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프

[ 노무현의 운명, 그리고 우리들. ]

순수한 남자 2010. 9. 21. 16:28

[ 노무현의 운명, 그리고 우리들. ]
번호 201323  글쓴이 이민재 (shangus0917)  조회 622  누리 404 (404-0, 20:50:1)  등록일 2010-9-21 00:49
대문 27


노무현의 운명, 그리고 우리들
(서프라이즈 / 이민재 / 2010-09-21)


고단한 출근길, 안치환의 목소리로 민중가요를 듣는다.

‘청산이 소리쳐 부르거든 나 이미 떠났다고, 기나긴 죽음의 시절 꿈도 없이 누웠다가 나 이미 큰 강 건너 떠났다고 대답하라’

가만가만, 이 노래를 누가 지었지?

나는 사실 알고 있었다. 이 노래는 양성우 詩人의 대표적인 詩이다. 이른바 유신의 시절, 겨울공화국 필화사건으로 교직에서 파면되었던 한때의 유명한 詩人이었다고 한다. 그랬던 그 저항 詩人은 이회창을 적극적으로 대통령 후보로 밀더니, 지난 대선 이명박 캠프의 핵심 인물로 지금은 한국간행 윤리위원회의 위원장으로 일하고 있다.

지난 대선, 한국 저항시인의 대표적인 거물이었던 김지하가 손학규를 추대해나가자 그는 한 언론사에 기자회견을 하며 역정을 내었다고 한다. 김지하가 하면 민주화고 내가 하면 정치냐는 식으로 말이다.

글쎄 내가 볼 때는 어째 다 고만고만한 군상들로 늙어가시는 듯 한데, 어찌 되었든 나는 그런 양성우의 이름 모를 콤플렉스까지 기억하며 매일 아침 출근길에 그의 詩를 노래로 듣는다.

따지고 보면, 그 한편의 詩가 무슨 상관이랴? 하물며 그 노랫말이 무슨 대수랴?
그렇기로서니 더 이상 읊지 말소냐? 부르다 말 일인가?

어디 그 사람뿐이겠는가?
하나 둘, 처세에 따라 환경에 따라 변할 수밖에 없는 것을…….

그래서 항상 어딜 가나 사람이 문제다. 사람이 문제임과 동시에 사람만이 희망이다. 내가 우리 대통령님을 떠나보내고, 은연중에 개인 스스로가 진보해야 한다는 확신을 가지게 된 것은 그리 틀린 확신이 아닌듯싶다.

지금 민주당의 전당대회를 보니 그렇고, 진보매체의 갈지자를 보니 그렇고…. 어쩌면 누구나 각자 나름대로의 현실이 있고 상황이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그것은 그 나름대로 삶, 이 가을 단풍이 들고 나면 메말라 버린 낙엽처럼 뒹구는 푸석진 하나의 껍데기와도 같을 삶…. 배신을 논한들 허무할 뿐이다. 그저 슬픔이 통째로 한켠에 밀려들 뿐이다.

진보냐? 보수냐? 좌인가? 우인가?
누가 진보고, 누가 보수며, 누가 좌파고, 누가 우파인가?
네가 중요하지 않더냐? 너라는 하나의 존재가 소중한 것 아닌가?

사실 따지고 보면 우리들의 삶 속에 이분법이라는 건 없다. 명확하지도 않고 분명하지도 않다. 그렇다고 도식화되지도 않는다. 이건 그냥 살아보면 안다. 흘러가는 것이고 만나는 것이고, 돌아보게 되고 그리워하는…….

내가 극단주의를 혐오하는 것은 바로 이런 허무한 귀결 때문이다. 포기하지 말아야 할 무언가가 있어야 한다. 그런 게 바로 자존감이다.

아무리 세상이 역겨워도 내가 틀리지 않았다는 것.
틀리지 않았기에, 그 결 그대로 자신의 인생을 완성시켜 나아가는 것.

그렇게 세상과 대화할 수 있는 사람.
어느 순간일지 모르겠지만, 자신의 전부를 내걸며 응전할 수 있는 용기.

나의 대통령 노무현은 그런 삶을 살다 가셨다.
천만인의 가슴에 고동치는 그리움으로 떠나가셨다.

우리나라를 해방 전후부터 뒤집어 살펴보고, 현 시대성을 따라 총론적인 입장으로 더듬어보게 되면 보수네 진보네 이런 얘기들은 참 허무하다. 친일은 청산된 적 없었고, 독재가 청산되지도 않았다.

책임질 줄 아는 어른이 없었고, 지도자가 없었다.
그런 지도자는 그저 사라져 갈 뿐이었다.

비겁한 교훈은 득세를 했고, 누가 누구와 얽히고설키며 살든 말든, 그래서 닮아가든 말든 폭력은 정당화되었고 부패는 용인되어 왔다. 잘못된 특혜와 특권은 우리 아이들의 꿈이 되어, 재능과 노력이 아닌 연줄과 파벌 그리고 연고에 기대어가는 서글픈 이 시대의 슬픈 자화상으로 남겨지게 되었다.

얼추 따져보면 이러한 우리들의 모습들이 거의 100년사다. 우리는 그렇게 살았고, 또 그렇게 살아나가도록 강요된다.

나는 어쩔 수 없이 친일을 했던 사람들이 이 땅에서 죽어야 한다거나, 독재 시절에 절대적인 힘 앞에 존재했던 그들이 추방당해야 한다는 생각은 하지 않는다. 다만, 그들이 계속 누려왔고 또 앞으로 누리려 하는 잘못된 특혜와 특권적 횡포는 사라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하여, 수구독재 잔존세력은 이 땅에서 정치를 하면 안 되는 것이다.

정통성이 성립될 수 없기 때문이다.
가치가 사라지기 때문이다.
헌법이 조롱당하기 때문이다.
민주주의가 이 땅에 곤두박질 치기 때문이다.
인간의 존엄이 무시당하기 때문이다.

그저 흘러온 대로 마냥 흘러가는 대로 살아가 본들 무엇이 채워지던가?

노무현은 이 고단한 100년사의 질곡을 끊어내고자 했다. 그 잘난 언변과 조잡한 글질이 아닌, 그의 삶으로 인생으로 그리고 운명으로 스스로를 완성시켜 증명하려 했다.

노무현이라는 사람은 달랐다고,
노무현은 틀리지 않게 살아서 성공했다고,
노무현 그 자신이 바로 그 증거라고…….

도도했던 역사의 장강(長江)을 스스로 헤집고 거슬러 정치와 정론과 삶이 일치했던 한 사람 노무현.

우리는 또 다른 시대를 새롭게 살아내야 한다.
우일신(又日新) 하며 당당하게, 자신에게 주워진 책임과 권리를 반듯하게 누려야 한다.

그것이 노무현의 운명이다.
바로 우리 자신들의 운명이다.

 

이민재


원문 주소 - http://www.seoprise.com/board/view.php?table=seoprise_12&uid=201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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