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시민은 지금 어느 길을 걷고 있는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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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프라이즈 / 이기명 / 2009-12-30) 국민들이 만든다고도 한다. 맞는 말이다. 국민의 지지를 받지 못하면 제대로 된 지도자가 아니다. 그러나 국민의 지지와는 상관없이 저 혼자 자리를 꿰찬 인간도 있다. 도둑이다. 가짜다. 이런 가짜를 우리는 겪었다. 지금도 많이 본다. 우리 국민은 올해 너무나 끔찍한 일을 당했다. 역사에서, 우리 기억에서 영원히 지워버리고 싶지만 그런 비극을 다시는 당하지 않기 위해서 반드시 기억해야 한다고 믿는다. 두 분 대통령의 서거다. 내 몸같이 국민을 사랑했고 국민들도 내 몸같이 사랑한 두 지도자의 타계는 세상이 어렵고 나라가 힘들수록 더욱 그리워진다. 국민이 울었다. 갈래갈래 찢긴 민심이라고 한다. 혹시나 하는 두려움에 말도 못하지만 왜 세상이 이 지경이 됐느냐고 한탄이다. 가진 자들만 살판인 세상이라고 한다. 그래서 더욱더 그리운 진정한 지도자다. 목숨 값이 말이 아니다. 이런 때일수록 국민을 사랑하고 두려워하고 존중할 줄 아는 지도자가 참 많이 그립다. 거짓 눈물이 아닌 진정한 눈물이 있는 지도자가 그립다. 우리에게 그런 지도자가 없다는 말인가. 그게 무슨 소린가. 국민의 지지가 50%에 이른다는 대통령이 있지 않은가. 진실인가. 언론이 그렇다고 한다. 그런데 왜 믿지를 못하는가. 대운하는 절대로 만들지 않는다고 그렇데 약속하는데도 국민은 야속하게도 믿지 않는다. 믿지 못하는 국민만이 잘못인가. 수년간 검토하고 여야가 합의로 법까지 만들었는데 세종시를 엎어 버렸다. 이회창이 말했다. 이제 정부가 무슨 말을 해도 믿지 않는다고. 손바닥 뒤집듯 엎어버리는 지도자의 말을 믿지 않는 것은 당연하다는 것이다. 국민 나무랄 수 없다는 것이다. 자업자득이다. 그래서 지도자의 최고 덕목은 정직과 신뢰다. 400억 달러(약 47조원)규모의 아랍에미리트(UAE) 원자력발전 사업을 따낸 것은 대단한 일이다. 원전 수출에 장밋빛 전망이 보인다고 했다. 대통령이 아랍에미리트로 날아 갔다. 힘을 보태겠다는 것이다. 국민들은 원전수주가 난관에 봉착해 대통령까지 나서야 되는 것이라고 믿었다. 대통령이 고생 참 많이 한다고 감동했을 것이다. 헌데 그게 아니다. 왜일까. 역시 불신이다. 이미 원전수주는 결정된 것이었다는 것이다. 결정된 걸 가지고 마치 대통령이 성사시킨 것처럼 호들갑을 떨었다는 것이다. 한국의 언론은 마치 단거리 출발선에서 총성을 들은 선수들처럼 뛴다. 제대로 보도 했는가. 문제점은 제대로 짚었는가. 그냥 박수만 쳤다. 이게 언론의 꼴인가. 한심하다. 누구의 지시를 받았는지 알아서 기는 것인지 몰라도 심한 것이 아닌가. 국민이 불신하면 심각한 문제다. 나라 망치는 짓이다. 진짜 나라에 재난이 생겨 국민의 뭉친 힘이 필요할 때 언론을 안 믿으면 어쩔 셈인가. 양치기 소년이 될 것인가. 절대로 나라에 도움이 안 되는 짓을 경쟁하듯 벌리고 있는 것이다. 언론도 하고 싶어 하느냐는 궁색한 변명을 할 수밖에 없게 되었다. 지도자의 처신은 당당해야 한다. 대통령에게는 대단한 권한이 많다. 사면권이라는 것도 있다. 말 그대로 죄를 면하도록 해 주는 것이다.