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정동영 의원의 복당과 민주당의 한계-

순수한 남자 2010. 2. 10. 19:20

-정동영 의원의 복당과 민주당의 한계-
번호 113179  글쓴이 이기명 (kmlee36)  조회 1727  누리 545 (550-5, 29:68:2)  등록일 2010-2-10 1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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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동영 의원의 복당과 민주당의 한계
부엉이 바위 위에서는 무슨 생각을 했을까

(서프라이즈 / 이기명 / 2010-02-10)


산마루 바위에는 거센 바람이 불고 뺨이 시리도록 춥다.
사람들은 예부터 이 바위를 ‘부엉이 바위’라고 불렀다.
추위 속 바위 위에 한 남자가 서 있다.

부엉이 바위는 이제 역사의 이름으로 남았다.
8백60만 국민이 흘린 눈물 속에 부엉이 바위가 있다.

내 몸처럼 국민을 사랑하던 노무현이 자결로서 삶을
마감한 바위이기 때문이다.

바위 위에 서 있는 남자. 정동영 의원이다.

2010년 2월 2일 오후.
바람 부는 부엉이 바위에서 정동영 의원은 무슨 생각을 했을까.
두 눈 아래로 노무현 대통령의 묘소가 보인다.

묘소를 내려다보면서 바위에서 몸을 던지던
그 순간의 노무현을 떠 올렸겠지. 그러면서 가슴으로 울었겠지.
그렇게 믿고 싶다. 아니 꼭 그랬을 것이다.

부엉이 바위에서 눈물짓지 않을
도척 같은 인간이 어디 있으랴.

대통령 소환 모습을 보며 미소 짓던 잘난 검사도 눈물을 흘릴 것이다.
아닌가. 그들에겐 미소만 있고 눈물은 없는가.

정동영 의원이 복당을 했다.
탈당했던 민주당에 복당을 함으로써 그는 이제
다시 민주당 소속의 국회의원이 된 것이다.

무소속이란 고단한 외로움을 벗어나
제1야당의 당당한 의원이 된 것이다.
당 대표를 두 번이나 지냈고 대통령 후보까지 올랐던 그가
민주당에 다시 돌아온 것이다. 고향으로 돌아온 것이다.

금의환향이란 말이 있다.
장원급제해서 어사화 꽂고 고향에 돌아오면 금의환향이겠지.

금의환향에는 잔치가 있어야 제 격이다.
떡 치고 술 빚고 춤추며 축배를 들어야 한다.
동구 밖 10리 길 마중 나가 무등 태워 맞이해야 한다.

전직 당의장이며 대통령 후보였던
정동영 의원을 한 목소리 거당적으로 환영해야 말이 된다.

그런데 왜 이런가. 요즘 말로 ‘거시기’하다.
‘거시기’란 말이 내포하고 있는 다양한 해석은
어쩌면 정동영 의원과 민주당의 한계를 잘 설명해 준다.

민주당은 당명을 거역하고 탈당한 정동영 의원을
곱게 받아들이지 않았다. 고울 리가 없다.
선거기간 동안 무소속 연대를 만들어 당을 공격했다.
고향을 짓밟은 것이다.

복당을 신청하면서 죄송하다고 했지만 원죄라는 것이
그렇게 쉽게 면죄되면 죄짓는 거 겁 안 낸다.
아무리 탈당을 했다지만 노 대통령을 비난하고
자신을 대통령 후보로 추대한 민주당을 비난한
사람을 어찌 고운 눈으로 봐 줄 수 있는가.
염치도 없고 도무지 제대로 된 철학이 없다.

복당은 뇌관이고 불씨다. 하지만 이제 도리가 없지 않은가.
경박하다거나 변신의 달인이라는 평가만 추가했을 뿐이다.

자신의 영향력 과신을 누가 탓하랴만 글쎄다.
자기 과신은 벼랑을 못 본다. 자기만이 추락하는 것이 아니라 
민주당도 함께 추락한다. 동반추락이다.

