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프

노무현 대통령이 정동영에게 남긴 말

순수한 남자 2007. 10. 17. 23:45
노무현 대통령이 정동영에게 남긴 말
번호 136667  글쓴이 솔트 (sung4567)  조회 5681  누리 948 (988/40)  등록일 2007-10-17 13:53 대문 11 톡톡


가시 돋는 고통을 참고 정동영 수락 연설을 듣고 그 우울함을 견뎌야 하는 이들이 작은 술자리를 만들었다. 정동영 비토론이 주를 이루던 자리에서 난 이런 말을 했던 것 같다.

"확실한 건 정동영을 불법 행위로 처벌할 근거는 별로 없다. 돈을 주고받은 증거가 있어야 하는 데 없지 않은가. 이 지점에서 우린 다시 생각해야만 한다. 어차피 정동영도 소수고 우리도 소수다. 정치는 연대가 기본이다.

DJ는 JP와 연합했고 노무현은 정몽준과 연합하지 않았나. 연합이든 보다 느슨한 연대든 간에 같이 하지 못하면 정치가 존재하지 않는다. 그를 도와주자. 대선 이후, 새 길을 가더라도 지금은 도와주자."

다음날 출근길에 어제 뱉은 말들을 곱씹었다. 내가 생각해도 내 판단은 참 전략적이야. (그럼 그럼.)

오후에 내가 아끼는 조카에게 전화가 왔다. 작년 녀석과 둘이서 지리산을 종주한 후 부쩍 살가운 사이가 되었다. "삼촌, 엄마 아빠가 삼촌 말대로 이해찬 찍었다는데 안됐다네."

그러면서 슬쩍 언제 집에 오냐고, 피시방에 놀러가자고 졸랐다. 조카가 조금만 더 크면 정치 이야기도 할 텐데 (허허) 아쉬웠다. 문득 정치 이야기... 뭘 하지?. 난 무슨 이야기를 하고 싶은가? 생각했다. 정치를 통해 삶의 철학, 기회가 닿는 대로 난 조카에게 노짱에게 배운 사람이 살아가는 도리에 대해 말해주고 싶다.

정동영 그에 대해 다시 생각했다.

그를 통해 말해줄 수 있는 건 타산지석도 아니다. 소인배들이 어떻게 살아가는가 그 전형을 보여줬을 뿐이다. 자기 탐욕에 의해 대의를 궁물로 만들고 대세를 자민련 수준으로 전락시키고, 이를 대통합이라 우긴다. 똥을 된장이라 하고 밥을 똥이라 하는 자가 민주주의의 법통을 말하니 이 무슨 변괴던가.

그는 조카에게 소인배로 살지 말라고 드는 한 예에 불과하다. 생각이 이에 미치자, 그저께 내뱉은 말들이 참 쓸데 없다.

다시 노짱과 같은 이를 바라는 욕심은 없다. 그러나 우리 아이들에게 뭐 하나라도 가르칠 교훈 없는 자와 무슨 지랄 같은 연대인가.(어떻게 하나라도 없을 수 있을까 생각할수록 정말 하나도 없다.) 그래 잠시 정치를 버리자. 우리 아이들에게 저 사람을 닮으라고 말할 수 있는 군자가 설 때까지 기다리자. 일순간 버린다고 우리 삶이 왜곡되진 않는다.

격암과 같은 자들이 서프 망한다고 걱정이다.(하하) 정치를 잠시 버려도, 서프가 망해도 별 상관없다. 버려서야 바르게 선다면 버리고, 망하고서야 바르게 선다면 망하자. 작은 걱정들과 두려움에 매달린다면 추악함에 끌려갈 뿐이다. 사실 우리가 배우고 말해야 하는 것들은 아직 너무나 많이 남아 있다.

노짱이 지난 6월 참평포럼에서 남긴 말씀이다. 이 짧은 말씀으로도 고래같이 크고 많은 이야기를 조카에게 해줄 수 있겠다.  

"장관을 지내고 나가서 차별화, 그것도 무슨 감정 상한 일도 아무것도 없는데 오로지 대선 전략 하나만으로 차별화하는 사람들 만나보고, 보면서 내가 사람을 잘못 본 것인가, 내가, 내가 어리석은 사람인가, 그런 생각을 했는데 그렇지 않다는 것이지요. 저는 그냥 제가 할 도리를 다한 것입니다.

좋은 사람이든 나쁜 사람이든 잘 봤든 못 봤든 관계없고 제가 그 당시 대통령이 됐기 때문에 그것이 무슨 사람이 크는 기회이고 아니고 그거 관계없이 적어도 국정운영에의 기회, 경험을 쌓을 수 있는 기회를 주는 것이 도리다. 많은 사람들의 지지를 모으고 있는 사람들인데 그것을 내가 견제하고 그쪽으로 민심이 몰릴 것을 견제하고 그렇게 하는 것은 아니다. 저는 도리를 다한 것입니다. 그 점에 있어서는 바보가 된 것도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지금 이런 생각이 들어요. 제가 도덕적으로 나쁜 일을 한 일이 없고 또 국가전략, 국가정책에 크게 오류를 범한 일이 없는데 언론정책 포함해서, 어떻든 민생을 하루아침에 쾌도난마로 해결하지 못했기 때문에 지지가 낮아서 그래서 지금 차별화를 하는 거 아닙니까? 그러면 지지가 그때보다는 조금 올랐으니까(일동 웃음) 다시 와서 줄 서야 되는 것 아닙니까? (일동박수)

남의 기회주의는 용납합시다. 그러나 우리 스스로는 절대 기회주의에 빠지지 맙시다. 소신과 원칙을 가지고 그러나 사람을 널리 포용하면서 걸어갑시다. 제가 제 아이가 초등학교 다닐 때 남에게는 관대하고 자신에게는 엄격한 사람이 되라, 그렇게 했었는데 뭐 저도 실천 못 하는 사람이지요. 저도 집에 가서 뭐, 아내하고도 싸우고 그러는 데요, 뭐. 그렇기는 하지만 꾸준히 그런 의식을 가지고 갔으면 좋겠습니다. 능동적이고 창조적인 시민에 의한 시민주권사회 실현을 위한 참여 운동을 가열차게 펼쳐갑시다."

 

ⓒ 솔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