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임덕'이 별건가. 지금 보이는 것이 '레임덕'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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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프라이즈 / 이기명 / 2010-02-07)
어느 날, 다른 학교 애들과 싸움이 붙었다. 당연히 대장이 멋지게 붙어 이겨 주리라고 믿었다. 우리는 대장 뒤에서 헛폼 잡고 승리의 만세를 부를 준비만 하면 되는 것이다. 어라. 어째 이상하다. 대장이 비실거린다. 전의가 안 보인다. 저럴 수가 있나. 기가 죽었다. 전투의지의 상실이다. 이유는 알 수 없다. 그러나 우리의 기대는 산산이 깨졌다. 오색 구름 위에 있던 대장은 쓰레기통으로 추락했다. 다음 날, 반에는 이상한 일이 벌어졌다. 대장 곁에 늘 붙어 있던 애들이 줄었다. 더욱 큰 변화는 애들이 말을 하기 시작한 것이다. 찍소리 못하던 애들이 입을 연 것이다. 대장이 들으라는 듯이 떠들었다. 대장이 별거 아니라는 것이다. 헛것이라는 것이다. 이 쯤 되면 그의 시대는 끝난 것이다. 대장이 위축되어 갔다. 힘이 빠졌다. 대장의 레임덕이다. ‘집권 3년차면 일할 수 있는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레임덕’이다 하는데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취임 첫날과 마찬가지의 각오로 임기 마지막 날까지 임할 것” 이명박 대통령이 한 말이다. 그렇게 하겠다는 소망이다. 어느 나라 대통령이라도 ‘레임덕’이라는 말은 되게 듣기 싫어한다. 당연하다. ‘레임덕’이 뭔가. '절름발이 오리'란 뜻이다. 임기말 권력의 힘이 빠진 정치인을 뒤뚱거리는 오리의 모습에 빗댄 것이다. 김영삼 대통령의 ‘레임덕’이 대표적이다. 완전히 산 송장이나 다름이 없었다고 할 것이다. 하기야 자기 못나서 그런 것이니 누굴 원망하랴. 요즘 심상치가 않다. 이명박 대통령도 ‘레임덕’에 대해서 꽤 신경이 쓰이는 모양이다. 레임덕에 대해서 언급하는 횟수가 많으면 바로 레임덕을 의식한다는 징조다. 물론 펄펄 뛰지만. 왜 이명박 대통령이 레임덕을 의식할까. 사람마다 직관이라는 것이 있다. 뭔가 바로 통하는 느낌이다. 레임덕은 내부로부터 온다. 이 대통령의 남북정상회담 발언과 관련해서 청와대 김은혜 부대변인이 마음대로 뜯어 고쳤는데 (김은혜는 의논했다고 하지만 의논한 것이 사실이라면 사표를 낼 이유가 없지) 이는 홍보를 넘어선 조작, 왜곡 논란을 불러왔다. 있을 수 없는 일이다. 거기다가 이동관 대변인은 대통령 발언을 "적당히 마사지 했다"고 하는데 언어의 부적절한 선택은 차치하고라도 대통령의 발언을 마음대로 ‘마사지’ 한다는 겁 없는 소행을 어떻게 이해해야 된단 말인가. 이동관 대단하다. '이 대통령과 마사지걸'이라는 아름답지 못한 추억을 다시 떠올릴 요량이었을까, 이동관 대변인이 당당하게 ‘마사지’ 발언을 한 것은 이 정도는 마음대로 해도 괜찮다는 오만방자한 생각이 있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든다. 