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명숙 전 총리님. 당신이라고 부르겠습니다.
말도 많고 탈도 많은 세상 살기 힘듭니다. 남 잘 되는 거 못 보는 세상입니다. 세상사 잊고 사는 게 편합니다.
그러나 어디 세상이 꼭 그렇기만 한가요. 조순 시장의 말씀이 생각나는군요.
“나무는 가만히 있는데 바람이 자꾸 흔든다구요.”
그렇습니다. 나무가 클수록 바람을 많이 타죠. 가지가 많으면 더 말할 나위 있겠습니까. 당신에게 기대는 가지들이 너무 많습니다.
새 해 아침. 봉하에서 당신을 뵙고 다시 인사드립니다. 추운 날씨 건강 챙기십시오. 소중한 몸입니다.
긴 말 줄이고 바로 말씀드리겠습니다.
대한민국 땅에서 당신만큼 바르게 사신 분이 몇이나 되겠습니까. 깨끗이 사셨기에 흠집을 내려는 무리들이 많고 이번에 기획 조작된 검찰과 언론의 이른바 뇌물사건도 그것입니다.
믿는 국민 없습니다.
당신에게 한 점 흠이 없다는 것은 온 국민이 알고 하늘이 알고 땅이 알고 바로 조작모함을 한 당사자들이 더 잘 압니다.
한나라당이 지금 두려움에 떨고 있습니다. 당신의 서울시장 출마가 소름끼치게 겁이 나는 것입니다.
당신이 결심하면 누구를 내 보내도 필패이기에 무슨 짓을 해서라도 당신의 출마를 막아야 한다는 절체절명의 위기감에 빠져 있습니다.
국민들은 기억합니다. 노무현 대통령님의 영결식장에서 목메어 조사를 읽던 당신의 눈물과 오열을 기억하고 있습니다.
당신을 너무나 잘 알았던 노무현 대통령이지만 당신이 자신의 조사를 읽을 줄이야 어찌 알았겠습니까.
살아 계실 때 사석에서 제게 하신 말씀을 기억합니다. 자기에게 여성대통령을 지명하라고 하면 망설임 없이 당신을 선택하겠다고 했습니다.
오는 6월 2일. 우리 국민은 노예로 사느냐 주인으로 사느냐를 선택해야 합니다. 선택의 맨 앞줄에 당신이 서 있는 것입니다.
서울시민이 사람답게 사는 것은 바로 대한민국 국민들이 사람답게 사는 것입니다. 온 국민이 ‘사람 사는 세상’에서 사는 것입니다.
당신에게 지워진 이 무거운 멍에가 안쓰럽습니다. 그렇지만 다른 선택이 없습니다. 민주국민의 엄숙한 명령입니다.
당신은 힘들지만 옳은 선택을 했습니다. 우리는 성스러운 전쟁에서 반드시 이깁니다. 독재와의 전쟁에서 당신이 선봉에 섰기 때문입니다.
저는 늙은 몸입니다. 제 살날은 얼마 안 남았어도 어린 손주 새끼들은 ‘사람 사는 세상’에서 사람답게 살아야 하지 않습니까.
그 날을 당신이 마련하는 것입니다.
당신은 무겁고 고통스럽지만 최선의 선택을 하셨습니다.
2010년 1월 6일
이기명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