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님, 새 해, 저희들의 눈물로 묘비를 닦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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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명 (前 대통령후원회장 / 서프라이즈 / 2010-01-01) 대통령 님. 어제 밤, 잠 좀 주무셨나요. 오늘 아침 걱정을 했습니다.
집 사람이 그러더군요. 그저 ‘눈물은 누군가를 위한 기도’라는 어느 시인의 말처럼 사람 몸에서 수분이 일정수준 넘어 빠져나가면 죽는다고 하던데 겁이 나서가 아닙니다. 아직은 할 일이 많이 남았다고 생각돼서 그럽니다.
요즘은 사는 게 사는 것 같지 않습니다. 하루에 피죽 한 끼를 먹어도 마음만은 편해야 하는데 언제 무슨 일이 생길지 도무지 불안하고 겁이 납니다. 하루하루를 시퍼런 작두 위에 서서 지내는 것 같습니다. 이명박 대통령이 정치보복 없는 대통령 문화를 만들겠다고 약속했다죠. 물어보지도 않았는데 자기 입으로 먼저 말을 했다죠. 지금 그 말 믿는 사람 있을까요. 말과 행동이 같아야 반듯한 사람입니다. 대통령 님 돌아가시고 지금 한명숙 전 총리가 당하는 것을 보십시오. 검찰과 언론이 손 발 마주 처가며 하는 짓은 정치보복 아니고 애들 장난인가요. 뇌물 줬다고 진술했다는 곽영욱이 결국 형집행정지가 되어 석방되었습니다. 설마 대가이기야 하겠습니까만 까마귀 날자 배 떨어졌네요. 대한민국 형법 126조 ‘피의사실 공표 죄’는 3년 이하의 징역이나 5년 이하의 자격정치에 처한다고 되어 있는데 이거 검찰이 모르나요. 이러면 사람 사는 세상이 아닙니다.
대통령님 보셨죠. 국민장 때 백원우 의원이 이명박 대통령한테 사과하라고 고함쳤습니다. 이 대통령의 당황하는 모습을 봤습니다. 화가 난 모양입니다. 그 모습을 대통령님은 어떻게 보셨습니까. 장례방해인가요. 전임 대통령이 부당한 핍박을 당하고 스스로 목숨을 끊었는데 할 말 없습니까. 여론조사 좋아하니 밑에 사람들 시켜 조사 한번 시켜보면 좋겠네요.
용산 남일당 화재참극이 타결됐다고 합니다. 다행입니다. 불 타 숨진 철거민들의 문제가 해결됐다고 언론들은 야단입니다. 35억인가요, 보상금도 준다네요. 장례도 치르게 됐다는군요. 이게 해결인가요. 국무총리 정운찬이 국민에게 미안하다고 하고, 서울시장 오세훈도 사과를 했네요. 지금까지 왜 질질 끌었나요. 그 때는 잘 했는데 이제야 겨우 잘못을 깨달았나요. 참 오래도 걸리는군요. 일 년입니다. 대통령이 죄송하다고 해야하는 것 아닌가요. 사람들이 그럽니다. 내년 지방선거를 망칠 수 있기 때문에 해 넘기지 않고 해결한 거라구요. 선거가 좋긴 하군요. 자주 해야 될 것 같네요.
사람이라고 다 사람이 아닙니다. 사람의 도리를 해야 사람입니다. 가장 양심적인 척 행세하던 인간들이 청문회에서 사람 아닌 게 들통 나서 발가벗는 꼴 봤습니다. 대학총장 했으면 뭘 합니까. 총리하면 뭘 합니까. 판검사를 했으면 뭘 합니까. 먼저 사람부터 돼야죠. 기본입니다.
