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한명숙 무죄’를 확실하게 입증해 주고 있다.
조롱받으면서 버티는 검찰의 초인적 인내력
(서프라이즈 / 이기명 / 2010-04-03)
재판정에서 판사나 검사나 변호인은 말을 골라서 한다.
특히 재판장과 검사는 서로 부를 때 신경을 많이 쓰는 것 같다.
한명숙 전 총리(이하 한명숙)재판을 지켜보면서도 같은 생각을 했다.
4월 2일 재판에서 놀랄 일이 벌어졌다.
“여보세요!”라고 재판장이 검사를 불렀다. 방청석에서 웃음이 터졌다.
검사들(권오성 부장. 이태관. 노만석)의 얼굴을 보지 않았다. 민망해서다. 본 사람 있으면 댓글 좀 달아 주길 부탁드린다. 검사들의 기분이 어땠을까. 얼마나 참기 힘들까.
판사가 절대로 의도하지는 않았겠지만 이건 재판장의 누가 뭐라는 마음이 드러난 것이 아닐까. 재판이 끝난 후에도 ‘여보세요’는 오늘 재판의 ‘하이라이트’였다.
한명숙 재판에 대해서는 국민들이 이미 판결을 내렸다고 믿는다.
검찰도 잘 알 것이라고 믿는다. 모르면 공부 헛한 것이다.
법은 상식이라 믿는다. 상식대로 살면 법을 어길 일이 없지 않은가.
검찰도 상식대로만 하면 욕먹지 아무도 욕하지 않는다. 정치검찰이란 말 듣지 않는다. 한 때 유행한 광고카피가 있었다.
“집 나가면 개고생이다.“
젊은 후배가 이렇게 바꾼다.
“나라 잘못 만나면 개고생이다.”
“대통령 잘못 뽑으면 개죽음이다.” 아닌가.
가슴이 멍해지면서 너무 슬프다. 왜 우리 국민이 이런 허무주의에 빠져 살게 되었는가. 신이 민주주의 교육을 이처럼 가혹하게 시키는가.
노무현 대통령이 그립다.
피고인석에 한명숙 뒷모습이 노무현으로 변하고 다시 한명숙으로 변하고 부엉이 바위가 떠오르고 노무현 장례식에서 울면서 조사를 읽던 한명숙의 젖은 목소리가 들리고 검사들에게 눈이 간다.
국민들은 검찰이 노무현을 부엉이 바위에 오르게 했다고 믿는다.
누구의 지시인지는 몰라도 무슨 짓을 해서라도 노무현을 법정으로 끌어내 온갖 개망신을 다 주고 걸레 같은 조중동이 중계방송을 한다. 이걸 견딜 수 있는 장사가 어디 있는가.
지금 한명숙이 당하고 있는 것도 바로 그것이 아닌가.
한명숙의 강인한 인내력과 불굴의 의지가 너무 존경스럽다.
검찰의 논고를 듣는다.
이미 국민들이 다 알고 있느니 말하기도 구차하지만, 다시 한 번 검찰의 모습을 보자.
검찰논고는 폐기처분될 전시용 가건물이다. 내용이 있을 수 없다.
정치적 흠집만 낼 수 있다면 되는 것이다.
성공했는가. 성공한 것이 있다. 민심을 잃는 데 성공했고 검찰이 얼마나 정치적인지 완벽하게 보여줬다. 그렇게 성공적일 수 없다. 재판장도 정치적 사건이라고 규정했다.
검찰의 공소사실은 설 자리를 잃었다.
검찰은 곽영욱이 공관에서 한명숙에게 5만 달러를 ‘건넸다’고 주장했는데 건넸다는 곽영욱이 ‘의자에 두고 나왔다’고 말을 바꿨다.
그래서 의자를 증언대에 세우거나 구속해야 한다는 기막힌 조롱이 나왔다. 다른 증거는 애초에 없었다. 건물을 지탱하는 기둥이 빠졌다.
재판장이 공소장 변경을 요구했고 앙앙불락 버티던 검찰은 고개를 숙였다. 수용했다. 이건 사법연수생에게 교육시켜야 할 필수 사례다.
