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는 것도 중요하다. 하지만 어떻게 사느냐가 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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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프라이즈 / 이기명 / 2010-09-23) 추석 날 아침 눈을 뜨자 제일 먼저 생각난 것이 있다. 내가 앞으로 몇 번이나 추석을 맞이할 것인가. 아무리 의학이 발달했다 해도 분명한 것은 살날이 많이 남지 않다는 것이다. 지난날을 돌아본다. 어떻게 살아왔는가. 잘못도 많다. 지금 그걸 고백한들 뭘 하는가. 뉘우치고 그 때문에 상처받은 사람이 있다면 용서를 구한다. 살아온 날보다 살아갈 날이 더 중요하다. 개 같이 살아갈 인생이라면 더 살아 뭘 하지. 소름 끼친다. 차라리 빨리 죽는 게 낫지. 죽는 날까지 하늘을 우러러 윤동주의 ‘서시’ 중 한 구절이다. 저런 자세로 인생을 살면 대단하다. 그러나 자신이 없다. 그저 큰 죄 짓지 않고 사람답게 살기를 바란다. 글을 쓰고 살아왔다. 좋은 글을 쓰고 못 쓰고는 내가 판단할 것이 아니다. 욕 많이 먹는다. 칭찬도 듣는다. 별로 신경 안 쓰고 살았다. 내 판단이다. 나의 판단이 기준이 된다. 양심대로 공정하게 썼는가. 공정이 가장 필요로 하는 것이 글이다. 어떤가. 공정하다고 자신하는가. 자신의 글로 해서 남에게 억울한 상처를 입힌 적은 없는가. 사과는 제대로 했는가. 비판을 받으면 기분이 나쁘다. 그래서 되받아 비난을 하고 반박도 하고 갈등이 생긴다. 그러나 더욱 중요한 것은 자신을 돌아보는 기회를 갖는 것이다. 과연 저 사람 앞에서 당당할 수 있는가. 비난에서 자성을 할 수 있다면 그것은 소중한 교훈이다. 글은 주로 정치칼럼이다. 위로는 대통령으로부터 아래는 하위직 공무원까지, 재벌에서부터 소상인까지 정당 대표에서부터 일반 시민까지. 언론사 사주에서부터 평기자까지. 경찰청장 검찰총장 등 시퍼런 권력이 비판대상이다. 왜 피해가지 않는가. 이들의 행위가 국민과 가장 밀접한 관련이 있고 국민의 행복과 불행을 좌우하기 때문이다. 특히 MB정권이 들어선 이후 정치권력에 의한 국민들의 피해는 말이 아니다. 국민의 대다수가 반대하는 4대강 사업, 천안함 사건, 미디어 법 날치기 통과. 대통령이 공정성을 그렇게 강조하는데도 국민들의 피부에는 그냥 스쳐가는 바람이다. 아니라고 할 자신이 있는가. ‘비리백화점’이라는 별명이 붙고 ‘죄송내각’ ‘위장전입투기후보’ ‘병역면제 총리’ 등등. 아무리 낯이 두꺼워도 할 말이 없을 것이다. 언론의 사명은 무엇인가. 조중동은 벌써 버린 자식이고 KBS는 ‘김비서’가 됐고 MBC는 좋은 프로 킬러다. 기자 출신 김인규 김재철은 언론사에 길이 남을 인물이다. 군사독재가 아닌 대한민국 언론이 이 지경이 됐기에 욕을 먹는다. 인터넷 매체 ‘서프라이즈’는 온몸으로 비판한다. 수도 없이 압수영장이 날라 오고 대표인 신상철은 천안함 사건으로 고발되어 재판을 앞두고 있다. 그러나 당당하다. 법정에서 싸울 것이다. 누구도 보도하지 못하는 기사도 ‘서프라이즈’를 피해갈 수 없다. ‘서프라이즈’에 칼럼을 쓴다는 사실이 자랑스럽다. 자부심을 느낀다. 사람들은 말한다. 그러다가 다치기라도 하면 어쩌느냐고. 다친다는 것은 무슨 의미인가. 알고 있다. 이미 ‘미네르바’도 겪었고 신상철도 겪었다. 나는 아직 법을 어긴 글을 쓴 적이 없으며 근거 없는 사실로 누구의 명예도 훼손한 적이 없다고 믿는다. 직설적인 표현과 비판으로 상대의 심사를 건드린 적은 있어도 그것은 모욕이 아니다. 한나라당과 민주당이 비판받는 것은 지극히 당연하다. 한나라당은 침묵인데 민주당 비판에는 거친 반응이다. 인신공격도 있다. 왜일까. 민주당을 그렇게 비판할 수 있느냐는 것이다. 자기편이라는 것일까. 착각은 자유다. 그 이전에 국민을 생각하기 바란다. 적은 항상 자신이 만든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누구든 국민을 위해 일하는 정치인이라면 비판에 날 세우지 말고 스스로 반성해야 한다. 칼럼은 점점 냉혹하고 가혹해 질 것이다. 반론은 얼마든지 좋다. 그러나 트집은 무시당할 것이다. 저건 아니라고 판단되면 비판했다. 인간의 도리가 아니라면 공격한다. 피해를 입었다면 자업자득이다. 자신들로 해서 고통받은 국민은 생각해 봤는가. 대통령으로부터 여야의 대표. 국회의장 장관. 권력자들을 피해가지 않았고 실명비판을 했다. 한나라당 대표인 ‘행불상수’를 어떻게 비판하지 않는다는 말인가. 명진 스님을 봉은사에서 쫓아내려고 하면서 알지도 못한다는 뻔뻔한 안상수를 비판하지 말아야 하는가. 자신이 당대표를 두 번이나 하고 대통령 후보까지 한 정동영의 탈당과 무소속 당선, 그리고 백의종군한다더니 다시 당권에 도전하는 철면피를 그냥 모른 척해야 하는가. 친지로부터 심한 것이 아니냐는 충고도 듣는다. 옳으냐 그르냐 하는 내 잣대에 어긋나지 않는다면 당당하다. 주위에 걱정. 집에서도 걱정이 태산이다. 사람들은 언론의 자유를 말한다. 쓰고 말하는 자유를 말한다. 이 정도의 쓸 권리와 말할 자유도 어디냐는 것이다. 군사독재 시절 같으면 뼈도 못 추렸다고 한다. 그러니 입 다물고 있으란 말인가. 그걸 말이라고 하는가. 못 한다. 우리 주위에는 오물을 제거하는 정화제와 같은 언론인이 있다.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말과 글이다. 입을 열어야 한다. 방법은 그뿐이다. 쓰고 말하자. 명박산성이 가로막고 있다. 서울광장은 오세훈 산성이다. 오세훈이 민주주의를 박살냈다. 광장은 소통의 장이다. MB도 소통을 말한다. 공정을 말한다. 오세훈은 이걸 공정하다고 생각하는가. 수도권이 물바다가 됐다. 청계천이 통제됐다. 천재냐 인재냐. 확실하게 따져야 한다. 러시아는 천안함 조사결과를 한국에 넘기지 않는다고 했다. 혹시 까마귀 날자 배 떨어진 격은 아닌가. 그렇지 않기를 빈다. 왜냐면 세상에 영원한 비밀은 없으니까. 민주주의 최후의 보루는 깨어있는 시민의 힘이라고 했다. 쓸 것이다. 두려움 없이 쓸 것이다. 고맙습니다. 여러분의 사랑과 격려를 가슴에 담아 2010년 9월 23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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