너무 속상하는 말씀만 드려서 죄송합니다. 그러나 대통령 님 앞에서 하소연 하지 않으면 누구한테 합니까. 들어 주십시오. 4대강 안한답니다. 포기했다고 합니다. 그래서 정직해야 합니다. 도무지 예측할 수가 없습니다. “짐이 국가다”라고 한 루이14세가 자꾸 생각납니다. 이런 때일수록 대통령님 생각이 더욱 간절합니다. 이 대통령이 신년사를 발표했네요. ‘더 따뜻한 사회, 더 큰 대한민국을 만들자’고 합니다. 서로 나누고 서로 베풀어서 더 따뜻한 사회를 만들자는 것입니다. 누가 싫다고 합니까. 부자만 더 부자가 되고 따뜻하게 사는 사람만이 더 뜨끈하게 산다고 국민이 믿으니까 문제죠. 국회의장은 ‘상생의 정치를 실천해야 한다‘고 했습니다. 그래서 예산을 날치기로 통과시키고 노동법도 그렇게 했나요. 상생이 말로만 되나요. 여자가 애를 낳는다 해도 믿지를 못합니다. 대법원장은 ‘사회갈등 해소 위해 최선을 다하자’고 하는군요. 헌법재판소장은 ‘국민 신뢰받도록 노력 하겠다’고 합니다. 신뢰를 까먹은 걸 알기는 하는 모양입니다. 모두 빈 깡통 두드리는 소리로 들립니다. 입만 살았습니다. 저도 신년사 하나 발표할까 봅니다. 이건희를 사면했다고 시끌버끌 합니다. 죄 진 사람이 잘못을 반성하고 개과천선하면 사면도 해 줘야죠. 이건희가 개과천선했나요. 그래서 사면하나요. 평창 동계올림픽 유치를 위해 열심히 뛰라고 사면을 했답니다. 3년 징역에 5년 집행유예가 확정된 이건희는 4개월 만에 사면입니다. 외국에서도 말이 많더군요. 웃습니다. 신성한 올림픽이 오염됩니다. 배임, 조세포탈은 파렴치범이 아닌가요. 억지 사면시킨 파렴치범의 덕으로 올림픽을 유치한다면 나라 체면 많이 올라갈까요. 이게 올림픽 정신인가요. 올림픽 유치도 좋지만 국민의 상실감도 생각해야죠. 남들이 흉봅니다. 쪽 팔립니다. 국민이 창피합니다. 국민의 71%가 사면을 잘못했다고 합니다. 대통령에게 사면권이 있고 내가 대통령인데 왜 맘대로 못하느냐고 하면 할 말을 잃지만 사면 마음대로 하라고 대통령으로 뽑은 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국격을 높인다고 합니다. 나라의 품격을 높인다는 말이죠. 얼마나 좋은 말인가요. 사실 우리나라가 격을 높인 게 있습니다. 2차 대전 후 가장 빨리 민주주의를 이룬 나라라는 것입니다. 민중의 손으로 독재를 무너트린 것이 국격을 높인 것입니다. 파렴치범을 사면해서 올림픽을 유치하는 것은 결코 국격을 높이는 것이 아닙니다. 이제 다시 대한민국은 민주주의가 후퇴합니다. 인권이 무너집니다. 언론자유가 뒷걸음칩니다. 국민들이 두려움에 주위를 살피기 시작합니다. ‘국경 없는 기자회’는 한국의 언론자유가 2008년 47등이라고 발표했습니다. 2009년에는 69등입니다. 파프아뉴기니아가 56등이고 부탄이 70등입니다. 대한민국이 1년 사이에 22등이 떨어졌습니다. 이게 창피고 국격이 떨어지는 일입니다. 한국의 인권지수는 178개국 중 32등입니다. 꼴등 면했다고 자랑을 할까요. 1등을 하는 것도 있습니다. 자살률입니다. OECD 국가 중 1등으로 최고입니다. 한국의 벌거벗은 모습입니다. 국민 1인당 빚이 곧 4천만 원이 된답니다. 자랑할까요. 차마 입에 담기도 부끄럽습니다. 대한민국에서 가장 신뢰를 받는 언론인 정연주 KBS사장을 배임죄로 옭았습니다. 그러나 재판에서 무죄 판결이 나왔습니다. 