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세훈 시장님! 연예기획사 사장 어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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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프라이즈 / 이기명/ 2010-01-11)
오세운 서울시장이 벌리는 ‘한강 르네상스 프로젝트’ 라고 대답해 줬다. 대통령이고 서울시장이고 그저 파헤치는 데는 이력이 났고 혹시 두더지 띠가 아니냐고 친구는 웃었다. 문득 비싼 세금 걷어 돈 지랄한다던 택시기사도 생각났다. 어느 외국 학자가 여의도에서 한강유람선을 탄 후 잠실에서 내렸다. 이런 거 왜 타라고 했느냐며 실망스런 표정으로 물었다. 넓고 푸른 강물은 있는데 온통 회색시멘트 벽과 고층아파트, 굵은 다리 기둥과 돌출된 고가도로, 역사도 문화도 자연도 없다고 했단다. 다시 한강에 눈을 돌렸다. 원래 한강이 이런 곳은 아니었다. 서울에서 태어나 이 나리 될 때까지 살았고 서울을 안다고 감히 자부한다. 8ㆍ15도 6ㆍ25도 4ㆍ19도 12ㆍ12도 6ㆍ29도 김대중 노무현 대통령, 이명박 대통령의 당선도 서울에서 봤다. 현기증이 날 정도로 변해가는 서울이다. 어렸을 때 청계천에는 빨래하는 아낙네들이 많이 보았다. 정릉과 평창동 계곡에는 광목을 빨아 널어 말리는 풍경이 한 폭의 수채화였다. 자하문 밖 자두 밭에서는 빨간 자두가 익었다. 초등학교 때 소풍은 정릉, 우이동, 진관사, 뚝섬이었다. 뚝섬에서 나루를 건거 봉은사를 가면 최고의 소풍이었다. 강남은 배 밭이 장관이었다. 조선시대 중국 사신이 한양에 오면 선유도(신선 놀이터)와 ‘작은 해금강’이라고 불리던 ‘밤섬’을 구경하며 뱃놀이를 즐겼단다. 밤섬과 여의도 사이에는 십여 리가 되는 백사장이 있어서 시인들이 ‘눈인가 서리인가’하며 찬탄을 했다고 전한다. 노량진 한강 다리 밑에서는 빙상대회도 열렸다. 여름에는 보트를 다고 수영을 즐겼다. 지금 무슨 잠꼬대를 하느냐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한강을 나룻배 타고 건너다니고 싶으냐고 웃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시대의 변화를 거부하는 것이 아니다. 세상은 변하게 되어 있다. 변해야만 산다. 그러나 너무 지나치면 안 된다는 것이다. 이제 나라에 젖줄인 4대강을 마구 파헤치고 긁어내는 공사가 한창이다. 2년 안에 끝내겠다고 한다. 세월이 좀 먹는가. 숨 좀 쉬고 살자. 초가삼간을 지어도 그렇게는 안 한다. 일에는 순서가 있다. 더구나 지금은 국민이 주인이라는 민주주의 시대가 아닌가. 국민 무시하고 밀어 붙이기만 하면 장땡인가. ‘잉어가 뛰니까 망둥이도 뛴다.’는 속담이 있다. 듣는 오세훈 시장은 기분 나쁘겠지만 이명박 대통령이 청계천으로 재미 좀 보니까 오세훈 시장도 한강으로 재미 좀 보겠다고 한다는 것이다. 그렇게들 해석을 하고 그렇게 믿는다. 그래서 이름도 품위 있고 그윽한 ‘한강 르네상스 프로젝트’다. 르네상스란 말이 얼마나 멋있는가. 학교에서 르네상스를 배웠다. 르네상스는 프랑스어로 "재탄생" ‘다시’ ‘거듭 태어나다’를 의미한다. 문예부흥을 떠올리지만 여러 가지 복합적인 의미가 있는 멋진 말이다. 없어졌지만 인사동에 있던 고전음악감상실 ‘르네상스’는 문화의 요람이었다. ‘르네상스’를 거치지 않은 우리 예술인이 거의 없다고 할 수 있다. 이제 시련의 ‘르네상스’가 될 모양이다. 한강은 양면이 회색빛 시멘트로 화장한 채 황량하기 그지없지만 밤에는 휘황 찬란 눈이 부시다. 낮과 밤의 이중성. 이것이 한강의 재탄생인지 묻고 싶다. 이명박 대통령도 4대강을 파헤치는데 나라고 못할 것이 어디 있느냐고 생각하는 것일까. 나에게도 웅대한 꿈이 있지 않은가. 이명박 대통령은 청계천으로 꿈을 이루었으니 나는 한강으로 꿈을 이루겠다. 한강이다. 청계천과는 비교도 할 수 없다. 그 이름도 멋진 ‘한강 르네상스 프로젝트’가 아닌가. 그러나 웬만큼 해두자. 아무리 오세훈 시장의 ‘한강루네쌍스 프로젝트’가 탁월하다 해도 자연을 창조한 신의 능력에야 미치겠는가. 능력의 과신이다. 오버다. 오묘한 조화로 세상 만물을 창조하신 신의 능력을 훼손해서는 안 된다. 그래서 지금 열심히 재선홍보도 하지 않는가. 자신은 아니라고 할지 모르나 오늘의 오세훈 시장을 만든 것이 방송이라고 해도 틀린 말이 아니다. 방송을 잘했다는 평가를 들었다. 부담 없는 모습에다 방송의 인기를 발판으로 국회의원이 되었다는 평가도 있다. 