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한 가닥 마지막 희망의 끈마저 앗아가려는...

순수한 남자 2010. 8. 6. 21:09

한 가닥 마지막 희망의 끈마저 앗아가려는...
번호 190477  글쓴이 이기명 (kmlee36)  조회 1126  누리 346 (351-5, 19:41:1)  등록일 2010-8-6 16:30
대문 33


한 가닥 마지막 희망의 끈마저 앗아가려는...
그래도 이를 악물고 매달리는 이유는

(서프라이즈 / 이기명 / 2010-08-06)


우리 국민의 애국심을 점수로 매기면 몇 점이나 나올까. 이렇게 질문을 던지고 나니 웬일인지 서글픈 생각이 든다.

50년 대 외국에 유학 간 학생들이 태극기를 보고 눈물진 얘기를 많이 들었다. 그 시절 국제 경기에서 승리해 애국가가 울릴 때 중계아나운서의 목소리가 떨리고 방송을 듣는 국민들은 울었다.

복잡할 것 없다. 서러움 많은 백성이기에 마음이 여린 것일까. 부모도 못난 자식에게 더 마음이 간다고 한다. 그때 국민에게 이 나라는 못난 자식으로 느껴졌을 것이다.   

이스라엘의 애국심은 정말 대단하다고 혀를 내두른다. 독하다고까지 한다. 이유는 나라 없이 당한 한 맺힌 설움 때문이다. 우리 국민들의 애국심은 몇 점이나 될까.

어려운 시절에 부도 맞은 회사가 있었다. 부도란 회사가 망했다는 것이다. 뿔뿔이 흩어지게 마련이다. 그러나 이 회사 직원들은 흩어지지 않았다. 월급도 없는 회사에 출근해서 회사를 살리는데 땀을 흘렸다. 그들의 회사 사랑은 지극했다.

얼마의 세월이 흘렀을까. 회사는 다시 살아났다. 경영이 정상화되고 다시 월급봉투를 받는 날, 사장도 직원도 모두 부둥켜안고 울었다. 아름다운 사랑이었다.

거창한 얘기는 그만두자. 정치가 잘못되는 것을 느끼면서 국민들은 속이 상한다. 미움이 싹튼다. 사람들이 하는 일이고 정치인도 사람이니 잘못을 할 수도 있다. 문제는 마음이다. 병들어 가는 국민의 마음을 치유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희망을 심어 주는 것이다. 사랑이 사라져 간다.

1997년 IMF라는 낯선 이름의 재앙이 이 땅을 덮쳤을 때 국민들은 뭐가 뭔지도 몰랐다. 회사에 다니던 남편은 실직자가 됐다. 여기저기서 회사가 쓰러졌다. 실업자가 넘쳐 흘렀다. 거리에는 방황하는 노숙자들의 힘없는 발걸음이 애처로웠다.

가정은 박살이 났다. 가족은 뿔뿔이 흩어졌다. 그런 속에서 국민들이 일어났다. 나라 빚을 갚자고 자식들의 돌 반지까지 들고 나왔다. 사랑이었다. 나라 사랑이다. 아무 조건도 없었다. 무조건 나라를 살려야 된다는 생각뿐이었다. 이것이 바로 나라를 지탱하는 힘이다. 그래서 국가는 국민을 사랑해야 하는 것이다.

흔히 가깝고도 먼 것이 부부 사이라고 한다. 그들을 묶어 놓는 끈은 사랑이고 사랑은 신뢰다. 신뢰가 깨지면 사이가 벌어지고 사랑이 식어 간다. 서로의 관심이 없어진다.

미움도 사랑이라고 한다. 사랑이 없으면 미워할 필요도 없다.

정치가 화제의 오르면 열들이 오른다. 비판도 하고 욕도 한다. 그 바탕에는 무엇이 있는가. 기대다. 좀 나아지겠지 하는 기대다.

