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천대는 죽었지만 대통령 죗값은 받아낼게요
4대강 삽날에 결국 사라지고만 ‘은빛 모래’ 경천대
(오마이뉴스 / 최병성 / 2011-02-20)
|
▲ 하늘이 선물한 눈부시게 아름답던 경천대는 어디 가고 삽어들의 요란한 굉음만 가득합니다. ⓒ 최병성 |
마침내 낙동강 1300리 중에 가장 아름답다던 경천대도 처참하게 파괴되었습니다. 수만 년 이 땅을 보듬고 흘러온 낙동강의 맑은 물길과 은빛 모래밭이 어울린 절경이 우리 곁에서 영원히 사라진 것입니다. 아무리 뛰어난 명승지라 할지라도 변종 운하를 만들기 위한 광란의 4대강 삽질을 피할 수 없었던 것이지요.
사라지는 경천대의 마지막 남은 모습이라도 보기 위해 지난 11일 낙동강으로 달려갔습니다. 사실 보름 넘게 끙끙거리는 독한 감기로 운전하기 힘든 상황이었지만, 처참히 난도질당하며 피 울음 울고 있는 경천대 소식을 전해 듣고 방에 앉아 있기가 더 힘들었습니다.
경천대를 찾아가는 내내 예전의 아름답던 경천대가 얼마나 남아 있을지 두근거렸습니다. 경천대에 도착하여 매표소에서 건네준 황금 들녘과 은빛 모래사장이 한 폭의 그림을 그리고 있는 경천대 관광 안내지가 이젠 더 이상 볼 수 없는 추억이 되었다는 사실이 더욱 마음 아프게 하였습니다.
내 기억에 남아있는 경천대는 파란 하늘과 은빛 모래가 반달 모양으로 휘감아 흐르는 강물과 어울린 한 폭의 그림 그 자체였습니다. 집에서부터 약 200km에 이르는 먼 거리이지만, 경천대의 절경에 반해 지난 2년간 10여 차례나 찾아왔던 곳이기도 합니다.
|
▲ 내 기억에 남아 있던 경천대는 이렇게 눈이 시리게 아름다운 곳이었습니다. ⓒ 최병성 |
|
▲ 지금 경천대에는 ‘모래 귀신들’만 가득합니다. 이걸 어떻게 ‘강 살리기’라고 할 수 있을까요? ⓒ최병성 |
요즘 낙동강엔 모래를 파먹는 귀신이라도 있는 것일까요? 예전에 그토록 눈부시던 경천대의 빛나던 은빛 모래는 이미 어디론가 사라지고, 굉음을 울리는 굴착기와 덤프트럭만 가득하였습니다. 광란의 삽질 아래 난도질당한 경천대를 바라보노라니 애처로움에 뜨거운 눈물이 흘러내렸습니다. 저토록 아름답던 강을 지켜주지 못해 낙동강에 너무도 미안하고 죄스러웠습니다.
이미 경천대는 살아 있는 대한민국의 최고 관광지인데…
왜 저토록 미친 듯이 강을 파헤쳐야 하는 것일까요? 구제역으로 인해 나라 전체가 난리인데, 구제역엔 무능한 이명박 정부가 생명의 강 죽이기에는 밤낮 가리지 않고 참으로 열심입니다.
이렇게 강을 파괴하면 강이 더 아름다워지는 것일까요? 경천대는 그 절경으로 인해 이미 대한민국의 최고 관광지입니다. 경북 관광 홍보지에는 ‘절벽과 송림과 은빛 모래밭이 펼쳐져 있다’고 설명하고 있습니다. 이제 4대강 죽이기로 은빛 모래 사라진 경천대에 대해 뭐라고 설명해야 할까요?