그렇지 않고서야 어딜 감히. ‘늑대와 양치기 소년’의 우화가 회자되는 대통령의 처지를 조금이라도 생각했다면 이런 발언은 절대로 나올 수가 없을 것이다. 청와대가 엉망이라는 지적이 많다. 자기들 딴에는 대통령을 위한답시고 그렇게 했겠지만, 이건 영 아니올시다다. 대통령을 위하기는 커녕 시궁창에 빠지도록 밀어주고 있으니 말이다. 권태신 총리실장이 세종시가 원안대로 된다면 ‘사회주의 도시’가 된다고 한 말도 도무지 지각없는 망발이다. 이것이 대통령에게 무슨 도움이 되는 말인가. 대통령의 지도력만 떨어트리는 데 일조를 했다. 오죽이나 아니다 싶었으면 조선일보가 다 끼어들었을까. 조선일보는 권태신의 ‘사회주의’ 발언과 정운찬 총리의 ‘거덜’ 발언을 지적하면서 국민과 친박계와 야당의 반대로 세종시는 원안대로 갈 가능성이 크다고 했다. 그렇다면 총리와 권태신은 세종시가 자신들의 말대로 대한민국이 '거덜’ 나고, 쪽박을 차고 나라를 망하게 할 수도 있는 사회주의적 도시를 만들어 국가적 재앙을 불러오는 원인제공자가 된다고 꼬집었다. 가만히 놔두면 아무 문제도 없는데 왜 긁어 부스럼을 만드느냐는 것이다. 조선일보가 훈장질 할 정도로 지금 세종시에 매달리는 것이 바로 레임덕으로 끌고 가는 견인차 역할을 한다는 것을 알고나 있는지 문득 이명박 대통령이 불쌍하다는 생각도 든다. 세종시는 안 된다는 여론이고 6.2 지방선거도 안개다. 대통령을 보좌하는 사람이 할 말을 못하거나 안 할 말을 함부로 하면 기강이 서지 않는다. 대통령은 한 사람인데 밑에 있는 많은 참모가 저 마다 한 마디씩 하게 되면 국민은 누구 말이 옳은지 갈피를 잡을 수가 없고 결국은 누구의 말도 믿지 않는다. ‘잘들 해 봐라’다. 이명박 대통령이 레임덕에 대해서 강한 거부감을 보이고 레임덕을 용인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거듭 밝히는 이유가 서서히 밝혀진다. 레임덕은 자기가 오라고 해서 오는 것도 아니고 오지 말라고 해서 안 오는 것도 아니다. 국민이 마음으로 느끼는 것이다. 대통령도 그걸 안다. 지금 집권당 내부의 상태가 정상적이라고 하는 국민이 어디 있는가. 콩가루 집안이라고 해도 좋을 정도로 엉망이다. 날이 새면 ‘친박’,‘친이’가 얼굴을 붉힌다. 너무 점잖은 표현인가? 분명히 한나라당 국회의원들은 맞는데 말하는 것을 보면 이건 원수다. 이래가지고 나라 정치가 제대로 굴러가겠는가. 대통령의 정치가 정상적으로 돌아가겠는가. 정운찬 총리가 국회에서 한나라당 의원들한테 당하는 걸 보라. 대통령 측근이라는 의원들의 표정이 처량하다. 이걸 보는 국민들의 인식은 어떨 것인가. 박근혜 전 대표의 ‘신뢰’와 이명박 대통령의 ‘미래지향’이 서로 멱살잡이다. 친이계가 한 마디 하면 질세라 친박계가 반격이다. 세종시 법이 제출되면 통과는 어림없다는 의견이다. 날치기로 밀어붙이나. 쪽수가 돼야지. 그냥 공안권력으로 찍어 눌러서 조용한 것처럼 보이지, 국민들 가슴은 부글거리며 끓는다. 빚은 나라나 국민이나 자고나면 부풀고 신용불량자 딱지에 속이 뒤집힌다. 일자리 창출은 공약으로 내 걸었는데 느는 것은 실업자다. 어느 날은 무역흑자가 사상 최고라고 했는데, 하루 지나면 적자로 돌아섰다고 야단법석이다. 아니면 아니라고 솔직히 고백하고 국민에게 협력을 호소해야 한다. 