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직하기가 왜 이토록 힘이 드는가.
- 검찰·현인택, 이래서야 MB 정부를 어떻게 믿는가.
(서프라이즈 / 이기명 / 2009-02-10)
자네한테 묻겠네.
자네가 서울경찰청장이라고 하세. 용산 철거민 참사 당시 남일빌딩에 특공대를 투입하는 작전을 승인했네. 관할 경찰청장으로서 안 할 수가 없었겠지. 처음에 아니라고 하다가 자신의 결재 서명이 나오자 인정했지. 체면이 말이 아니네.
명백한 사실에 대해서 거짓말을 하면 사람 꼴이 안 되지. 책임질 것은 당당히 지는 것이 공직자의 태도가 아니겠나. 무전기 문제도 그렇지 그런 엄청난 사건이 벌어지고 있는데 자신은 무전기를 끄고 있었다고 했으니 이걸 어느 누가 믿겠나.
현인택 통일부 장관 내정자의 국회청문회도 봤네. 거론할 가치도 없지만 너무 기가 막혀 한마디 한다면 어떻게 얼굴 표정 하나 바꾸지 않고 그런 대답을 술술 할 수 있단 말인가. 그저 감탄할 뿐이네. 대단한 사람이야. 대학교수지. 학생들이 뭘 배웠을까 걱정이네.
다시 용산참사 얘기네. 무전기와 관련해서 경찰출입 3년을 했다는 어느 기자가 말하더군. 말이 되는 소리 좀 하라고. 무전기가 웃다가 옆구리가 터질 일이라고 했네.
MBC 뉴스데스크를 진행하면서 마무리 멘트로 시청자의 가슴을 식혀주는 신경민 앵커가 역시 시원하게 정리하더군.
"철거민 작전의 경찰 최고 책임자가 무전기 안 들었다는 말은 우선 믿기 어렵다."
"믿는다면 자질부족이나 직무태만, 직무유기가 된다."
"만약 무전기 듣고도 조치하지 않았다면 더 큰 문제"
"믿어주는 검찰이 참 너그러워 보인다."
검찰이 조사한 것은 이런 거니까 믿어라. 검찰이 말만 하면 믿을 것이라고 생각하는지 참 답답하고 안쓰럽네.
MBC PD수첩을 통해 생생하게 드러난 사실들은 국민들이 모두 기억하고 있네. 정직해야 하네. 정직만큼 설득력이 있는 게 어디 있나.
작심을 하고 밀고 나가면 힘없는 국민은 도리가 없네. 그러나 경찰을 아무리 감싸도 할 수 없는 것이 하나 있지.
민심이네. 검찰이 왜 그러느냐고 국민들이 탄식을 하네. 노무현과 맞짱을 뜨던 기개는 어디로 갔단 말인가. 요즘 검찰의 모습이 그토록 독립을 갈구하던 자신들의 모습이라고 생각하는지.
검찰 발표를 보고 시민이 한 말이 귀에 남네.
"검찰 스스로 자살을 선택한 날"이라며 "이명박 정권도 스스로 운명을 다한 날"이라고 말했네.
대통령도 "용산참사 책임자 처벌은 급하지 않다"고 했네. 국민들도 그렇게 생각할까. 정권은 유한하네. 권력은 한없이 쥐고 있는 것이 아니지.
이런 말을 하는 친구가 있더군. 지금 경찰의 사기를 떨어트리는 일을 이명박 정부가 할 수 있겠느냐고. 국민들의 불만이 불길처럼 타오르고 있는데 이를 막을 수 있는 것은 경찰뿐이라는 거지. 만약에 이번 용산 참사의 책임을 지워 경찰을 처벌한다면 다음에 경찰은 움직이지 않는다는 거야. 그러니 경찰에 면죄부를 줄 수밖에 없다는 거네.
동의는 못하지만 정부의 딱한 입장을 알겠더군.
마침내 김석기가 자진사퇴를 했네. 조금 전에 TV에 나와 발표를 하더군. 도의적 책임 운운하면서 사퇴를 했는데 이걸로 깨끗이 정리됐다고 생각하면 잘못 생각이지. 그래서 공인의 진퇴는 때를 잘 선택해야 한다는 것이 아닌가.
정부도 욕을 먹고 김석기도 만신창이가 됐네. 일 처리 능력이 이 정도밖에 안 되는지 안타까울 뿐일세.
현인택 통일부장관의 경우, 인수위시절에 통일부 폐지에 찬성을 했다는군. 그러니까 통일부의 필요성을 못 느끼는 사람이 장관이 된 거야. 이거 어떻게 설명해야 되나. 설명할 수가 없지. 말이 안 되니까.
어느 야당의원이 한 말이 기가 막히는군. '비리의 백화점'이라네. 대학교수 출신에다가 앞으로 이 나라의 통일정책을 주관할 장관이 이렇게 만신창이 결함투성이니 걱정이 태산 같네.
앞으로 북한과 장관회담이라도 하게 된다면 '비핵 3000'은 차치하고라도 도덕적인 치부는 어떻게 하겠나. 북한의 대표도 상대에 대한 정보를 소상하게 알고 있을 터인데 참으로 답답한 일이네. 도덕적이란 말을 쉽게 입에 올리지만 부도덕한 사람에게는 엄청난 부담이지. 그래서 공직자의 도덕성이 유난히 강조되는 것이네.
도덕이 밥 먹여주느냐고 할지 모르지. 청와대는 현인택 통일부 장관이 장관직을 수행하지 못할 정도로 결함이 있는 것은 아니라고 했네. 아주 잘못 생각하는 것이네. 장관으로서 도덕적인 결함 이상으로 더 큰 결함이 어디 있겠나. 왜 청문회를 하는가.
국민들이 청문회를 모두 봤네. 얼마나 기가 막혔겠나. 아마 이명박 대통령도 현인택 내정자가 이 정도일 줄은 몰랐을 것이라고 믿네. 그런데도 절대 내정을 철회하리라고 믿는 국민은 없을 테지.
이유가 뭘까. 아주 간단해. 내정을 철회하면 밀리는 것으로 생각하기 때문이야. '난 절대로 밀리지 않는다'는 대통령의 고집이 한 번 결정하면 변경을 어렵게 하는 거지. 잘못된 결정은 한시라도 빨리 바꾸는 것이 현명한 지도자가 취할 길이네.
인심이 점점 사나워지는 것을 느낄 수 있네. 국민들의 대화에서도 느끼고 행동에서도 느끼고 사회 분위기에서도 느끼네. 권력의 대응도 점점 사나워지네. 흔히들 말하는 마주 보고 달리는 기관차 같다는 느낌이 들면서 걱정이 앞서네.
충돌을 하면 어떻게 되는가. 그런 걸 파국이라고 하지. 정부도 국민도 어느 누구도 바라지 않는 파국이네. 이걸 피하는 방법은 없을까.
국민의 소리를 들어야 하네. 그걸 소통이라고 하지. 정부가 자신들의 소리를 진솔하게 들어주는 것만으로도 국민들의 감정은 순화된다네. 찍어 누르면 백성은 듣게 되어 있다는 정부의 오만이 엄청난 비극을 불러올 수 있음을 명심해야 하네.
## 덧붙이는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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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기명 /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