기대가 사라지면 비난도 없다. 집에서도 버린 자식에게는 관심이 없다. 기대가 없으니 욕도 하지 않는다. 정치는 어떤가. 이제 정치는 화제가 아니다. 미움이다. 관심이 없다. 기댈 것이 없다. 

잊혀진 사랑이 가장 불행하다고 한다. 가끔 방송에 파탄 직전에 있는 부부가 출연한다. 얼굴에 나타난다. 서로가 관심이 없다. 그럼 끝난 것이다. 서로가 잊혀진 것이다.

국민과 국가의 관계는 어때야 하는가. 국민이 국가를 신뢰하고 국가가 국민을 사랑하고 배려하면 더 이상 좋을 수가 없다. 지금 우리는 어떤가. 국민과 국가를 연결해 주는 끈은 무엇인가? 신뢰인가, 배려인가, 사랑인가, 미움인가?

대통령 선거 때 이명박 후보가 가지고 있는 그 많은 문제점에도 불구하고 국민은 그를 선택했다. 존경이 아니라 ‘그래도’하는 기대라고 생각한다. 전과 14범이라는 상대의 비판과 BBK 동영상을 보면서 국민들은 무슨 생각으로 그를 선택했을까.

민주당 후보의 함량 미달이 가장 큰 원인이다. 또 한 가지는 과거는 묻어두자는 관대한 생각이다. 앞으로 잘만 하면 된다는 생각이다. 그렇기만 했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고소영과 강부자 내각. 취임한지 불과 몇 달에 미친 소 너나 먹으라면서 촛불이 전국을 덮었다. 축하의 촛불이 아니다. 대통령은 관저 뒷산에 올라 참회를 했다. 진정 참회를 했는가. 국민의 마음은 멀어져 갔다.

500만 명의 국민이 눈물을 흘린 전직 대통령의 억울한 죽음은 국민의 마음을 좀 더 멀리 떠나게 했다. 국민이 요순시대를 요구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최소한 국민이 믿을 수 있는 정부를 그리워할 권리는 있지 않은가.

세종시. 4대강. 그리고 계속되는 정부의 독선과 독주. 실업자는 늘어나고 대학을 나와도 취직자리는 없다. 88만 원 세대라는 말이 일상처럼 되어 있다.

어느 나라에도 부자와 가난한 국민은 있다. 우리도 그렇다. 어느 정부도 가난을 해결하지는 못한다. 그럼 왜 지금 가난한 국민의 상처가 유독 깊어 가는가. 공평하지 않다는 것이다. 억울하다는 것이다. 열심히 일하는데 왜 이 지경이냐는 것이다.

집권자는 국민을 속일 수 있다고 생각할지 모른다. 잘못 생각했다. 국민은 다 안다. 언론을 교묘하게 통제하고 억압해도 국민은 안다. 뉴스를 보면 저게 거짓이라는 것을 안다. 그러면서 분노한다.

천안함이 침몰했다. 왜 이렇게 오랫동안 시끄러운가. 국민이 답답하다. 납득이 안 된다. 왜 정부발표를 믿지 못하느냐고 하지만 안 믿어지는 데야 어쩌란 말인가. 국민들의 책임인가.

4대강은 국가의 운명과 직결된 문제다. 왜 임기 안에 다 해치워야 된단 말인가. 국민은 속이 상한다.

정치권력의 거짓말은 이제 하는 자나 듣는 국민이나 모두 면역이 되었다. 그것이 집권자들에게는 더없이 좋은 줄 모르겠다. 과연 그럴까. 

정책의 잘못은 어느 정부에서도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이명박 정부에는 잘못 이전에 근본적인 문제가 있다. 진실과 애정을 담지 않았다. 일회용이고 면피용이다. 그때뿐이다. 희망이 없다. 사랑이 없기 때문이다. 국민에게 사랑을 주지 않고 희망을 주지 않는 정부의 미래는 무엇인가.

