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야당 찍었다. 북한으로 쫓아 낼 생각인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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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프라이즈 / 이기명 / 2010-07-26) 더위를 먹은 탓이겠지. 처음 기사를 읽고 눈을 의심했고 다시 확인을 하고는 머리가 아득했다. 드디어 세상이 이 지경까지 이르렀구나. 이건 국민을 국민으로 생각하는 말이 아니다. 이건 국민을 국민으로 여기지 않겠다는 선언이나 다름없다. 하노이에서 들려 온 대한민국 고위 외교당국자란 사람의 말은 국민을 적으로 돌렸다. “젊은 애들이 전쟁과 평화냐 해서 한나라당을 찍으면 전쟁이고 민주당을 찍으면 평화고 해서 다 넘어가고 이런 정신 상태로는 나라를 유지하지 못한다.” “그렇게 좋으면 김정일 밑에 가서 어버이 수령 하고 살아야지.” 선풍기 틀어놓고 잠시 머리를 식히고 찬물에 세수하고 다시 한 번 생각해 보자. 이게 말인가. 정부의 고위 당국자라는 사람이 외국에 나가서 기자들 앞에서 할 소리인가. 혹시 술 취해서 실수한 것은 아닌가. 이것은 이해의 문제가 아니고 실수의 문제가 아니고 정부 고위당국자의 기본적인 인식의 문제다. 국민의 기본권인 선거에서의 국민의 선택권을 부정하는 발언을 듣는 국민들의 마음은 참담함을 넘어 너무나 비통하다. 어쩌다가 나라가 이 지경에 이르렀는가. 고위당국자는 야당을 찍은 젊은 층들을 사실상 친북주의자로 매도했고 비난의 근거는 바로 야당을 지지한 것이다. 야당 역시 친북세력이라는 말이 된다. 이 사람의 생각대로라면 이들 친북주의자들은 국가보안법에 처벌대상이 되는 친북세력이 될 것이다. 야당을 찍은 국민은 젊은이들뿐이 아니다. 나도 야당을 찍었다. 그러나 나는 친북세력도 아니고 북한에 가서 김정일과 함께 살고 싶은 생각은 눈곱만큼도 없다. 그런 나에게 왜 북한에 가서 살라고 하는가. 한나라당도 인정하듯이 지방선거에서 참패한 원인 중에는 천안함 사건을 꼽을 수 있다. 정치적으로 활용하려다 역풍을 맞은 측면도 있다. 천안함 사건을 서둘러 발표하고 위기의식을 조장한 북풍몰이가 오히려 유권자들의 반발과 심판을 받은 것이다. 헌데 이것을 국민들의 왜곡된 인식으로 돌렸다. 국민들의 정서를 유념하는 생각은 조금도 없었다. 심판은 지극히 당연하다. 집권여당으로서 속이 상할 것이다. 그래도 할 말이 따로 있다. 지난 6·2선거에서 야당을 지지한 수백만의 국민을 친북주의자로 몰아 버린다면 대한민국은 어떻게 된단 말인가. 대책이 무엇인가. 젊은이들은 모두 북한으로 쫓아 버리면 되는가. 이것이 한나라당의 한계인가. 지금 레임덕 얘기가 너무나 자주 나온다. 그 이유를 아는가. 바로 이런 정신 못 차린 고위공직자들이 있기 때문이다.
망발을 한 정부 고위당국자는 지난해 4월에도 국회에서 마이크가 켜진 줄 모르고 야당 의원에게 “여기 왜 들어왔어, 미친놈”이라는 욕설을 했다가 곤욕을 치른 바도 있다고 한다. 심지어는 한미 자유무역협정 비준 동의안을 놓고 설전을 벌이는 의원들을 보고 “이거 기본적으로 다 없애버려야 해”라고 국회의 존재의미를 부정하는 발언도 했다. 불쌍한 생각이 든다. 이렇게 인물이 없는가. 생각할수록 답답하다. 한나라당을 지지하지 않으면 친북세력이라는 발상이 사라지지 않는 한 소통은 없고 국민화해는 영원히 이루어지지 않는다. 지난 6.2 선거에서 그렇게 심판을 받고도 아직 정신을 차리지 못한 것 같다. 무슨 얼굴로 표를 달라는가. 진짜 심판을 받아야 할 모양이다.
2010년 7월 26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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