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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그들은 BBK에 그토록 민감한 반응을 보이는가

순수한 남자 2007. 11. 15. 23:15
왜 그들은 BBK에 그토록 민감한 반응을 보이는가
번호 152323  글쓴이 서영석 (du0280)  조회 3952  누리 776 (781/5)  등록일 2007-11-15 14:21 대문 15 톡톡


왜 그들은 BBK에 그토록 민감한 반응을 보이는가


BBK 사건의 핵심증인 김경준의 귀국과 관련한 한나라당의 대응은 지나치다, 도를 넘어섰다는 표현으로도 부족함이 있어 보인다.

한나라당 이명박 후보도 인간인 이상, 그의 경력에 흠집이 없을 리 없고, 작은 흠집을 부풀려 공격을 주고받을 수밖에 없는 대통령 선거 국면에서 한나라당이 이명박 후보의 흠을 옹호하고 변호하는 것이라면 정도를 넘어섰다고 할 수 없을 것이다.

그러나 공당의 사무총장이란 사람이 "(검찰 수사에) 이상한 기미가 보이면 민란(民亂) 수준의 강력한 대응을 하겠다."(이방호 사무총장)고 공공연하게 떠든다든지, 김경준에 대한 검찰수사를 공작으로 몰아부치면서 선거에서 이기면 공작수사팀을 작살내겠다(홍준표 의원)고 공갈 협박을 서슴지 않는다는 것은 누가 봐도 이들이 이성을 잃고 있다는 반증이 될 것이다.

'민란 수준의 강력한 대응'이란 표현은 사실 점잖은 표현이다. 이게 무슨 말인가. 이방호 총장의 말을 풀어보면, 검찰 수사가 이명박 후보에게 불리하게 돌아갈 경우 지지자들을 동원해서 검찰에 난동을 부리겠다는 뜻이다. 즉 검찰청사의 수사팀으로 쳐들어가 물리력으로 검찰 수사관과 검사들을 제압하겠다는 의미인데, 참으로 초법적이고도 무도하기 짝이 없는 발상이다.

홍준표 의원의 발언은 더욱 섬뜩하다. 그는 김경준의 귀국을 공작으로 규정짓고, 공작 수사와 관련된 당사자를 선거가 끝난 이후에 색출할 자신이 있다고 말했다. 쉽게 말해 대통령선거에서 이기면 BBK 관련 검찰 수사팀은 각오하란 협박이다. 과거 박정희나 전두환 시절처럼 발가벗기고 물고문이야 하지 못하겠지만, 검찰 내부에서 출세하긴 다 틀렸다는 얘기 아닌가 싶기도 하다.

이런 정도의 협박이 물론 검찰에 통하지는 않을 것으로 판단된다. 지난 1997년 대선을 앞두고 DJ 비자금 수사는 당시 김영삼 대통령의 지시로 유보된 적이 있었다. 그때만 해도 검찰은 정권의 손아귀에 있던 시절이니 가능한 일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전혀 상황이 다르다. 노무현 대통령이 지금 검찰에 김경준 관련 수사를 대선 이후로 미루라고 지시한다면 과연 검찰이 순순히 그 말을 받아들일까 한번 생각해보라. 아마도 그 다음날 신문에 대서특필될 게 뻔하다.

그리고 설사 유보된다 해도 문제가 해결될 성질의 것은 아니다. 그만큼 BBK 사건은 수천 명의 피해자가 엄존하고 있는 악성 주가조작사건이기 때문에 대통령에 당선된다 해도 뭉갤 수 없다는 점은 분명하다.

요행히 수사가 대선 이후로 미뤄지고, 또 요행히 집권에 성공한다고 하더라도 BBK 사건은 집권한 이명박 후보의 임기 내내 통치권을 손상시키는 악재로 작용할 것이다. 내가 만일 이명박 후보라면 대선 전에 확실히 까놓고 수사를 받는 편을 선호할 것 같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런 식의 무도한 발언들이 봇물을 이루는 이유는 뭘까.

첫째는 BBK 사건 자체가 사실 악성 사건이기 때문이다. BBK는 이명박 후보와 김경준이 공동투자하여 설립한 사이버 종합금융회사인 LKe뱅크의 자회사로 편입된 투자자문회사의 이름이다.