잘못된 재판인가요. 정연주 사장은 독재정권 시절에 민주언론운동을 하듯 지금 투쟁을 하고 있습니다. 이게 대한민국의 현주소입니다. 정연주 사장도 오늘 대통령님을 뵈러 봉하에 함께 왔습니다. 언론의 꼴이 말이 아닙니다. 기자들이 얼굴 못 들고 다니게 됐습니다. 명동에서 한명숙 전 총리 탄압규탄 대회를 하는데 KBS기자 쫓겨나는 꼴 봤습니다. 저도 KBS에서 밥을 먹었기에 가슴이 저렸습니다. 정연주 사장 쫓아낸데 맛을 들인 정권이 이제 MBC 엄기영 사장도 쫓아내려고 합니다. 조자룡의 헌 창 쓰듯 합니다. 완전히 망나니 칼춤입니다. 신문 방송들 받아쓰기 하느라고 정신없습니다. 언론고시 필요 없습니다. 불러주는 대로 받아쓰는데 무슨 공부가 필요한가요. 한글만 깨치면 됩니다. 요즘은 '원전수주 했다'는 받아쓰기 경쟁입니다. 원전수주의 문제점은 상관이 없습니다. 그냥 만세만 부르면 됩니다. 아까운 인재들 다 망칩니다. 어쩌면 좋습니까. 오죽하면 새로운 노조를 만들겠다고 KBS 직원들이 들고 일어났겠습니까. 대통령께서 당선되신 후 KBS 노조위원장 하던 김영삼과 PD협회장 하던 이강택, 그리고 엄경철 기자는 준비위원장입니다. 대통령 님. 지금도 딱 한 가지 대통령님께 불만이 있습니다. 취임하시고 얼마 지나지 않아 말씀드렸죠. 언론은 검찰과 함께 반드시 개혁이 되어야 한다구요. 조중동을 말한 것입니다. 탄압이 아니라 법대로 개혁할 수 있었습니다. 대통령님은 괜찮다고 하셨죠. 이제 노무현이 대통령 됐으니 달라질 것이라고 했습니다. 어떻게 됐나요. 달라졌나요. 엎드려 눈치 보다가 덤벼들어 물어뜯었습니다. 그 때 검찰과 언론개혁을 했었다면 대통령님도 돌아가시지 않았습니다. 세상이 달라졌을 것입니다. 개꼬리 3년 묻어놔도 황모가 안 됩니다. 지렁이 오래 묵어 용이 되나요.
죄송합니다. 속상하실 말씀만 드렸습니다. 이제 우리 얘기 좀 하겠습니다. 부당하게 권력으로부터 핍박받는 한명숙 전 총리님. 우리 모두의 앞에서 싸우는 이해찬 전 총리님, 국민의 76%가 표적수사라고 합니다. 부당하다는 것입니다. 모함이라고 믿습니다. 비상대책회의에는 시민단체 대표들을 비롯해서 종교계 인사들이 모두 모였습니다. 독재정권 때 민주화 투쟁하던 분들입니다. 대통령님과 함께 하던 참모들이 전부 모였습니다. 부당한 정치탄압이기에 힘을 모아 싸우는 것입니다. 절대로 용서할 수 없습니다. ‘노무현재단’이 대통령님의 뜻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대통령님의 유고집인 ‘진보와 미래’ 출판기념회가 서강대 ‘곤지가 홀’에서 대통령님을 사랑하는 수많은 사람들과 함께 열렸습니다. 권 여사님이.....인사말....을 하셨습니다. "이 책은 대통령의 것이 아니라 대통령과 더불어 더 나은 미래를 꿈꾸었던 여러분의 것입니다. 이 책의 주인이라 생각합니다. 대통령이 미처 다하지 못한 말들이 책 밖에서 서성이고 있습니다. 대통령께서 혼자 감당하기엔 그 짐이 무거웠습니다. 진보의 미래가 여러분 모두였으면 합니다." 참았던 슬픔을 견디지 못하셨습니다. 모두 함께 울었습니다. 곳곳에서 흐느끼는 소리가 멎지를 않았습니다. 가슴이 무너지는 소리들입니다. 화면에 비치는 대통령님의 모습은 웃고 있었지만 그래서 더 슬픈 우리들의 가슴입니다. 이런 비극이 어디 있나요. 이런 비극이 다시는 이 땅에 일어나지 않도록 하는 것이 저희들의 할 일입니다.
