감사원 사무총장 인선” ☜이라는 칼럼이 그것이다.
동아일보는 1월 5일까지 정동기 씨에 대해 일체의 검증을 하지 않았다. 1월 5일에는 “李 대통령, 감사원장 임명동의안 국회 제출”이라는 기사에는 “이 대통령은 정동기 후보자에 대한 임명동의 요청사유서에서 ‘철저한 자기관리를 통해 높은 도덕성과 청렴성을 유지해왔고, 공직기강 분야의 깊은 전문성을 바탕으로 매사에 공정하고 소신 있는 자세로 어떤 외압에도 흔들림 없이 맡은 바 소임을 훌륭히 수행해 왔다’고 설명했다.”는 또 한 번의 받아쓰기 기사를 냈다.
야당에서 정동기 내정자에 대한 의혹이 흘러나오기 시작하자 이번에는 해명성 기사를 내주기에 바빴다. “정동기 ‘잦은 전입, 전세기간 만료 때문’”이라는 1월 6일 기사에서 턱없이 높은 연봉에 대해서도 해명을 실어주었다. 정동기 내정자에 대한 부정적 기류를 전달한 것은 1월 7일자 <횡설수설>이 처음이었다. 제목도 “정동기 씨의 경우”로 제목만 보아서는 내용이 부정적인지조차 알기가 어렵다. 1월 7일엔 이미 한나라당 대변인의 부정적인 발언이 나오기 시작한 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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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동아일보 1월 10일자 34면 |
결국 1월 9일 [김순덕 칼럼]은 “‘정동기 감사원장’에 반대하는 이유”라며 정동기의 문제를 조목조목 짚었다. 가장 큰 문제는 감사원의 독립성 문제였다. 만일 정동기의 다른 비리가 나오지 않고 한나라당이 문제 삼지 않았다면 과연 이런 칼럼이 동아일보에 실릴 수 있었을까.
독립성의 문제는 12월 31일 내정 발표부터 존재하는 문제였다. 왜 참여정부에서는 하루 만에 문제를 제기하던 신문이 이명박 정권에 와서는 9일이나 지나서 같은 문제를 제기하는가. 게다가 오정희 씨는 감사원 출신 공무원이며 실무를 맡는 사무총장에 불과하다. 반면 정동기 씨는 감사원을 책임질 수장이다. 그 비중의 차이는 비교가 되지 않는다.
동아일보가 정동기 씨의 임명에 의문을 제기한 사설은 1월 10일에야 나왔다. 청와대 경호실, 함바집 비리가 터져 나오자 “이런 마당에 3개월간 비워뒀다가 내정된 정동기 감사원장 후보자가 법무법인에 재직하던 7개월간 평균 1억 원씩 받는 특권적 전관예우를 누렸다는 논란에 휩싸였다. 정 후보자는 대통령직 인수위에 참여한 2008년 1월부터 급여가 2.5배로 뛰었다. 이런 사람이 감사원장을 맡아 공직기강을 바로 세울 수 있을지 의심스럽다.”고 의견을 표명한 것이다.
정동기 씨의 다른 도덕성 문제가 터져 나오지 않았다면 과연 동아일보가 참여정부에 사용했던 잣대로 정동기 씨의 임명에 문제제기를 했을까. 전혀 그렇지 않다는데 동의하는 독자가 더 많을 것이다. 동아일보는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언론이 아니다. 기회를 엿보다 여론의 뒷북이나 치며 따라가는 기회주의 소식지일 따름이다.
※ 여기에서 기사의 날짜는 www.donga.com을 기준으로 하여 실제 신문기사와는 차이가 있을 수 있음.
조기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