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기자가 진실을 쓰지 않으면 국민은 폭탄이 된다

순수한 남자 2010. 4. 8. 16:31

기자가 진실을 쓰지 않으면 국민은 폭탄이 된다.
번호 130218  글쓴이 이기명 (kmlee36)  조회 1739  누리 630 (630-0, 25:84:0)  등록일 2010-4-8 10:39
대문추천 42


기자가 진실을 쓰지 않으면 국민은 폭탄이 된다.
무관의 제왕인 줄 아는가. 부끄러움부터 배우자.

(서프라이즈 / 이기명 / 2010-04-08)


왜 언론을 증오하고 기자들을 규탄하는가.
국민들은 기자와 언론이 자신들을 대신해서 말해 주길 바란다.
그것이 기자의 의무이고 사명이라고 생각한다.

그걸 제대로 안 한다. 그걸 제대로 못 한다. 그래서 요구하고 안 들으니 미워할 수밖에 없다. 뭐라고 대답 좀 해 보라.

지겹다. 기자를 입에 올리고 욕하는 것도 이제 진정 넌덜머리가 난다.
‘쇠귀에 경 읽기’라는 생각도 든다. 돌 지난 손자 놈 앉혀놓고 그만큼 말을 하면 알아들었을 것이다.

그런데 왜 글 질인가. 왜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집착하는가.
이미 기자이기를 포기하고 먹고 사는 데 매달리는 월급쟁일 뿐이라고 생각하지만, 그들 역시 이 더러운 시대의 피해자란 연민 때문이다.

기도하는 마음이다. 그래도 혹시나 하는 소망 때문이다.
편히 살다 죽으려면 글 좀 그만 쓰라는 늙은 아내의 애원도 못 들은 척 이 짓을 멈추지 못하는 것은 기자만이 세상을 바꿀 수 있다는 일말의 희망 때문이다.

글을 쓰면서 미안한 마음 금할 길 없다. 존경하는 기자들 얼굴이 보인다. 올바른 기자들이 얼마나 많은가. 언론을 위해서 몸부림치는 기자들이 얼마나 많은가. 그들이 지금 얼마나 고통을 당하고 치열하게 싸우고 있는가. 자신과 가족들의 고생을 알면서 온몸으로 싸운다.

MBC가 파업을 했고 그 힘든 조건 속에서 SBS도 파업을 가결해 놓았다. 힘든 가시밭길 헤치며 쟁취했던 언론자유가 다시 숨이 넘어간다. 도로아미타불이 된 언론을 살려내기 위해 분연히 다시 일어섰다.

임종 직전에서 천신만고 쟁취한 피와 눈물의 결과인 민주언론을 다시 지키기 위해 생계유지도 어려운 조건 속에 신명 기자의 사명을 다하고 있는 얼굴을 기억한다.

이 글을 읽으며 얼마나 억장이 무너질까. 내 억장 또한 무너진다.

정말 미안하다. 조중동을 비롯한 쓰레기들이 세상을 지배하고 언론권력에 아부 아첨하는 정상배들이 조중동을 등에 업고 발호하는 현실은 청탁을 구별하지 않고 도매금으로 기자들을 매도하게 만든다. 모진 놈 곁에 있다가 벼락 맞는 격이다.

언론이 입을 닫고 눈을 감으면 국민은 불구가 된다.
언론이 진실을 외면하면 국민은 폭탄이 된다. 언제고 터진다.

새빨간 거짓말도 기자들이 부채질을 하면 거대한 화염이 되어 진실을 불태워 버린다. 사회정의를 파괴하는 범죄다.

1950년대 미국을 휩쓸었던 매카시의 광풍도 보수언론이 부채질을 했다. 미국의 언론은 매카시의 충실한 개 노릇을 하며 잘도 짖어댔다.

닉슨을 미국 대통령 자리에서 끌어내린 워터게이트 사건도 진실을 밝히려는 입사 9개월의 ‘봅 우드워드’와 ‘칼 번스타인’ 기자들의 불퇴전의 기자정신이 이루어 낸 언론사의 금자탑이다.

자유당 독재정권의 부정선거를 폭로한 것도 언론이었다. 마산 앞바다에서 최루탄이 눈에 박힌 채 떠오른 고등학생 김주열의 처참한 모습을 보도한 것도 독재에 항거한 한국 언론이었다.

