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총리의 봉하 방문은 참는 것이 좋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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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프라이즈 / 이기명 / 2010-01-07)
1991년 6월 3일. 당시 공안통치 종식을 외치며 시위를 하던 학생들은 명지대학 강경대군과 성균관대학 여학생 김귀정이 시위도중 경찰과잉 진압으로 숨지자 분노가 극에 달해 있었다. 정원식 국무총리 서리의 주위에서는 그의 외대 특강을 극구 만류했으나 그는 강행했고 결과는 학생들로부터 받은 밀가루 세례였다. 불상사는 예견되어 있었고 밀가루 세례를 받은 정원식 서리의 얼굴은 조선일보에 대문짝만하게 실렸다. 아주 잘 찍혔다.
<조선일보 91년 6월 4일자 1면> 국민들은 정원식이 죽는 줄 알았을 것이다. 학생들에게 우호적이었던 여론은 밀가루 쓴 사진 한 장으로 뒤집어졌다. 점쟁이가 아니더라도 분명히 예견할 수 있었던 사건. 정원식은 자신의 몸으로서 노태우 정권에게 충성을 다 했다. 살신성인인가. 진충보국인가. 언론은 연일 밀가루로 도배를 했다. 밀가루의 힘은 위대했다. "어른한테 저럴 수가. 사건을 예견한 것쯤은 별로 대견한 머리도 아니다. 초등학교 수준이다. 문제는 언론이었다. 기다리고 있지 않았는가. 예상한 수순이 아닌가. 세상은 조용해졌다. 원래 세상이 그런 것이다. 11일 세종시 수정안 발표 이후 첫 번째 나들이로 정운찬 국무총리가 봉하를 방문한다고 알려졌다. 노무현 대통령의 묘소도 참배한다고 한다. 아직 참배도 안했던가. 바쁘니까 그럴 수도 있겠지. 요즘은 바쁘지 않은가. 바쁘다. 엄청 바쁘다. 세종시 때문에 정신이 없다. 그런데도 방문한다. 이유가 있다. 참배다. 보고다. 기특한 이유다.
공정 무사한 언론인 연합뉴스의 기사를 인용했다. 걱정하는 국민들이 있다. 총리의 뜻이야 더 없이 갸륵하지만 국민들이 순수하게 받아드리겠느냐는 것이다. 막말로 누구 약 올리는 거냐고 화를 낼지 모른다는 것이다. 무슨 일이 벌어질지 누가 아느냐는 것이다. 벌어지면 어쩌느냐는 것이다. 총리의 방문이 더 없이 고맙고 황송하지만 상식이란 감정은 꼭 고맙게만 받아드리기 힘들지 않겠느냐는 것이다. 만약에 총리 일행에게 일부 무례(?)한 사람들이 약간의 실수라도 한다면 이 무슨 낭패인가. 말 만들어 내기 좋아하는 사람들은 이렇게도 말한다. 일이 벌어지는 건 바라던 일 아닌가. ‘ "전직 대통령님을 예우해서 세종시 문제를 원만하게 잘 해결했습니다." 라고 보고 드리러 왔는데 이게 무슨 불학무식한 짓이냐.’ 국민들이 떠들어 댈 것이다. 매를 때릴 것이다. 나라를 사랑하는 신문과 방송은 연일 대문짝만하게 보도를 한다. 별 수 없이 정운찬 총리의 봉하 방문은 노태우 시절 밀가루 사건의 재판이 되고 정 총리의 희생으로 골치 아픈 세종 시 문제는 조용히 끝!!
출처 : [서울만평] 2008. 06. 28 설마 이런 생각들을 할 리가 있는가. 그러나 설마가 사람을 잡는다고 한다. 결론이다. 정운찬 총리는 그냥 조용히 있는 게 좋겠다. 노무현 대통령도 반가워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된다.
이기명 칼럼니스트 # 이 칼럼은 저작권이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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