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대통령이 원탁대화에서 얻은 것은 무엇일까

순수한 남자 2009. 2. 3. 09:16

대통령이 원탁대화에서 얻은 것은 무엇일까
번호 16048  글쓴이 이기명 (kmlee)  조회 52  누리 41 (41/0)  등록일 2009-2-3 08:40 대문 3 추천

대통령이 원탁대화에서 얻은 것은 무엇일까
민심이 등을 돌리면 정치는 결코 성공하지 못한다.

이기명(칼럼니스트)

‘참을 忍(인) 자 셋이면 살인도 면한다.’라는 옛말을 알 것이네. 참는다는 게 그처럼 어렵다는 말이지.

참고 참으며 TV를 봤네. 안 되겠더군. 도저히 견딜 수가 없었어. 녹화 버튼을 눌러놓고 밖으로 나왔네. 바람이 차가웠어. 그러나 뜨겁게 달아오른 가슴은 식을 줄 몰랐네. 1월 30일 밤의 일이었네.

TV를 본 국민은 얼마나 될까. 많았겠지. 대통령이 국민과 진솔한 대화를 하겠다고 생방송 토론을 하는데 얼마나 관심이 깊겠나. 화면을 보며 박수를 쳤을까. 참을 인(忍) 자를 뇌이며 화를 견디고 있을까.

맞아. 대통령이 속 시원하게 말씀을 하시겠지. 국민이 궁금해 하고 답답해하고 힘들어하는 것을 말씀해 주시겠지.

용산 철거민 참사, 김석기 청장 내정자 거취, 언론법, 4대 강 개발, 남북관계, 재산헌납 등등 국민들의 궁금증을 후련하게 풀어 주시겠지. 원래 화끈한 성격이 아닌가.

긴말 하면 바보라는 것을 인정하는 꼴이 될 것 같네. 실망이 아니라 절망이었네. 왜 원탁대화를 했을까. 말하면 듣는 게 국민의 의무로 알았는가.

녹화한 방송을 참으면서 보고 내린 결론은 우리 국민이 너무 불쌍하다는 것이었네. 또한, 대통령도 불행하다고 생각했지.

시시콜콜 대통령의 말을 언급할 필요는 없네. 국민도 보았을 테니까. 나름대로 결론을 내렸겠지. 별로 복잡하지도 않네. 원래 대통령이 단순한 사람 아닌가. 아주 간간이 정리할 수 있네.

◈ 경찰의 철거민 진압은 과도한 강경책이다

"완전히 일방적으로 이야기하는 것 같다"

◈ 김석기 문책

"앞뒤 가리지 않고 사퇴시킨다면 공직자들이 누가 일하겠느냐?"

◈ 미디어관련법

"권력의 방송 장악이나 재벌의 방송 진출과는 관련이 없다."

◈ 대북관련

"분단 60년 중 1년 경색은 있을 수 있는 일. 과거에도 비슷한 일이 여러 번 있었던 일"

◈ 회전문 인사 비판

"어떤 분이 그러냐. 그런 사람 없다."

◈ 4대 강 관련 논란

"교수 같은 분들이 오해를 하고 있으니…."

◈ 노무현 정부시절 농민이 사망했을 때 한나라당은 경찰청장의 사과와 사퇴를 요구. 왜 입장이 바뀌었나.

"그 뒤로 뭐가 해결됐느냐. 똑같이 마찰이 일어나고 싸웠다. 우리 사회가 법질서가 지켜지지 않았다고 생각한다."

◈ 경제문제

"한국만 어려운 게 아니고 한국이 잘못해서 어려워진 것도 아니다. 세계 모든 나라가 어렵다."

원탁대화인지 원탁주장인지는 몰라도 앉아 있는 사람들은 참 거북했을 것이네. 조국 교수나 김민전 교수는 왜 그 자리에 나갔을까. 나가기 전에 무슨 생각을 했을까. 방송 후엔 어떤 생각이 들었을까. 정말 유익한 대화였고 국민들에게 희망을 준 대화였다고 생각했을까.

가야 할 자리와 가지 말아야 할 자리를 잘 가려야 한다는 옛말이 있네. 조국 교수가 많은 생각을 했을 것 같군. 한 마디로 모양이 우스워졌다고 하더군.

원탁대화를 마련한 이유는 무엇일까. 자신의 국정 철학을 이해 못 하는 국민들이 답답해서 설득하기 위해서인가. 그럴 수도 있겠지. 그렇다면, 문제네.

이번 원탁대화는 순전히 대통령이 국민의 소리를 듣는 자리였어야 했네. 헌데 소통할 자세가 전혀 안 돼 있는 듯했네. 명색이 대화하는 자린데 자신의 생각과 다른 견해가 나오면 즉각 반박하거나 심지어 훈계를 했네. 독선적이라는 평가의 전형적인 모습이지.