그러나 이명박 정권이 하는 것은 그게 아니다. 대단한 배짱이다. 언론매체를 장악해서 거짓 홍보로 국민의 눈과 귀를 가리려고 한다. 한 두 번은 몰라도 어느 국민이 번번이 속아 넘어가는가. 신뢰도 1위였던 KBS가 지금 어느 지경에 이르렀는지 아는가. KBS가 ‘이렇다’ 하면 국민은 ‘아니다’라고 해석한다. ‘열린 음악회’ 꼴은 그게 뭐며 ‘미수다’는 뭐하자는 것인가. 그렇게 틀어대기만 하면 국민이 믿어주고 따라 주리라고 생각하는가. 홍보도 안 되고 욕만 먹는다. 게도 구럭도 다 잃는다. 이래서 낙하산 사장은 안 된다는 것이다. 공부 제대로 하고 똑똑하다는 KBS기자 PD들을 생각하면 가슴이 찡하다. 멀쩡한 남의 자식 데려다가 못쓰게 만드는 KBS가 너무 야속하다. 거기다가 시청료 올려 달라. 참 얼굴 가죽도 두껍다. 누굴 닮아 그런가. 지금 KBS ‘시사’프로와 뉴스 봤다면 바보 취급당하기 십상이다. 오죽하면 허수아비 노조 탈퇴해서 진짜 노조 해 보겠다고 따로 노조를 만드는가. 새든 노조에 가입한 얼굴들 보니 전에 프로 잘 만들던 얼굴이다. 왜 잘 하고 있는 MBC 엄기영 사장을 내 쫓지 못해 안달인가. PD수첩 무죄 판결 나지지 않았는가. 김우룡이 대단하다. MBC에 한 바탕 난리가 날 것이다. 아니라면 내 손에 장을 지진다. 어디 KBS뿐인가. 언론인이라고 어디 가서 명함을 당당하게 내 놓을 수 없는 세상이 됐다. 권력자의 기분만 살피는 언론, 정부도 언론을 장악해서 이제 만사형통이라고 생각한다면 착각이다. 국민이 있기 때문이다. 한 사람을 영원히 속일 수 있고 만 사람을 잠시 속일 수 있어도 모든 사람을 영원히 속일 수는 없다. 지금 비록 조중동을 비롯한 사이비 언론들로 해서 국민들이 혼돈에 빠져 있으나 이미 국민들도 깨어나기 시작하고 그것이 바로 레임덕의 출발이 된다. 신뢰가 쌓이면 ‘팥으로 메주를 쑨다.’고 해도 믿는다. 듣기 싫어도 들을 수밖에 없는 이 대통령 스스로 자초한 말과 행동과 신뢰의 붕괴. 선거 기간 중에는 당선되기 위해서라고 했지만 당선 뒤에는 왜 신뢰를 못 얻는가. 이제 신뢰에 관해서는 국민이 이미 포기를 한 상태라고 믿는다. 이제 어떤 말도 믿을 수가 없다. 왜 언론을 탄압하는가. 왜 민주인사를 탄압하는가. 절대로 아니라고 하면 절대로 그렇다고 국민은 생각한다. 일일이 열거할 수조차 없는 대통령의 신뢰상실은 지금 비록 대통령이라 할지라도 회복할 도리가 없다. 그럼 대책은 없는가. 있다. 없다고 하면 국민이 너무나 불쌍하다. 읍참마속이다. 엄정하게 일벌백계하면 된다. 모두 떠나면 어떻게 정치를 하느냐고 걱정을 한다면 걱정 안 해도 된다. 국민이 믿기 시작하면 모두가 지지자가 되어준다. 국민의 신뢰 이상으로 정치의 동력이 되는 것이 어디 있는가. 초등학교 교실의 대장이나 대통령이나 레임덕의 원인은 같다. 법을 어긴 애첩의 머리를 벤 중국 왕의 고사는 들어야 할 교훈이다. 택시를 타 보라. 그리고 이렇게 한 번 질문해 보라. “요즘 생활 좋아지셨습니까.” 그 다음은 바로 하차를 하는 것이 상책일게다. 왜냐면 바로 튀어나올 운전기사의 원색적 욕설을 감당하기 힘들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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