서울시장도 그 덕에 되었다고 하면 억울하기도 하겠지만 전혀 근거가 없는 말도 아니고 또 억울해 할 필요도 없다. 방송 덕택이든 잘나서든 손해날 것이 없지 않은가. 더구나 대권 꿈까지 꾸고 있다는 오세훈 시장이라면 고맙다고 절이라도 해야 할 것이다. 유명해지면 자기 의사와는 상관없이 구설수에도 오르고 오해도 받기 때문에 처신을 각별히 조심해야 한다. 부적절한 처신으로 점수 다 까먹은 인사가 얼마나 많은가. 정운찬이다. 오늘 세종시 수정안 발표를 하는 모습이 왜 그리 안쓰러운가. 인간은 어떻게 처신해야 하는가를 역사적 교훈으로 남겼다. 오세훈의 인기가 꼭 방송 때문은 아니더라도 딱 잡아뗄 수는 없다. 솔직히 정치인의 방송 선호는 너무 끔찍해서 카메라만 비쳤다 하면 부모가 돌아가셨어도 웃는다고 한다. 며칠 전, 130년 만이라는 폭설이 내렸다. 서울 시내가 완전히 마비됐다. 전쟁이 벌어졌다. 오세훈 서울시장도 팔을 걷어 부치고 제설도구를 손에 들었다. 경찰청장과 수방사령관을 대동한 것도 좋았다. 이미지 관리에 도움이 되니까. 하얀 헬멧에 넥타이 매고 넉가래 들고 쟁쟁한 수행원도 따르고 그만하면 폼은 좋았다. 그러나 뭔가 어색했다. 눈 치우는 모습이 영 아니었다. 그런 자세로 눈치는 사람 없다. 이게 바로 사진 찍기 아닌가. 시민들 화났다. 만세까지는 몰라도 박수만은 쳤을 것이다. 신뢰를 잃었다. 게도 구럭도 다 잃었다. 손해나는 장사 했다. 이처럼 떡 먹듯 약속한 오세훈 서울시장이 삽질하는 모습을 보면서 시장좌판 펼치듯 도처에 홍보성 사업만 깔아 놓지 말고 진정 시민생활에 필요한 기본을 보여줘야 한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그러면 누가 재선을 반대하겠는가. 신뢰의 상실이다. 국민의 신뢰를 잃으면 정치는 끝이다. 그것이 얼마나 갈 것 같은가. 오세훈 시장도 이 점을 명심해야 한다. 수천 명의 시민이 모인 장례식은 눈물의 강이었다. 안 한 것보다 나으니 잘했다고 할 것인가. 좀 더 일찍 왔으면 벼락 쳤을까. 이래서 때를 놓친다는 것이 얼마나 손해인가를 알 수 있다. 위로인가. 진짜 위로인가. "1년 동안 길바닥에 있을 때는 쳐다보지도 않더니 이제 사진 찍으러 왔느냐" 적어도 제대로 정신 박힌 사람이라면 양심대로 행동했어야 한다. KBS드라마 아이리스의 총격전 촬영 때문에 서울의 도심 광화문이 완전히 봉쇄된 것이다. 12시간 동안이다. 34미터 철제구조물이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올라가고 있었다. 스노우보드 점프대회를 열기 위한 것이었다. 약 200톤의 인공눈을 사용됐다. 국위선양과 서울의 품격을 높이기 위한 대단한 행사였다는 것이 그들의 말이다. 며칠 뒤, 인공눈이 녹자 각목, 생수병, 비닐 포대의 추한 모습이 드러났다. 고의는 아니더라도 뒤처리는 깨끗이 해야지. 화장실 갔다 그냥 나오나. 그까짓 개구리 가제 버들치 좀 죽으면 어떠냐고 할 것인가. 어린이들이 한 여름 물놀이 좀 안 하면 어떠냐고 할 것인가. 오세훈 시장이 답답한 이유야 여러 가지겠지만 정치적 야심이 가장 큰 이유라는 것을 국민들은 지적한다. 소통령이라고 할 정도의 막강한 영향력을 가지고 있는 서울특별시장이야 말로 청와대로 가는 가장 빠른 길이라는 것은 누구라도 잘 알고 있으며 오세훈 시장이 가장 잘 알고 있을 것이다. 그러나 국민의 생각은 다르다. ‘론리 플래닛’이라는 세계 최대 여행안내서는 '2009년 세계 최악의 도시로 서울을 3위에 올렸다. 동메달이다. ‘정말 싫어하는 도시’로서 서울이 3위를 차지한 것이다. 여기 저리로 무질서하게 뻗은 도로들, 콘크리트 아파트 건물들, 심각한 공기오염, 숨 막히는 단조로움. 영혼도 마음도 없다. 한강을 누비며 수천 톤급 여객선이 떠다니는 것이 한강르네상스인가. 강을 망가트리면 재앙이 온다. 유럽에서도 망가진 강을 복원하는 공사가 진행된다. 그러나 옛날로의 복원은 가늠할 수도 없고 자금과 세월도 무한정이다. 한번 망친 자연은 말 그대로 영원히 망치는 것이다. 망친 자는 죽어 사라지지만 살아남은 후손들은 어쩌란 말인가. 한강에서 수영을 하자는 것도 아니고 청계천에서 빨래를 하자는 것도 아니다. 그저 답답하고 속상할 때 도도히 흐르는 한강을 보면서 시름도 함께 흘려보내고 싶은 것이다. 시장으로 뽑혔다고 대통령으로 뽑혔다고 이 나라의 산과 강과 우리 후손들의 삶까지 마음대로 하라고 허락하지 않았다. 심부름만 하라고 했다. 실패가 한 사람의 불행으로 끝이 나면 다행이다. 서울특별시장은 연예기획을 홍보하는 자리가 아니다.
2010년 1월 1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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