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이란 유죄판결을 받은 이건희가 사면 복권됐다. 두 번째 사면이다. 4개월 만이다. 이건희는 삼성그룹 대장이다. 엄청 부자다. 전 IOC 위원이다. 사면 기록을 깰 것인가. 사면 단골 손님인가. 특검에도 자주 얼굴을 보이고 대법원에서 확정판결을 받은 몸이다. 대통령이 왜 사면복권을 했을까. 이건희는 유죄판결을 받아 IOC 위원으로 활동을 제대로 못했다는 것이다. 때문에 평창 동계올림픽 유치를 위해 제대로 뛰도록 사면을 해야 된다고 한다. 그게 이유다. 국민은 어떻게 생각할까. 따지고 싶은 생각도 별로 없다. 따져 봤자 무슨 소용이 있는가. 대통령이 자기 권한으로 사면권을 행사했는데 왜 말이 많으냐고 한다면 말이 막힌다. 그래도 딱 한마디만 하자. 치사하다. 그동안 대통령이 외쳐왔던 법치주의 원칙은 어디로 갔는가. 이건희 사면은 대통령 스스로가 말하는 국격(國格)을 높이는 것인가. 이건희도 그렇다. 사면을 해 준다고 해도 간곡하게 거절해야지. 사면이 고마워 감지덕지 넙죽 받아먹는가. 혹시 사면해 달라고 애걸한 것은 아닐까. 솔직하게 말해 보라. 국민은 박탈감을 느낀다. 그런 식으로 사면받으면 사람대접 못 받는다. 정치인이든 재벌이든 지도자는 지도자로서의 할 일이 있다. 지도자의 길은 정도를 걷는 것이다. 그걸 못하면 존경을 받지 못한다. 존경할 지도자가 없는 세상은 참 삭막하다. 국민의 가슴이 황폐해진다. 이런 때일수록 참다운 지도자가 그립다. 이 땅 어디에 훌륭한 지도자가 있는지 눈 크게 뜨고 찾아야 한다. 심각하게 생각해 보자. 도대체 지도자는 어디 있고 어떻게 만들어지는가. 우선 자질을 갖추어야 한다. 자질에는 많은 것이 포함된다. 천재나 성인군자는 아니더라도 인간이 갖추어야 할 보편적 상식은 반드시 가져야 한다. 몰상식한 인간이 요즘 얼마나 많은가. 세상은 보통사람들의 상식이 통하는 세상이어야 하며 그런 사람이 지도자가 될 때 국민은 마음고생 하지 않고 살 수 있다. 옳다고 믿는 것에 대한 굴하지 않는 신념이 있어야 한다. 지도자가 하늘에서 뚝 떨어지는가. 천만의 말씀이다. 태어나는 것은 자기 마음대로 할 수 없어도 지도자가 되는 길만은 자기노력으로 걸어가야 한다. 정직하게 사기 치지 말고. 총 쏘고 지도자가 되거나 거짓말로 지도자가 된다면 그건 아니다. 가짜지도자는 자신도 국민도 다 같이 불행해진다. 노무현이란 지도자가 있었다. 긴 얘기 안 한다. 20년을 가까이서 지켜봤다. 그가 지도자가 되는 과정은 보면서 참으로 험난했다는 생각이 든다. 스스로의 노력으로 지도자가 됐다. 그 모습을 국민들이 지지했다. 국민들이 안다. 김대중 대통령이나 노무현 대통령이 걸어온 길을 국민은 기억한다. 얼마나 힘든 길을 걸어왔는가. 많은 정치인 중에 유시민이란 정치인이 있다. 지지와 반대가 극명하게 엇갈리는 정치인이다. 늘 관심 있게 지켜보면서 이제 유시민이 스스로 지도자로 성장해 간다는 느낌을 받는다. 나는 노무현 곁에서 직관이라는 것이 얼마나 무서운가를 알았다. 나는 20년 전 노무현 대통령을 처음 만나 두말 않고 후원회장을 자청했다. 사람들이 묻는다. 20년 전 노무현을 처음 만났을 때 대통령이 될 줄 알았느냐고. 다른 질문도 한다. 아무개는 앞으로 뭐가 되겠느냐고 묻는다. 자기는 어떻게 되겠느냐고 묻는다. 마치 점쟁이한테 묻는 투다. 대충 안다. 그러나 한 가지만은 분명히 말할 수 있다. 나를 버리는 정치인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죽음조차도 두려워하지 않는 신념이 있어야 한다. 노무현이 그랬다. 노무현이 바로 교과서가 아닌가. 