백지투표 올빼미 표 가락지 표 등 가지각색의 부정선거를 폭로한 것은 당시의 정론지였던 동아일보와 경향신문이었다.

군부독재의 보도지침을 폭로해 한국 언론의 처참한 실상을 세상에 알린 것도 한국일보의 김주언 기자였다.

유신독재 밑에서 동아일보 180여 명의 기자들은 ‘자유언론실천선언’을 했고 이것은 민주언론을 위해 자신의 모든 것을 건 기자들이었다. 국민들은 백지광고로 그들을 격려했다.

중앙일보 사주인 홍석현이 구속될 대 “회장님 힘내세요!” 구호를 외친 것도 기자들이었고 그들은 언론사주의 노예임을 선언한 기자의 자화상이었다.

90년대 KBS와 MBC의 민주언론 투쟁도 기자들이 주인공이었다. 이들의 장렬한 투쟁으로 이 땅의 민주언론은 살아났다. KBS의 중앙 홀. 민주광장을 가득 메운 직원들은 목메게 민주언론을 외쳤고 그 과정을 눈물로 지켜본 국민들이었다.

MBC도 치열했다. 낙하산 사장들을 출입도 못했다.
손석희가 구속되어 차에 실려 가며 웃는 모습도 보았다.
구속된 정찬형과 최문순의 당당한 얼굴이 떠오른다.

민주언론이 꽃피는 시대는 사라지지 않을 것이라고 믿었다.
그러나 그것은 잠시 머물다 간 봄 햇살이었다. 이를 갈며 참여정부를 씹어대던 조중동은 이명박 정권이 들어서자 다시 노예근성을 아낌없이 들어냈다. 세상 만난 듯 곡필을 휘둘러댔다. 언론통제의 주역이라는 믿는 인물 역시 기자출신이다. 최시중 이동관 신재민이다. 도둑질도 알아야 한다는 말이 맞는가.

비위에 거슬리면 좌빨이었다. 왜곡보도의 하수인들이 말한다. 무슨 도리가 있느냐고. 목에 칼을 들이대며 굴종을 요구하고 말 안 들으면 잘리는 데 내 마누라 자식들 먹여 살릴 것이냐고 한다.

YTN에 구본홍이 낙하산을 타고 하강했다. 노종면을 비롯한 민주언론을 지키는 기자들과 치열한 투쟁이 벌어졌다. 그리고 YTN은 무너졌다.

KBS의 정연주 사장은 죄도 없이 쫓겨났다. 쓸개 없는 기자들이 다시 노예를 자청했다. 대통령 특보인 김인규가 사장으로 내려왔다.

정연주와 김인규를 비교해 보았는가.
비교하는 것조차 정연주에게는 모욕이다. 정말 노는 꼴들이 가관이다. 김재동이 잘리고 윤도현이 잘리고 김미화도 목이 간당거린다.

다음은 MBC다. 지금은 미국으로 야반도주하듯 출국한 김우룡이 총대를 메고 얌전한 엄기영은 물러났다. 공식평가에서 꼴찌를 한 청주 MBC 사장 출신인 김재철이 사장이 됐다. 기자 출신이다.

지금 MBC는 파업이다. 왜 파업을 하는가. 기자들은 잘 알 것이다.
이해도 할 것이다. 동참하지 않은 기자들도 파업을 하고 싶을 것이다. 그러나 못한다.

이유는 잘 안다. 내 목 날아가면 끝이다. 얼마나 무도한 정권인가.
군사독재 시절에 선배들을 보지 않았는가. 눈 감으면 된다. 숨죽이면 된다. 회유와 협박을 견뎌내기가 얼마나 힘들까.  

무관의 제왕이라는 보검을 누가 쥐여 주었는가.
부정과 비리를 폭로하고 진실보도를 하라는 국민의 성원이 아닌가.
가슴속으로나마 사과해라. 미안하다는 표정이라도 지면서 살아야 한다. 너무 뻔뻔하지 않은가.

앞에서 머리 숙이니까 존경해서 그러는 줄 아는가.
조소를 느끼지 못하는가. 인간 취급도 안 하는 그들의 모멸을 읽을 것이다.

그렇다. 국민은 무섭다. 남의 탓하지 말라. 이해를 기대하지 말라. 기자이기 때문에 비난을 받는 것이다. 기자가 기자 노릇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권력의 시녀 노릇을 아주 충실하게, 남보다 더 잘 아부할 수 있는지 기를 쓰기 때문에 비난을 받는 것이다.