무슨 약속이 있었는지 모르지만 왔다 갔다 하는 곽영욱의 진술을 듣고 있었을 검찰도 어지간이 속이 탔을 것 같다. 언제 말을 바꿀지 모르니 얼마나 불안하고 초조했을까. 곽영욱 역시 불쌍하다.
살려달라고 애걸하는 곽영욱이 불쌍하다. 오죽했으면 저 지경으로 망가졌을까. 사람을 저 지경으로 만들어 놓는단 말인가. 그럴수록 분노는 치솟는다.
검찰은 잿밥에 더 열중했다. 검찰이 물고 늘어진 골프리조트 이용이나 아들의 유학비용 등은 간접증거라고도 보기가 어렵다. 이것저것 다 안 되니까 확실하게 흠집만이라도 내자는 것으로 의심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하다.
검찰은 이번 한명숙 사건에서 체면 같은 것은 아예 생각지 않기로 한 듯 같다. 망신당하기로 작심한 것 같다.
공소사실이 특정되지 않았다는 초보적 잘못을 재판장에게 지적받았다.
공소장을 변경하는 치욕적인 수모도 겼고 마침내 공소장도 변경했다.
이쯤 되면 공소포기를 해야 검찰이 사는 것이다.
형사소송법에 어긋나는 신문을 하다 제지를 당하고, 왜 수사를 하느냐는 저의를 의심받는 공개적 힐난도 몇 번씩 당했다.
급기야 “여보세요”라는 호칭변경 체험까지 했다.
이런 치욕은 법과 정의를 무시하고 정치적 계산에 급급한 ‘주문수사’의 당연한 업보인 것이다.
골백번 말하지만 정직하게 살기가 그렇게도 힘이 드는가.
이명박 정권이 출발부터 지금까지 걸어 온 길을 보면 이건 마치 ‘거짓말 대행진’이다.
이렇게 감추기를 좋아하고 이토록 거짓말을 잘하고 그리고 그 거짓이 통하리라고 믿는 정권은 건국 이래 없었다는 생각이다.
천안함 침몰사건도 왜 이리도 못 밝히는 게 많은가.
영원무궁토록 감추는 게 가능하다고 생각하는가. 감추는 것 속에 침몰원인이 있는데 그렇다면 영원히 침몰원인은 바다 속에 있어야 한다는 것이 아닌가. 다른 생각하지 말고 내 자식이라고 한 번만이라도 생각하면 이 짓은 못한다.
한명숙의 최후진술을 했다.
"재판이 끝나가는 지금까지도 제가 왜 피고인으로서 이 법정에 서 있어야 하는지를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
한명숙은 알고 있다. 서울시장으로 당선될 가능성이 가장 높은 한명숙을 매장시키자는 것이다. 흠집이라도 내자는 것이다. 그 흉계가 드러났다. 아닌가.
"총리를 지냈으면 훨씬 엄격한 도덕성을 요구받아야 당연하지만, 뚜렷한 증거도 없이 추정과 가정을 바탕으로 기소 당해야 한다는 현실은 참으로 참기 어려운 일이었다."
한명숙은 검사를 보고 말했다.
"피고인석에 앉아 검사들을 바라보며 왜 저를 그렇게 무리하게 잡아넣으려 했는지, 왜 저에 대해 그토록 망신을 주고 흠집을 내려 했는지, 대체 어떤 절박한 상황 때문에 그렇게 했는지를 마음속으로 묻고 또 물었다."
"학생의 신분으로 미국에서 조용히 공부하며 지내는 아이마저 깨끗하지 않은 돈으로 유학생활을 하는 것처럼 알려지는 등 상처받았을 마음을 생각하면 엄마로서 한없이 미안하다."
"진실을 밝히기 위해 최선을 다했고 결백을 입증할 소명이 이루어졌다고 생각한다" "정의와 진실이 반드시 이긴다는 믿음을 확인할 수 있게 해 달라."
한명숙에게 내린 검찰의 징역 5년 구형. 그러나 국민은 무죄다.
이래서는 안 된다. 아무리 부도덕한 정권이고 정치검찰이라 할지라도 이래서는 안 된다.
언론탄압, 4대강 파괴, 세종시, 안상수의 명진스님 탄압, 천안합침몰원인 은폐.
국민의 분노를 무엇으로 감당하겠는가. 심판이 기다리고 있다.
2010년 4월 3일
이 기 명(전 노무현후원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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