입으로만 노무현을 찬양하지 말라. 온몸으로 배워야 한다. 유시민이 변해 간다. 확실하게 변했다. 유시민은 스스로 자신이 어떻게 변해야 한다는 것을 알기 시작했다. 그래서 주목한다. 자기 자신을 안다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가. 자기 주제를 모르는 인간들 때문에 지금 얼마나 고생을 하는가. 도처에 자갈은 많다. 주춧돌이 될 바위가 필요하다. 유시민이 바위로 변해간다고 느껴진다. 스스로도 자각 한다고 믿는다. 매우 중요한 변화다. 모가 나던 돌이 둥글둥글하게 변해간다. 세상 얘기도 많이 듣는다. 소통이다. 얼마나 국민이 갈망하는 소통인가. 둘째가라면 서러울 정도로 똑똑하다. 이건 모두가 인정하는 객관적인 평가다. 그러나 세상에 똑똑한 인간이 하나 둘인가. 속이 제대로 차지 않은 머리만 좋은 인간이 너무 많아 걱정이다. 속 빈 깡통 인간들이다. 그들이 세상을 망친다. 얼마나 많은 빈 깡통들이 지금 세상을 병들게 하는가. 똑똑하다는 인간들이 얼마나 추하게 변질되어 가는가. 이름을 대라면 수도 없다. 유시민은 공부를 열심히 한다. 20년을 지켜 노무현의 모습이다. 지금도 유명한 얘기지만 1985년 5월 27일 그가 대학운동권 시절 구속되어 재판을 받을 때 쓴 항소이유서는 지금 읽어도 놀랍다. 감동이다. 글을 잘 쓴다는 의미가 아니다. 목숨까지도 던질 수 있는 양심의 전부를 담은 글은 짙은 감동으로 남는다. 그리고 마지막 말. 오늘을 사는 우리 모두에게 교훈이다. “슬픔도 노여움도 없이 살아가는 자는 조국을 사랑하고 있지 않다.” 이제 그는 자기 자신을 알아가고 그것은 세상을 위해서도 좋은 일이다. 언젠가 그와 얘기 중에 이제 행동 하나마다 천금의 무게가 있어야 된다고 했다. “제가 좀 까칠하죠?” 유시민이 웃으며 한 말이다. 자신도 아는 모양이다. 이제 달라졌다. 그의 까칠한 모습이 점차 사라지고 그를 대하는 사람들은 마음이 편하다. 매우 중요한 변화다. 노무현 대통령이 생존해 있을 때 유시민 얘기가 나왔다. “좋은 재목입니다. 그러나 앞으로의 일은 자신의 몫입니다. 선생님 보시기엔 어때요.” 빛을 반사만 하는 물체도 있고 스스로 빛을 만들어 발광하는 물체도 있다. 지도자는 스스로 빛을 만들고 그 빛으로 세상을 밝게 해야 한다. 유시민이 지금 빛을 만들고 있다고 믿는다. 국민과 운명을 함께할 지도자의 길이 얼마나 힘든가. 그 길을 갈 사람은 스스로 고난을 선택한 것이다. 그에게 얼마나 많은 시련이 닥칠 것인가. 어떻게 극복해 나갈 것인가. 국민적 사랑을 받는 정치인은 어떻게든 흠집을 내려고 할 것이다. 이미 한명숙 총리가 생벼락을 맞고 있다. 맑은 하늘 아래서 말이다. 다음은 유시민이라고 한다. 이겨내야 하고 이겨 낼 것이다. 극복하지 못하면 자격 미달이다. 그러면 국민은 무엇을 할 것인가. 지도자를 누가 만들어 줄 것이라고 바라고만 있을 것인가. 지켜야 한다. 정신 차려야 한다. 지도자는 국민도 함께 만든다. 김대중 노무현 대통령도 그랬다. 국민이 사랑하는 지도자는 국민이 지켜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노무현을 지키지 못한 천추의 한을 다시 남긴다. 기억하고 싶지 않은 한 해가 간다. 2010년 1월 1일. 봉하 대통령 곁에 간다. 가서 무엇을 할 것인가. 통곡이나 하는 수밖에 뭘 할 수 있는가. 2009년 12월 3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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