그냥 라디오 주례방송이나 하면 되지 무엇 하러 오랜 시간 생방송을 한단 말인가.

방송을 보면서 끝까지 지을 수 없었던 것은 자신의 과오는 결코 인정하지 않는 모습이었네. 나는 무오류다. 잘못은 날 이해 못 하는 국민들에게 있다는 태도가 아니고 무엇인가.

난 잘못 없고 국민들의 탓. 이래서는 소통이 안 되지. 이런 기회는 자주 가질 수 있는 것도 아니네. 이럴 때 재산헌납 문제도 깨끗이 정리하면 얼마나 멋있었을까. 안타깝네.

참모들은 뭘 하나. 대통령과 지근 거리에 있다는 의미가 대단한 것이 아니라 대통령이 국민으로부터 유리되지 않도록 국민의 소리를 제대로 전하고 대통령이 할 일을 적절한 시기에 전해 주는 것이 소임이네.

더욱 아쉬운 것이 있네. 속으로야 어떻게 생각하던 용산철거민 죽음에 대해서 애도를 해야 하네. 대통령은 한나라당만의 대통령이 아니라 온 국민의 대통령이지. 용산 철거민도 대한민국 국민이라네. 애도 한 마디에 그렇게도 인색한가.

생중계된 '대통령과의 원탁대화'의 시청률은 얼마나 되었을까. 같은 시간대 전국 시청률 4.9%를 기록해서 지상파 방송 중 최하위를 했네.

같은 시간대의 다른 지상파 방송이 두 자리 수 시청률을 기록할 때 너무 외로운 시청률이군. 그 의미를 깊이 새겨야 할 것이 아닌가.

너무 남의 말만 듣는 사람도 문제지만 상대의 말은 안 듣고 혼자만 잘났다는 사람도 문제라네. ‘왕따’라는 말의 의미를 알겠지. 이거 아주 견디기 어려운 것이지.

대통령의 경제 회복에 대한 예상 시기가 점차 늦어지고 있네.

경제 위기는 생각과는 달리 심각하고 오래갈 전망이 나오네. 국민의 기대치를 어떻게 충족시킬 것인가. 고민이 되겠지. 기대야 원래 대통령이 만들어 준 것이 아닌가.

대통령이 장차관 워크숍에서 내년에는 국민에게 희망의 싹을 보여줘야 한다고 했다네. 얼마나 반가운 얘긴가. 그렇게만 된다면 역시 경제대통령이라고 만세를 부르겠지.

그러나 대통령의 자신감에 믿음이 가질 않아. 그렇다고 조급해서도 안 되지. 아무리 급해도 우물에서 숭늉 마실 수는 없지 않은가. 과일도 익어야 따는 것이 아닌가.

청와대 한나라당 중진 오찬에서 박근혜 전 대표가 한 말을 깊이 생각해야 한다고 믿네. 국민통합과 관련해 아주 중요한 얘기를 했네.

“쟁점법안과 관련해 정부가 바라보는 관점, 야당이 바라보는 관점, 국민이 바라보는 관점이 서로 차이가 크다.”

“쟁점법안일수록 국민들의 이해를 구하고 공감대를 형성하는 게 중요하다.”

“사회통합이 어려운 시기를 극복하는 데 큰 도움이 될 수 있다.”

사회통합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침이 없을 것이네. 대통령이 대화와 타협과 인내보다 성과 지상주의만 추구하다 보면 새해 벽두 국회에서 벌어진 최악의 여야 싸움이 발생할 수 있으며 국회의 기능을 존중하지 않고 효율성에서만 보는 것은 아주 위험하다는 한나라당 의원의 말은 되새겨 볼 필요가 있네.

그러나 아직 늦지는 않았지. 문제는 국민의 마음을 어떻게 붙잡느냐는 것이지. 혼자 아무리 앞서 가려고 해도 국민이 따라주지 않으면 ‘만사 휴’이지. 정치와 경제에는 독불장군 없어. 국민이 믿어줘야 성공하네.

적어도 대통령의 앞장을 서면 불구덩이라도 따라 들어가는 믿음을 준다면 경제도 풀릴 것으로 믿네. 그런 대통령이 얼마나 행복한가.

지금이 늦은 때인가. 이제 겨우 1년 지났네. 바둑에서 복기를 하는 의미를 알겠지. 어디서 무엇이 어떻게 잘못됐는지 찾아내는 것이네. 이명박 정부의 1년도 차근차근 복기를 해 볼 필요가 있지 않을까.


2월 3일.


#덧붙이는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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