이제 은빛 모래밭 사라지고 한강처럼 물만 가득해지면 낙동강이 더 살아나는 것일까요? 4대강 사업 후엔 한강·낙동강·금강·영산강이 지니고 있던 저마다의 멋은 사라지고, 지금 여의도 앞의 한강처럼 썩은 물만 가득한 수로가 될 것입니다. 더 이상 낙동강의 아름다움, 한강의 아름다움, 영산강과 금강만의 독특한 아름다움은 찾아볼 수 없게 될 것입니다.
|
▲ 같은 장소인데 단 5개월 만에 이렇게 변했습니다. 은빛 모래 사라지고 썩은 물 가득한 낙동강에 누가 찾아올까요? ⓒ최병성 |
이명박 정부는 4대강 사업 후 유람선 떠 있는 화려한 그림으로 국민을 현혹시키지만, 4대강 사업으로 모두 자연미 사라진 썩은 수로가 되었는데 누가 이곳을 찾아갈까요?
경천대의 은빛 모래밭과 휘감아 도는 물길이 아름다워 오래전 MBC 대하드라마 <상도>를 이곳에서 촬영하였습니다. 이렇게 아름다운 비경은 시와 영화와 음악의 배경이 되곤 합니다. 잘 보존된 아름다운 자연이 곧 소중한 자원임을 말하는 것이지요. 4대강 사업은 아름다운 자연이 우리에게 주는 소중한 가치들을 파괴하는 재앙입니다. 4대강 사업 후에 4대강에서는 한강처럼 환경오염으로 인해 발생하는 <괴물> 같은 영화나 만들 수 있을 뿐입니다. 4대강 사업 자체가 나라를 좀먹는 괴물인 셈입니다.
|
▲ 은빛 모래가 맑은 강과 어울린 절경이었기에 MBC 연속극 촬영지였습니다. 그러나 4대강 사업은 이 모든 아름다운 가치들을 훼손하고 있습니다. ⓒ최병성 |
경천대의 은빛 모래밭을 뛰놀던 고라니도, 경천대 절벽 아래 맑은 물길을 헤집고 쌍쌍이 노닐던 누치도 이제 더 이상 볼 수 없겠지요. 경천대는 상수원보호구역으로써 강물이 맑고 깨끗할 뿐만 아니라, 물이 부족하지도 않은 지역입니다. 처참히 파괴된 경천대는 4대강 사업이 이명박 정부가 주장하듯 ‘강 살리기’가 아니라 변종운하로서 ‘국토 파괴의 재앙’임을 증명하는 것입니다. 하늘과 시간이 만든 그토록 아름답던 경천대를 어떻게 살리겠다는 것일까요?
|
▲ 고라니가 뛰놀던 경천대 앞 모래사장은 이미 사라져 버렸습니다. 이게 강 살리기입니까? ⓒ최병성 |
|
▲ 누치는 여름이면 이렇게 얕은 모래밭에 알을 낳습니다. 그러나 4대강 사업으로 이 모래밭도 사라져버렸으니 이젠 어디 가서 알을 낳을 수 있을까요? ⓒ최병성 |
경천대를 살리겠다고 열심히 파헤치고 계신 이명박 대통령님께 한 마디 묻고 싶습니다. 이명박 대통령님, 이 아름답던 경천대가 어떻게 죽은 것입니까? 죽은 곳이 있어야 살릴 것 아니겠습니까? 구체적인 설명이 해주셔야 4대강 사업이 경천대를 죽이는 재앙이 아니라 강 살리기라고 국민들이 납득할 것 아닙니까?
죽지도 않은 강을 살리겠다는 이명박 대통령의 말씀은 ‘대국민 사기극’에 불과하다고 지금 경천대가 피를 토하며 울부짖고 있습니다. 낙동강 제일의 비경을 처참히 파괴하며 살리기라고 외치시는 이명박 대통령의 미적 감각이 얼마나 대단한지 참으로 놀랍기만 합니다.
