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유행하는 민란(民亂)이라도 일어나야 정신을 차리려나
"저는 대한민국의 법이 아직 살아있고 법을 담당하고 있는 정부조직에서 아주 공정하게 진행할 것이라는 신뢰를 갖고 있다. 정치인들이 정치적으로 이를 이용해서 어떻게 하겠다는 생각을 버려야한다. 법은 법이다. 시대가 바뀌었고 국민들이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야당의 대선후보가 BBK 김경준씨 입국에 관한 기자들의 질문에 대답한 말이다.
그가 말한 "법은 법이다"를 달리 해석하면 '정치는 정치고, 법은 법이다' 즉 법의 적용과 집행은 대선에 영향을 주어서는 안된다. 따라서 'BBK 김경준 사건을 정치적으로 이용해 자신의 대선가도를 가로막는 행위를 하면 안된다'는 취지의 말로 보인다. 그러면서 "공정하게 진행할 것이라는 신뢰를 갖고있다"며 사법부가 수사 진행에 있어서 원칙을 지켜줄 것을 강조했다.
이 나라를 이끄는 지도자급의 발상치고는 참으로 편리한 발상이다. 대한민국의 국법이 자신에게는 이현령비현령(耳懸鈴鼻懸鈴)이기를 바라는 모양이다. 이유없이 따지고 들다가는 선거법의 몽둥이를 맞을 것이니, 그 이유를 들어 따지도록 해 보자.
그는 자녀를 교육을 위해 수 차례의 '위장전입'을 했으며, 세금을 줄이기 위해 자신 명의의 부동산 임대회사에 자녀를 '위장취업'시켰다. 편법, 불법행위가 유리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러한 사실이 알려지자 처음에는 변명하다가 비난이 일자 결국 사과했다. 그리고는 납부하지 않은 세금을 슬그머니 냈다. 상황이 불리해 지자 슬그머니 '원칙의 영역'으로 피난을 온 것이다.
그는 이런 사실에 대해 늘 "남이 그랬다, 자신은 몰랐다"라는 말로 비켜왔다. 이뿐만이 아니다. 그와 관련된 여러 의혹에 관해서도 늘 이런 말로 자신과 무관함을 강조했다. 특히 BBK와 관련된 주가조작 사건의 관련 서류에 대하여도 자신은 이사회 의사결정 과정에 참여하지 않았으며 의사결정도 하지 않았다고 하거나, 서류가 조작되었다고 주장했다. 상식이 안보인다.
그는 대기업의 CEO출신임을 유난히 강조하는 사람이다. 그리고 서울시장까지 지냈다. 행정과 기업 정책의 최종 의사 결정권자를 다 거친 사람이다. 그런 그가 가정이나 사업상 중요한 일을 놓고 의사결정을 소흘히 하고 최종 결정을 하지 않았다는 것이 믿어지지 않는다. 자신의 자녀교육, 재산관리, 사업진행에 관한 중요한 사실을 몰랐다는 것은 누구도 이해할 수 없는 부분이다.
그런 그가 "법은 법이다'는 원칙을 말했다. 이 말은 자신이 원칙에 충실함을 강조하려 했는지 모른다. 어쩌면 BBK 관련 사건 수사로 자신이 불리한 상황이 올까봐 '원칙의 영역'속에 피하려 한 말인지도 모른다. 불법과 편법을 넘나드는 그가 사법부에게 "법이 살아 있고 ...신뢰를 갖고있다"라고 했다는 것은 일종의 시위일 수 있다. 그래서 그가 말하는 원칙의 진정성이 의심스럽다.
이와 관련해 이현령비현령(耳懸鈴鼻懸鈴)하는 곳이 또 있다.
다음(Daum) 아고라 토론방에서 진행중인 야당후보의 '유령직원'에 관한 탈세 혐의를 두고 국세청에 청원하는 누리꾼들의 서명운동을 선관위가 삭제하는 일이 일어났다. 선관위는 "청원운동 자체가 선거법 위반이 아니라 제안자인 '푸른고래'가 청원을 올리면서 명시한 제안글이 특정후보에 대한 비판이라는 '선거법 93조' 위반에 해당돼 삭제를 요청했다"고 했지만 석연치 않다.
세금 안낸 후보에 대한 탈세 혐의 조사 촉구는 시민의 당연한 권리이자 행동
세금을 내지 않은 대선후보에 대한 탈세 혐의를 조사하도록 촉구하는 것은 시민의 당연한 권리이자 행동이다. 그러나 선관위가 이를 선거운동으로 보고 게시판을 삭제하도록 한 것은 국민의 표현의 자유와 유권자들의 정치 의사 표현 자체를 원천적으로 차단하는 행위다. 누리꾼들의 입을 막는 것도 모자라, 이제는 언론이라 할 포털사이트의 편집권까지 위협하고 있다.
이처럼 선관위가 누리꾼들의 글을 삭제하는 잣대도 편법과 원칙 사이를 오락가락한다. 선관위가 특정후보에게 유리하면 편법을, 불리하면 원칙의 잣대를 들이대고 있다는 비판을 면할 수 없다. 무엇보다도 공정해야 할 선관위마져도 '법은 법이다'며 불리할 때마다 '원칙의 영역'으로 피하기만 할 것인가. 이 또한 원칙의 진정성이 의심스럽다.
누구를 막론하고, 유리하면 편법을 불리하면 원칙뒤에 숨는 행위는 법치국가의 기본 질서를 갉아먹는 파렴치한 행위다. 법과 원칙을 윗물에서부터 뒤흔들기에 우리나라가 부패국가라는 오명을 쓴 것이다. 이런데도 칼을 찬 검찰조차 '삼성떡'을 먹고 체해 제 몸도 못 가누고 있으니, 개탄의 단계를 넘어서 정말, 요즘 유행하는 민란(民亂)이라도 일어나야 정신을 차리려나.
ⓒ 마음맑은아침햇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