백 번 천 번 고민해야 한다.
정치에 입문 후 승승장구했다지만 과연 자신이
정도의 정치를 해 왔는지 돌아봐야 한다.
경험처럼 좋은 스승이 어디 있는가.

국민들은 민주당의 한계를 말한다. 뛰어봐야 벼룩이라는 것이다.
이번 정동영의 복당과 관련해서도 실망하는 국민들이 많다.
무엇이 당을 구하는 일인지 고민한 흔적이 안 보인다.
정말 못 보는가. 보고도 못 본 척하는가. 청맹과니인가.

정동영 의원은 조용히 좀 있어야 했다. 측근을 시켜 당을 겁박하고
들쑤셔 놓으면 입당이 되리라고 생각했고 실제로 됐다지만
과연 얻은 것은 무엇일까. 무엇을 얻었는가. 

사과를 백 번 하면 무슨 소용이 있으랴. 진정이 담기지 않은 사과는 교만이다.

당이 부를 때까지 기다렸어야 한다.
당이 불러도 더 반성한다고 사양했어야 한다.
지금 정동영 의원이 들어와서 해야 될 일이 과연 무엇인가.
자신이 6월 2일 지방선거에서 대단한 역할이라도
할 줄 아는 모양이지만 국민에게 정동영 의원의 약발은 이미 떨어졌고
할 수 있는 것은 자파 세력 공천을 관철하는 영향력 정도일 것이다.

이제 정동영 의원은 지나 간 사람이고 조용히 있는 것이
그가 할 마지막 봉사다. 땅에 떨어진 신뢰의 회복은 힘들겠지만
그 역시 자신의 몫이다.

민주당도 좀 그럴듯하게 대처했어야 했다.
겁에 질려 두 손 드는 패잔병이다. 그 꼴이 뭔가.
그렇게 해서 당이 뭘 얻으려는 것인가. 
국민에게 실망을 주기로 작심을 한 것인가.
도리 없이 다시 한 번 한계를 드러냈을 뿐이다.

이렇게 무원칙이 원칙을 대신하는가.
존재하는 것은 눈치뿐이다. 이로우냐 해로우냐 뿐이다.

굳이 탓해서 뭘 하겠느냐고 해도 전제는 있다.
최소한의 원칙은 지켜야 한다는 것이다.
국민이 조금이라도 이해해야 한다. 그러나 이건 아니다.

6월 2일. 국민은 이 날을 주시하고 있고 민주당이 사활을 걸고 있는 날이다.
걱정이다. 공천을 둘러싸고 얼마나 추잡한 싸움이 벌어질까.
결론을 내린 국민들도 있다. 자질은 간데 없고 세력싸움만 될 것이라는  것이다.
죽으려면 무슨 짓은 못하나.

국민에게 표를 달라고 애걸하기 전에 먼저 망한다.
이를 극복하지 못하면 선거는 하나마나 필패다.
민주당에게 기대를 걸고 있는 국민은 어쩔 것인가.
맞아 죽어도 할 말이 없다.

국민이 간곡하게 부탁한다. 딱 이번 한 번만 기득권을 접어라.
정동영 의원이 자신의 영향력으로 갈등을 제거한다면
국민은 박수를 보낸다. 그게 정동영 의원이 살아나는 길이다.
땅에 떨어진 자신의 품격을 높이는 일이다.

수십 번 노무현 대통령 묘소에 참배를 하고
부엉이 바위 위에 올라 반성을 해도
기득권을 던져 버리는 비장한 결단을 보기 전에는
절대로 국민은 민주당도 정동영 의원도 신뢰하지 않는다.
이것은 정동영이나 민주당이 다 같이 새겨야 한다.

원칙보다 강한 힘은 없다.
대통령도 국회의원도 정당도 원칙을 지키면 국민의 지지를 받는다.
민심은 그런 것이다. 정치인이 가장 소중하게 여겨야 할 철칙이다.
모르는가. 정말 모르는가. 무시하는가.

정동영 의원이 먼저 실천해 보라. 
민주당이 먼저 실천해 보라. 
 
그 다음은 처분을 기다리는 것이다.
 

2010년 2월 10일

이기명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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