이명박 대통령님, 대통령이 되었다고 국토를 마음대로 파괴할 권리를 부여받은 것은 아님을 명심해야 할 것입니다. 대통령을 그만두는 날, 국민의 뜻을 무시하고 국토를 파괴한 책임과 대가를 반드시 치르셔야 할 것입니다.
|
▲ ‘모래 귀신들’이 경천대의 아름다운 강줄기를 처참히 파헤치고 있습니다. 난도질당하는 강의 피 울음 소리를 외면해서는 안 될 것입니다. ⓒ최병성 |
아이들의 눈에 비친 4대강 사업은
무참히 파헤치는 경천대를 안타까운 눈빛으로 바라보는 초등학생들이 있었습니다. 아름다운 자연은 선조들이 우리에게 물려준 것이기도 하지만, 후손들에게서 빌려 쓰고 있는 것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그러기에 자연을 잘 지키고 보존하여 물려 줄 책임이 우리에게 있습니다. 아름답던 생명의 강을 썩은 물 가득한 수로로 전락시킨 우리들은 후손들에게 큰 죄를 짓고 있는 것입니다.
|
▲ 이 땅의 주인인 친구들아, 아름다운 강을 지켜주지 못해 참으로 미안합니다. ⓒ최병성 |
강을 운하로 만든 잘못을 뒤늦게 깨달은 미국을 비롯하여 유럽의 여러 나라들이 비록 엄청난 예산이 들더라도 운하를 헐어 다시 자연의 강으로 돌아가고 있습니다. 자연을 살리는 것이 곧 사람도 사는 길임을 깨달았기 때문이겠지요.
구제역에는 구제불능인 이명박 정부는 4대강 죽이기에는 참으로 열심입니다. 아마도 구제역 대처에 무능한 까닭은 이 대통령의 온 마음과 힘이 4대강 죽이기에 있기에 구제역을 막을 여력이 없기 때문 아닐까요? 이명박 정부는 올해 상반기면 4대강 공사가 완성된다고 자랑스럽게 밝혔습니다. 맞습니다. 국민적 봉기가 일어나지 않는 한, 4대강 죽이기는 조만간 완공될 것입니다.
국민의 반대에도 강행되는 4대강 공사 현실을 보며 많은 분들이 자포자기하는 마음입니다. 그러나 4대강엔 희망이 있습니다. 우리의 강은 수천 년 이 땅을 보듬고 흘러왔을 뿐만 아니라, 앞으로도 수백 년 수천 년 계속 흘러갈 강이기 때문입니다.
인간이 만든 구조물의 수명은 기껏해야 수십 년에 불과합니다. 이명박 대통령이 변종 운하를 아무리 튼튼하게 만들어도 그 수명은 얼마 되지 못합니다. 이명박 전 현대건설 사장이 1983년 만든 한강변 콘크리트가 30년도 안 된 지금 무너지고 있는 것과 마찬가지이지요. 썩은 물과 홍수 재앙을 불러올 4대강 변종 운하는 이명박 정부가 끝난 후 복원운동이 시작되는 날이 될 것입니다.
강의 생명은 흐르는 역동성에 있습니다. 강은 흐르기만 하면 홍수를 반복하며 스스로 생명을 창조해갑니다. 우리가 할 일은 수문을 열어 강이 흐르게 하는 것입니다. 비록 4대강 파괴를 막지는 못한 못난 우리들이지만, 하루라도 빨리 강을 흐르게 한다면 4대강은 또다시 생명이 가득한 강으로 다시 태어날 것입니다. 흐르는 강은 스스로를 치유하기 때문입니다. 이제 더 이상 못난 선조들이 되지 않기 위해 우리 후손들에게 어떤 강을 물려주어야 할지 함께 고민해야 할 때입니다.
경천대가 이제 마지막 피 울음을 울고 있습니다. 앞으로 며칠이면 경천대의 모래는 더 이상 볼 수 없게 될 것입니다. 경천대의 숨결이 아직 조금이나마 남아 있을 때 한 번 발걸음 하시는 것은 어떨까요? 이명박 대통령이 그토록 아름답던 경천대를 어떻게 처참히 파괴하였는지 여러분의 두 눈으로 확인해 보시면 좋을 듯합니다.
|
▲ 4대강 사업이 생명의 강 죽이기이라는 명백한 증거입니다. ⓒ경천대 홍보지/최병성 |
최병성 / 목사
출처 : http://www.ohmynews.com/NWS_Web/View/at_pg.aspx?CNTN_CD=A0001524544&PAGE_CD=N0000&BLCK_NO=3&CMPT_CD=M00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