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메라를 처음 구입하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우선 자신의 가족사진을 먼저 찍게 된다.
그런데 몇 번 그러고 나면 좀 그럴싸한 무언가를 찍고 싶어지는데 어떤걸 찍어야 할 지 곤혹스럽기까지 하다. 그러다 이것 저것 닥치는대로 찍게 되는데 대부분 이런 과정을 거쳐서 자신이 좋아하는 사진 분야를 찾기 마련이다.
그런에 이러다 보면 아주 중요한 것을 놓쳐 버리는 경우를 허다하게 본다. 바로 카메라를 구입하고 처음에 한 일 가족사진을 찍는 일을 잊어 버린다는 뜻이다.
뭐 거창하게 작품을 한답시고 가족사진 같은건 눈에 들어오지도 않게 되는데 그게 크나큰 착각이란 뜻이다. 사진으로 밥벌어 먹고 사는게 프로라면 모를까 아마추어에게 가족사진보다 더 중요한 사진이 또 있을까하는 생각이 든다.
가령 인물사진에 매력을 느껴서 자동차 전시회를 찾아 다니면서 예쁜 레이싱모델들을 아무리 잘 찍어본들 자신에겐 아무런 의미가 없는 사진인 것이다. 이렇게 말하면 아니라고 항변할 사람이 많을 것이지만 사실이 그렇다. 천하에 둘도 없을 예쁜 모델사진이라도 자신에게 무슨 소용이 있을까? 비록 잘 못찍어서 초점조차 잘 맞지 않는 사진이라도 자신의 가족사진은 자신에겐 아주 소중한 것이다.
특히나 아이들은 금방 자라버려 그 소중한 시간들이 오래가지 않는다. 아이들의 순간 순간의 기록이야 말로 가장 소중한 사진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카메라를 좋아한지 40년이 다되어 가는 지금에야 절실히 느끼고 있는 점이다. 이젠 훌쩍 커버려 사진 찍히려고도 하지 않을만큼 성장한 아이들을 보면서 나는 젊흔 시절 아주 소중한 것을 간과해 버렸다는 후회가 많이 된다.
비록 못생겼어도 내자식은 예뻐보이는 법이다. 소중한 자신의 아이 사진, 언제까지나 젊음을 유지하지 못하는 아내사진을 열심히 찍어 본다면 그 보다 더 보람있고 가치있는 사진이 없는 것이다.
결혼하지 않은 총각은 애인 사진을 열심히 찍어보자. 애인 사진을 모델사진처럼 잘 찍어보려고 고민하고 노력하다보면 어느새 사진 실력이 부쩍늘어 있을 것이다. 그냥 단순히 기념사진 찍듯이 하지 말고 보그잡지라도 구입하여 그기엔 모델 사진을 어떻게 찍었는지 연구하여 보면서 정말 잘 찍어보려고 매달려 보라. 나는 젊은 시절 그런 아주 평범한 진리를 깨닫지 못했을까 후회가 막급이다.
그리고 카메라를 들고 단지 열심히 찍다보면 작가가 되겠지하는 헛된 생각은 아예 버려라. 작가는 아무나 되는게 아니고 작품 또한 아무나 만드는게 아니다. 인터넷 동호회 갤러이에서 몇번 일면에 올라가고 댓글이 수십개씩 달리기 시작하면서 작품이 좋다고 부추겨 주면 자신도 모르는 사이 자신이 무슨 작가가 된줄 착각하는 분들을 자주 보곤 하는데 작가도 아니고 그분이 찍은 사진이 그렇다고 작품도 아닌 그냥 좀 잘찍은 사진에 불과한 것들이 대부분이다. 물론 그러다가 작가가 되지 말라는 법은 없다. 하지만 무척이나 어려운 일이라는 이야기를 하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내친 김에 또한가지 덧붙이면 무슨 착각에 사로잡혀 역사적인 사명감이 있는 것처럼 이제 곧 사라질 과거의 모습을 기록하여야 한다고 봉천동 언덕의 뒷골목을 누비는 사람들이 있다. 하지만 그러한 다큐멘터리 사진은 그렇게 쉽게 되는 것도 아니고 그러한 작업을 하는 전문작가들이 이미 우리나라에 넘쳐나며 그많은 언론사 사진기자들도 기록하고 있으니 나중에 역사적으로 희귀한 자료가 되겠지하는 착각도 버려야 한다. 그리고 외국인 노동자나 소외받은 사람들에 대해 사진을 찍어려는사람들이 있는데 그건 아마추어가 할일이 아니다. 이런 사진들을 작가적인 마인드와 깊은 철학이 없이 단지 의욕만 앞세워 사진을 찍어 보겠다는 어줍잖은 생각도 버리기 바란다. 이렇게 말하면 너무 하다고 말할지 모르지만 지금까지 느낀 점들이고 이제 사진을 시작하는 분들에겐 정말 당부하고 싶은 말이다.
자신의 아이 사진이나 부인의 사진을 또는 애인의 사진을 정말 잘 찍어보려고 노력해보라고 권유하고 싶다. 이세상에 자신보다 그들을 더 잘 찍을 수 있는 조건에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설사 아무리 유명작가라 하더라도 말이다. 가족사진에서 자신의 실력을 갈고 닦다 보면 무언가 자신이 좋아하는 사진분야가 보인다고 말해주고 싶다. 그것이 근본이고 시작이다.
사진이 예술의 한 분야가 되는 것도 사실이지만 사진의 기본은 기록의 수단이라는 것이다. 가장 평범한 가족사진이지만 그것이 그 가족에게는 가장 소중한 역사의 기록이 되는 것이고, 그다음이 자신이 좋아하는 사진을 찍는 것이 취미이며, 그 다음이 좋은 사진을 찍어서 작품을 만드는 것이다. 그런 경지에 올라야 비로서 사진작가라 할 수 있는 것이다. 대부분의 경우는 사진이 좋아서 그냥 사진 찍는 것 자체를 좋아하는 것일 뿐이고, 더러는 사진을 잘 찍지 못해도 사진을 찍는 도구인 카메라 자체를 좋아하는 것 또한 취미라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마치 시간을 보는 시계를 좋아하고 그것을 모으는게 취미인 것과 마찬가지로 말이다.
물론 실력이 쌓여서 훌륭한 작품이 될 수 있는 수준에 이르면 더할나위 없이 좋은 일지만 그게 그렇게 쉽지는 않고 아무나 되는 일이 아니기에 일반적인 사진이라도 잘 찍어보자고 하는 말이다.
작품이고 예술이고는 먼 훗날의 이야기이고 우선은 자신에게 가장 가까이 있고 또한 자신이 가장 잘 찍을 수 있는 조건이 갖추어진 가족사진부터 잘 찍어보자는 이야기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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