조중동 기자들에게 물어보자. 기자들이 가장 선호한다는 정치부 기자들에게 묻자. 진정 사실대로 공정하게 기사를 쓴다고 믿는가.

자식들에게 아내에게 자신 있게 대답할 수 있는가.
있다고 하면 벼락 맞을 거짓말이다. 국민이 하늘이라고 하지 않던가.

자신이 쓴 기사를 일주일만 검색해 보라. 얼마나 사실대로 보도했는가. 얼마나 정치권력의 시녀로 철저하게 봉사했는가. 얼굴을 들지 못할 것이다. 고맙다는 인사는 받았는가.

자유당 독재, 유신독재 때는 촌지를 받았는데 지금은 그런 것이 다 없어졌는가. 특권을 얻지는 않았는가. 가슴이 답답할 것이다.

4대강의 진실은 제대로 보도하는가. 불러주는 대로 써 주는 대로 보도하지는 않는가. 세종시는 어떤가. 학교 급식은 어떤가.

국민들은 진실을 알고 싶다.
설사 진실이 밝혀지지 않는다 하더라도 얼마나 충실하게 보도하느냐를 국민은 안다. 상식이다. 국민은 상식으로 판단한다.

배알도 간도 쓸개도 없이 독재정권에 아부 아첨하며 기생하던 기자들의 얼굴을 생생히 기억하고 있다. 그들이 지금도 준동하고 있다. 당당하고 뻔뻔하다. 그들에게서 배우는가.

며칠 전 YTN 청와대 출입기자가 리포트를 했다.
‘대통령이 진정성을 가지고 충청도를 방문한다’는 것이다.
자신을 대변인으로 착각을 하는가. 이걸 리포트라고 하는가.
이런 것은 이동관이나 박선규의 몫이다.

한마디 충고를 했더니 꿀 먹은 벙어리다. 알기는 아는 모양이다.

연합뉴스가 가관이다. 황제가 된 기분인 모양이다.
이렇게 가다가 종착역에서 무엇이 기다리는지 생각하면 소름이 끼칠 것이다.

그들은 지금도 신나게 활보한다. 그들이 행복해 보이는가. 부러운가.
지금 언론민주화 투쟁을 하고 있는 동료 기자들이 어리석게 보이는가.

기자들이 할 일은 오만방자한 정권이 아무리 폭압을 가해도 그들의 생존이 5년임을 일깨워 주는 것이다. 절반이 지났다. 금방 간다.

기자들에게 순국을 하라는 것은 아니다.
사실대로만 쓰라는 것이다. 과장 왜곡하지 말라는 것이다.
사실대로 쓰지 않으면 유언비어가 난무한다.

천안호 침몰의 진상을 밝히는 기자회견을 보면서 답답하다.
아 아 저들은 누구의 자식인가. 저들의 눈물이 바로 국민의 눈물이다.
진상을 알았는가. 밝혀진 것은 ‘이유를 모른다’는 것뿐이다.
이것을 국민이 어떻게 받아 드릴 것인가. 믿으라는 것인가.
군소리들 말고 믿으라는 것이다. 발표했으니 믿으라는 것인가.

기자들이 국민의 의구심을 풀어줘야 한다. 바다 속에 들어가라는 것이 아니다. 그들의 능력으로 충분히 밝힐 수 있다고 믿는다. 의지만 있다면 말이다.

인간을 설득하는 가장 훌륭한 무기는 바로 정직이다.
지금 이명박 정권이 곤욕을 치르는 것도 정직하지 않고 신뢰를 잃었기 때문이다. 거기에 힘을 보탠 것이 조중동을 비롯한 언론이고 기자라고 생각한다.

이제 국민의 신뢰를 회복시키는 일차적 책임은 이명박 정권에게 있다. 다음은 언론이다. 기자다.

기자들이 진실을 외면하고 권력의 하수인이 되면 유언비어는 난무한다. 유언비어는 폭탄이다. 폭탄이 터지게 하면 절대로 안 된다. 정권도 국민도 공멸이다.

기자라고 예외일 수는 없다. 어떻게 책임질 것인가.
두렵지 않은가.

 

2010년 4월 8일
이 기 명(전 노무현후원회장. 예비역 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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