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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으로 해야 할 제일 중요한 일은 언론개혁입니다

순수한 남자 2007. 10. 15. 23:26
앞으로 해야 할 제일 중요한 일은 언론개혁입니다.
번호 134795  글쓴이 Diplo (creep)  조회 42  누리 37 (37/0)  등록일 2007-10-15 23:16 대문 0 톡톡

솔직하게 말한다면 이해찬 후보를 지지하면서도 국민들은 이런 불평을 할 수 있는 거지요. 노무현 대통령 만들어줬지만 언론이 흔들어대니 일도 잘 못하고 있지 않냐. 다음에도 조중동문 이하 언론들이 흔들어댈텐데 너네 친노가 할 수 있겠냐?

전 이 문제도 패배의 한 원인이라고 생각합니다. 지하철을 타 보세요. 가장 많이 들고 있는 신문이 문화일보나 조선, 중앙일보 중 하나입니다. 오늘 동대문도서관에서 공부하는데 아침에는 중앙일보(오늘도 노무현 대통령 까는 글이 정치면의 거의 다더군요. 그나마 문정인 교수님이 반박글을 올려 주셨지만 소수이구요) 오후에는 문화일보를 한면씩 배치해 놔 사람들이 바글바글 하더군요.

동아일보는 점점 떨어지는 것 같은데 문화일보의 성장세가 무서울 정도입니다. 사실 신문 색깔도 그렇고 이정도로 많이 볼 신문이 아니라고 생각했는데 알것도 같습니다. 아침에는 조중동으로 노무현 정부 욕하고 하루를 보냈지만 오후쯤 되니 금단증상이 온 거겠죠. 그때 눈에 밟힌 게 문화일보고 얘네도 전략을 잘짜서 조중동보다 더 무대포로 현정부와 민주세력을 까대니까 수구보수층이 거의 환장하고 보는 것 같습니다. 황색언론적인 색채로 너무 지식인 티내지 않은 점도 학력층이 낮은 50대 이상 분들에게는 더 재미있게 읽혔을 수도 있지요.

조중동문 만 문제는 아닙니다. 지금 오프라인 언론 거의가 완전 저쪽 후보한테 고개 숙이고 있는 형국입니다. 아침마다 무료 일간지인 노컷뉴스를 보는데 신문 배치나 여러 면을 보면 이건 완전 NoCut이 아니라 RohCut입니다. 한국일보도 중도라고 내세우다가 중도보수로 돌아서면서 했던 일들에 대해서는 다들 잘아실거고..

2002년 수구언론의 엄청난 편파공세에도 노대통령이 성공할 수 있었던 건 당시 구도 자체가 우리에게 좋았지요. 더구나 당시 언론에 대한 신뢰도도 제로였구요. 지금은 다릅니다. 구도도 좋지 않고 민주화세력에 대한 실망감도 꽤 큰데다가 조중동을 비롯한 보수언론의 점유율도 더 높아졌습니다.

따라서 우리가 할 일은 정치개혁, 뭐 이런 것 다좋습니다만 정말 언론대항마 만드는 것만큼 중요한 것 없습니다. 원래 신문은 어느 정도 정파성을 띠는 것이고 일정한 정치세력이 형성되면 그 세력을 대변해 사회적 메시지를 공유하는 역할을 합니다. 그런데 지금 대한민국 사회에는 이게 완전히 끊겨 버렸어요. 일본처럼 말입니다. 일본엔 그나마 아사히 신문이 상당한 영향력이 있지만 요미우리신문(1000만부에 달했는데 지금은 어떨지 모르겠군요)을 비롯한 우파의 압도적 자민당 밀어주기로 민주주의 국가라고 보기 어려운 행태를 계속 보이고 있지 않습니까? 다른 분들은 어떨지 몰라도 이번 패배도 그렇고 전 지금 개혁세력의 미래에 대해 점점 회의적인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국민들과 소통할 가장 중요한 매체인 언론 거의 모두가 적대적인 상황에서 이쪽의 목소리와 진정성이 전달되지 않는다면 이쪽이 입는 피해는 소멸에 가까운 타격을 받게 될 거라고 생각합니다.

이 문제는 정말 진정성을 가지고 고민해야 합니다. 우리의 논리와 우리의 이상 우리의 생각이 전달되고 공유되어야 합니다. 왜 20대가 보수화되겠습니까? 어렸을 때부터 논술공부다 뭐다해서 학교마다 모두 조중동을 보게 합니다. 대학교도 마찬가지구요. 취직을 위해서도 위 신문이나 마찬가지인 경제신문을 봐야 합니다. 어렸을 때부터 철저하게 보수 신문의 논리에 길들여지게 되지요. 머리가 좋은 친구들이나 정치 관심없는 친구라도 가끔씩 볼때마다 노무현 욕하는 걸로 가득하면 처음엔 지지하다가도 양비론을 들이밀다가 반노로 돌아설 수 밖에 없지요. 

만약 개혁 세력과 성장과 분배의 조화를 추구하는 유능한 언론이 나오지 않는다면 앞으로는 한나라당 독식 구도로 갈 겁니다. 개혁 세력 살아남기 힘들수도 있고 프랑스 혁명기 공화제를 추구하던 이들이 좌절하고 결국 나폴레옹의 영광을 그리워하며 독재로 돌아섰던 과거가 그대로 되풀이 될 가능성도 있습니다. 노동, 자본 계급 대립은 한국적 정치 구도는 다소 힘들어도 가능성을 배제할 수는 없겠군요(문국현씨의 정당은 민노당보다 좀 더 오른쪽이라 나름대로 좋은 스탠수가 될 수도 있지요. 만약 세 쏠림이 일어난다면 이런 형태의 정당 개편도 가능하겠군요)

현실 권력은 오프에서 나옵니다. 온라인의 동원력은 그다지 크지 않다는 게 이번에 증명되었지요. 새로운 언론은 뉴욕타임스처럼(너무 큰 이상이긴 하겠지만) 유능하고 명석한 언론으로 만들어져야 할 겁니다. 이미 중앙일보가 그런 이미지를 선점해 버려서 과연 비집고 들어갈만한 힘이나 물적 토대가 민주개혁 세력에게 있을까 하는 회의감도 들고 좀 의문이 들기도 하지만 성공을 위해서는 넘어야할 큰 벽이라고 생각합니다. 

안티조선 운동으로는 한계가 있습니다. 선택할 대체제를 만들지 않으면 큰 변화는 일어나지 않을 가능성이 큽니다. 아직 갈길도 멀고 이제 겨우 씨앗 뿌렸는데 결실은 모두 내주게 생겨버렸는데 만족할 수 있습니까?  진짜 할일은 서프라이즈처럼 개혁세력의 담론이 형성될 수 있는 언론공간의 창출입니다. 그것도 매우 유능하고 사업적으로 성공해야 할(결코 빈곤해 보이지 않을) 오프라인 언론 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