이제 대통령이 무슨 말을 해도 그 말의 의미를 해석할 필요를 국민은 느끼지 않는다. 이유는 국민들이 잘 알 것이다. 역시 집권여당의 말 역시 마찬가지다.

나라로부터 버림받은 국민이라는 것을 느낀 국민들이 많으면 국가의 미래를 위해서도 국민을 위해서도 불행한 일이다.

4.19때 총을 쏜 정치권력이 국민에게 요구할 수 있는 애국심이 있었을까. 총알이 날아 오는 속에서 독재타도를 외치며 시위를 하는 국민들이 자기 일신의 영화를 위해서 목숨을 내놓았는가? 애국이다. 사람답게 살겠다는 원초적 본능이다.

광주 5월 항쟁에서 목숨을 잃은 시민들이 부귀영화를 위해 투쟁을 했다고 하면 벌 받는다. 본질은 애국심이다.

국민은 나라를 위해서 별로 한 것이 없더라도 이 땅에 태어난 순간부터 나라로부터 보호받고 살 권리가 있다. 많은 것을 원하지 않는다. 사람다운 대접을 받아야 한다는 것이다.

친서민 정책이 얼마나 좋은가. 서민은 가난하다. 친서민 정책은 가난한 국민들을 위한 정책이다. 이명박 정권이 매일 목청을 높이는 친서민 정책의 바로 옆에는 한 개의 몇천 원씩 하는 무와 배추가 나란히 있다. 식당에 가서 김치 깍두기 좀 더 달라고 하기가 미안한 서민들은 친서민 정책이 도무지 낯설다.

물가는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오른다. 빈 아파트는 몇만 채라고 하는데 서민들은 집이 없다. 가난 구제는 나라님도 못한다는 옛말을 뇌이면서 위로를 받아야 하는가. 그러나 국민의 박탈감과 상실감은 어쩌는가. 5조 원을 벌었다는 재벌과 문을 닫는 중소기업은 서로 아무 관계가 없는 것인가. 재벌은 재주가 좋아서 돈을 버는 것이고 망한 중소기업은 재주가 없어서인가. 국민들은 그렇게 생각하는가.

▲ 이포보 농성 현장 ⓒ 민중의소리

국민은 4대강 개발을 반대한다. 환경운동가들만이 아니다. 지식인과 작가, 성직자들까지 입을 모은다. 수질 개선, 수량 확보, 홍수 예방이란 허구다. 창조와 자연의 섭리를 거스르는 짓이다. 허연 배를 들어낸 체 강물에 뜬 물고기들은 분명히 살해된 것이다. 그러나 대통령은 흔들림이 없다.

경남지사 김두관과 충남지사 안희정의 말은 끊임없이 왜곡된다. 그렇게 함으로서 김두관과 안희정의 신뢰를 떨어트리려는 것이다. 모두가 계산된 폭력이다.

반대자에게 협박도 서슴치 않는다. 언론은 박정희, 전두환 두 독재 시절을 떠올리는 침묵의 시대로 가고 있다. 언론이기를 포기한 조중동은 야권 단체장의 말을 왜곡한다. 이건 정상적인 세상이 아니다. 억압의 종말은 무엇을 가져올 것인가.

4대강은 반드시 이명박 대통령의 재임 기간에 해야 될 일인가. 자신의 생각만이 절대 선인가. 국민은 이해할 도리가 없다. 

리비아에서 간첩활동을 하다가 탄로가 나서 우리 대사관 직원이 쫓겨났다. 리비아가 약 10억 달러(1조 1680억 원) 규모의 토목공사를 해줄 것을 우리 정부에 요구해 왔다고 전한다. 정부는 부인한다. 그런데 리비아에 대한 경제원조설이 나온다. 도무지 믿을 수가 없다. 국민을 정신병자로 만들 작정인가. 믿을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다.    