궁금하시죠. 안희정이 바르게 살고 있습니다. 충남지사에 출마한답니다. 광재가 걱정이지만 똑똑하고 바른 사람입니다. 요즘 대통령님 묘역 가꾸기에 온 정성을 다 쏟고 있습니다. 원우는 지도자 수업을 잘 하고 있습니다. 글쎄 산을 타다가 발을 다쳐서 목발을 짚었습니다. 착한 윤태영이도 천호선이도 잘 하고 있습니다. 호선이는 이병완 실장과 함께 참여민주당 창당하고 만는 일에 열심입니다. 민주당에 희망이 없다고 생각하는 것이죠. 이재정 장관도 입당하고 유시민도 지도자로서의 덕을 쌓고 열심입니다. 국민의 기대가 큽니다. 모두들 힘을 모았으면 좋겠습니다. 강금원 회장은 열 가지 죄목 중 9가지가 무죄입니다. 희한한 검찰입니다. ‘강금원으로부터 용기를 얻는 사람하는 사람들의 모임’이란 긴 이름의 펜클럽이 생겼습니다. 줄여서 '강용사'입니다. 용욱이와 경수 최영이도 여사님 잘 모시고 일 잘합니다. 민주당 소식도 전합니다. 정동영이 입당을 하려고 애를 쓰더군요. 당헌당규에는 탈당한지 1년 이내에는 재입당을 못하게 되어 있답니다. 그런 거 모를리 없을텐데 당의장 하고 대통령 출마까지 한 사람이면 분별이 있어야죠. 정치를 처음부터 다시 배워야 할 것 같습니다. 아니면 접든지요.
저희들 마음의 고향인 봉하에 내려 왔습니다. 이해찬 한명숙 두 분 전직 총리와 대통령님을 사랑하는 많은 사람들이 함께 왔습니다.
봉하마을 주차장엔 이미 전국에서 수백 대의 차가 가득 주차되어 있고, 계속 밀려오는 차량의 물결이 가슴을 뭉클하게 합니다. 모두가 대통령님을 사랑하는 국민들입니다. 모두들 죄인 된 심정으로 대통령님을 뵈러 온 사람들입니다. 대통령님 묘역은 지금 공사가 한창입니다. 그 주위에 사람들이 구름처럼 모여 있습니다. 휠체어를 타고 오신 노인분, 한 송이 국화꽃을 손에 든 젊은 남녀.. 대통령님 앞에 눈물을 떨굽니다. 사저에서 여사님이 차려 주신 떡국을 먹는데 목으로 넘어가는 것은 떡국 반 눈물 반입니다. 대통령님 모시고 다 함께 떡국을 먹었다면 얼마나 맛이 있었을까요.
저희들의 체온으로 대통령님을 따스하게 해 드리고 싶습니다. 고개를 들어보면 저기 부엉이 바위가 있습니다. 원망스럽습니다. 왜 부엉이 바위가 저기 있었을까. 부질없는 생각입니다. 부엉이 바위에 대통령님을 오르게 한 죄를 누구한테 물어야 하나요. 치가 떨립니다. 민심이 천심이라고 합니다. 빼앗아 간 천심을 꼭 찾겠습니다.
제가 11월에 심장관련 수술을 받았습니다. 대단한 수술이 아니라고 했지만 별의 별 생각이 다 들었습니다. 왜 죽는 게 안 무섭습니까. 내세라는 것이 있어서 대통령님과 함께 하길 간절히 빌었습니다. 남모르게 숨어 혼자 우는 꼴이 뵈기 싫어 하느님이 대통령님 곁으로 데려다 주시려나보다 생각도 했습니다. 그러나 좀 더 살아 대통령님께 좋은 세상 찾아왔다고 기쁜 소식 드리고 싶습니다. 대통령님. 밀양에서 봉하로 타고 온 버스가 대통령님이 검찰에 나오실 때 타고 오신 버스랍니다. 제가 바로 대통령님이 앉으셨던 자리에 정연주 사장과 나란히 앉았습니다. 대통령님의 체온이 느껴집니다. 가슴이 멍멍합니다.
절을 올립니다. 발이 떨어지질 않네요. 이제 가면 다시 뵐 수 없을 것 같은 생각에 그냥 서 있습니다. 흉 볼 사람도 없으니 실 컨 울고 가렵니다.
이기명 ( 칼럼니스트, 前 노무현대통령 후원회장 )
덧글 : 서프라이즈를 사랑하시는 여러분들께. 새 해 모두 다 함께 ‘사람 사는 세상’을 만드는데 힘을 모아 주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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