김경준은 BBK 이름을 '옵셔널벤처스코리아'로 변경한 뒤 외국인 투자자가 참여하는 것처럼 속여 주가를 폭등시킨 뒤 회사 돈 380여억 원을 챙겨 미국으로 도피했다. 그로 인해 수천여 명의 소액투자자들이 수백억 원대의 피해를 입은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바로 이 BBK에 이명박 후보가 관련이 있느냐 없느냐 하는 것은 매우 중요한 문제이기도 하다. 만약 BBK에 이명박 후보가 관련이 있다면 수백억대 주가조작사건의 한 당사자가 되는 셈이기 때문이다. 또한, 민사적으로는 면책된다 하더라도 대통령 후보자로서의 도덕성에는 치명타를 입는 셈이라고 할 수 있다.

수천억대의 자산가가 매달 몇백만 원 득 보려고 자녀들을 위장취업(?)시킨 것도 문제지만, BBK에 만일 이명박 후보가 관련돼 있다면 이 같은 자녀 위장취업과는 비교가 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현재 이명박 후보는 이에 대해 자신은 전혀 BBK와 관련이 없다고 발뺌을 하고 있는 상태지만, 6년 후 대선출마를 미처 염두에 두지 못한 듯 지난 2001년 월간중앙과의 인터뷰에서 이명박 후보는 "지난해 초 벌써 BBK라는 투자자문회사를 설립해..."라고 밝히는 등 발뺌하기에는 다소 근거가 부족하다는 것이 세간의 평이다. BBK와의 관련성에 대한 한나라당 지지자들의 불안감이 이회창 후보의 출마를 불러일으켰다는 것은 이미 잘 알려진 사실이다.

사실 이명박 후보에 대한 '묻지마 지지'에 자신감을 진작부터 가지고 있었더라면, 한나라당과 이명박 후보 측이 처음부터 "BBK 설립 때 간여는 했지만 주가조작은 김경준 단독범행이다"고 몰고갔어야 했을지도 모르겠다. 지금은 아예 간여조차 하지 않았다고 해놓은 상태기 때문에 더 이상 물러설 수 없는 처지에 놓이고 말았다. 하나를 인정하면 나머지 몽땅 뒤집어써야 할 판이기 때문이다.

한나라당 주요당직자들의 무도한 발언의 두 번째 이유는 아무래도 지지율 1위에 대한 자신감이 오만방자함으로 표현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5년 전 오만방자함의 주체는 지금 무소속으로 설움을 톡톡히 겪고 있는 이회창 후보와 그의 측근들이었다. 5년이 지난 지금 그 주체는 이명박 후보의 측근들로 바뀌었다. 그래서 역사는 계속 반복되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한나라당이 한가지 착각하고 있는 점이 있다. 그들이 그토록 무능하다고 떠들고 있는 노무현 정권의 업적 가운데 하나는 검찰권 독립이다.

지금 범여권이란 이름 속에 묻혀서 노 대통령 비난에 동참하고 있는 과거 여권 인사들의 불만 가운데 가장 큰 것이 사실 노 대통령이 검찰에 손을 놓았던 대목이었다. 검찰을 동원해 공갈도 하고 협박도 하는 것이 과거 여권 실세들의 재미 가운데 하나였는데, 그 재미를 노 대통령이 없애버렸기 때문이었다.

집권과 관련해서는 아직 뭐라 얘기할 시기도 아니려니와, 설사 이명박 후보가 집권한다 하더라도 검찰을 다시 과거로 회귀시키기는 어려울 것이며, 무지막지하게 검찰을 장악하려 든다 해도 시간이 걸리고 후유증이 대단할 것이 분명하다. 그런 검찰에게 야당이 협박한다고 해야 할 수사를 중단하지는 않을 것이다. 그리고 국민들도 야당 탄압이라고 보지 않을 것이 자명하다.

한나라당에게 최선의 방책은 검찰 수사를 방관하는 것이다. 괜히 이런저런 얘기를 해봤자 국민들의 의심만 살 뿐이다. 그리고 검찰 수사방향이 그들 말대로 이상해 보인다면, 그 전매특허 있지 않은가, 야당탄압으로 몰아부치며 억지를 부리는 편이 훨씬 나은 선택이 될 것으로 판단된다.

 

ⓒ 서영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