서해에서 훈련을 한다. 최대의 작전훈련이라고 하는데 정말 이게 국민을 위해서 하는 훈련인지 납득이 안 된다. 국민을 보호하기 위해서 훈련을 한다는데 오히려 전쟁의 위험을 느끼는 국민이 많은 것은 어인 일인가. 국민의 정부 참여정부 때는 전쟁 걱정 없이 살았다. 왜 이명박 정권 아래서는 전쟁 위험이 생기는가. 왜인가. 그때는 소통이 있었고 지금은 소통이 없기 때문이다.

죄 없는 국민이 사찰을 받는다. 이건 독재국가에서나 있는 일이다. 독재라면 펄펄 뛰겠지만 그 외에는 해석할 방법이 없다. 독재적 발상인 사찰은 인간의 마음을 황폐화 시킨다. 폐허로 만든다.

급기야 사회원로 100명이 대통령의 하야를 권고한다고 한다.

사회원로가 권력자는 아니다. 그러나 국민이 존경하는 나라의 어른이다. 이들이 대통령과 국민 간의 이별을 권고하는 것이다. 이별하는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다. 남녀 간의 사랑도 그렇다. 이별이 얼마나 슬픈 것인가. 그러나 아무리 사랑하려고 노력해도 안 되는 경우가 있다. 그러면 사랑을 거두는 수밖에 없다.

쌀값이 떨어져 대란이 날 것이라고 한다. 쌀을 저장할 창고가 없다. 70만 톤이 동물 사료로 사용한다는 말도 나온다. 하늘이 무섭다. 북한에서는 굶어 죽는 사람이 있다고 한다. 북한의 아사자와 남한의 동물사료가 될 수 있는 쌀. 인간인 것이 부끄럽다.  

두렵다. 무섭다. 누가 뒤를 밟지 않는가. 누가 전화를 도청하지 않는가. 겁이 난다. 독재시대에 느끼던 공포다.

실제로 이인규의 공직윤리지원관실에서 사찰한 인원을 수천 명에 달한다고 한다. 이런 공포의 시대가 다시 올 줄을 누가 알았겠는가.

국가의 빚이나 국민의 빚이나 눈덩이처럼 불어나 치여 죽게 생겼다. 수출은 최고조고 경제는 세계 상위권이라는데 국민의 생각은 왜 이리 다른가. 물가가 오르고 공공요금은 경쟁하듯 인상된다. 이를 보고 박수를 쳐야 하는 국민인가. 

국민의 자존심이 만신창이가 된다. 과연 우리가 주권국가인지 의심케 한다. 무슨 약점이 잡혔기에 이 지경인가. 국민의 정부와 참여정부 때는 안 하던 짓인데 왜 지금 이러는 것인가. 마치 우리 국민의 운명이 미국에게 달렸다는 착각을 하게 한다.

▲ 로버트 아인혼 미국 국무부 대북제재조정관이 2일 서울 용산 주한 미국대사관 공보관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한국에 대해 대이란 제재 적극 동참을 요구하고 있다. ⓒ연합뉴스

미국이 이란 제재와 관련해서 미국과 이란 중에 양자택일을 요구했다고 한다. 고민? 없다. 하라면 한다. 미국이 하라면 하는 것이다. 죽으라면 죽어야 하는가. 대통령은 미국 앞에서 표정관리 좀 해야 한다. 국민들 자존심 상해서 못살겠다고 한다.

아직 국민은 끈을 놓지 않고 있다. 마지막 남은 한 가닥 희망의 끈을 붙들고 있다. 제발 이 끈을 놓지 않도록 해 주기 바란다. 국민이 끈을 놓는 순간 불행은 모두의 것이 된다. 칼럼을 쓰고 다시 읽어보니 슬퍼진다. 

국민을 기만한 죄는 시효가 없다.

나중에 후회를 해도 소용이 없을 것이다.

2010년 8월 6일

이  기  명(전 노무현후원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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