효순, 미선양과 미제고기. 그리고 어따 대고 반말이야
미국드라마 중에 [하우스]라는 메디컬드라마가 있습니다. 극 중 의사의 집에 지붕수리를 하러 온 수리공이 의사의 집 지붕에서 떨어져 다칩니다. 당연히 의사는 응급조치를 하고 병원으로 옮기지요. 병실 밖에서 그 수리공을 안스럽게 쳐다보던 의사에게 병원소속 변호사가 와서 이렇게 말합니다.
'선생님 지금 병실에 들어가지 마십시오. 당신은 마음이 약하기 때문에 틀림없이 위로할 것이고 손을 잡아줄 것이며 결국 I'm sorry라고 할 것입니다.'
미국적 사고방식에서는 I'm 쏘리 라는 말은 내가 모든 책임을 지고 다 '물어주겠다.'와 동의어입니다.
효순, 미선양이 미군의 실수로 세상을 떴을 때 우리 시민들이 요구한 것은 진심 어린 사과였습니다. 남의 땅에 주인처럼 들어와 제멋대로 돌아다니다가 사고를 냈으니 최소한 'I'm sorry'라고 하고 해달라고 하는 것뿐입니다.
물론 미국인들, 미군 사령관의 마인드에는 그러한 배려가 없었습니다. 설사 마음속 가득 미안한 마음이 있었다 하더라도 그들의 레토릭과 그들의 지평으로 우린 아무 잘못이 없다 만을 반복했지요.
그것에 우리는 분노한 것입니다. 좌파 빨갱이들이 선동해서 분노한 것이 아니라 우리의 자존심과 우리의 소중한 딸들을 죽여놓고 오리발 내미는 그 뻔뻔스러움에 분개한 것입니다. 그때 조중동은 이렇게 뇌까렸지요. 까짓 교통사고 하나를 좌파빨갱이들이 선동한다… 라고…
이번 미제고기 파동은 단순히 광우병에 걸릴 확률이 국회의원이 사람이 될 확률 같은 거랑 비교해서 문제가 없다 있다의 차원이 아닙니다. 효순, 미선양 사고가 교통사고문제가 아니듯이….
문제의 본질은 우리나라 대통령이 한 번도 가본 적이 없는 부시 별장에 가기 위해 국익을 팔아먹었다는 매국노에 대한 분노이며, 미국인들은 물론 일본 중국인도 안 먹는 늙은 소의 별의별 것을 다 돈 주고 사먹어야 하는 인격적 자존심의 문제이며, 마지막으로는 그거 먹고 죽으면 어때? 1억짜리 소를 먹던가 아니면 안 먹으면 그만이지… 그리고 돈 없어 소고기 구경도 못하는 가난뱅이들이 로또 맞을 확률보다 낮은 목숨을 걸고 맛있는 고기 먹어보는 게 어디야? 머슴 주제에… 라고 막말을 일삼는 자칭 머슴의 천인공노할 만행에 분개하는 것이지요.
자존심도 팔아먹고 국익도 팔아먹고 일 인분에 만 삼천 원짜리 등심 먹으면 우리 국민들 '아 맛있어 역시 이메가가 실용소망정부야 헬렐레….' 할 줄 안 머저리들의 뇌 구조가 '뇌 송송 구멍 탁'인 것이지요.
거기에 가만있으면 본전을 할 조중동의 자기모순 광우병적 명박 편들기가 휘발유 붓고 불을 지른 것이지요. (하긴 뭐 이런 때 닥치고 있으면 조중동이 아니지만….)
나이 차이가 나는 사람이 시비가 붙다가 나이 많은 사람이 궁지에 몰리게 되면 항상 내뱉는 대사가 있습니다.
'어따 대고 반말이야?'
논리적으로 밀리고 법리적으로 지고 상식적으로 깨져도 이말 한마디면 대반전이 가능합니다.
요즘 조중동이 내뱉고 있는 토사물 구호가 바로 이 짝입니다.
'어따 대고 반말이야? 고삐리 주제에'
하지만, 저는 이번에 큰 희망을 보았습니다. 입시에 사교육에 지치고 생각 없게만 보였던 어린 학생들이 2002년 촛불집회세대처럼 현실을 깨닫게 되었다는 것. 그것으로 이명박의 공은 지대한듯합니다.
적어도 동아일보 불 꺼 라고 외치고 조중동은 찌라시라고 외치던 그 학생들이 20대가 되었을 때, 투표권을 가질 때, 지금 20대처럼 영혼을 팔아 돈을 구걸하는 세대는 되지 않을 것이라는 희망이 보였기 때문이지요.
미안하다 10대들아. 이 삼팔륙 세대 어른이 못 한 일들을 지금 너희들이 해주고 있구나! 그리고 20대들이여 반성해라. 이명박의 돈에 눈이 멀면 너희는 영원히 머슴이 되는 거란다. 3-40대야, 걍 빨리 잔디 이불 덮어라. 부끄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