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리는 나중. 법 지키는 것 부터 우선 배워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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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프라이즈 / 이기명 / 2010-09-27) ‘털어서 먼지 안 나는 놈 있나. 대충 넘어가자.’ 지금 이 말이 무척이나 간절한 사람이 있다. 다 알겠지만 김황식 총리 지명자다. 왜 그리 탈도 많고 말도 많은지. 전임 후보였던 김태호 후보의 비리가 양파껍질 벗기듯 했다고 했는데 김황식 후보는 줄기에 고구마 달리듯 한다고 했다던가. 양파나 고구마라면 먹기라도 하지. 김무성 한나라당 대표라는 사람이 김황식은 평생을 깨끗이 산 사람이라고 했다. 두 번만 깨끗이 살았다면 어쩔 뻔했는지 겁이 난다. 김무성의 눈에는 그렇게 보이니까 도리가 없다. 혹시 김황식처럼 눈에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닌가. 원래 청문회란 야당이 눈에 쌍심지를 켜고 후보자의 흠결을 찾아내는 자리다. 그러나 무턱대고 공격을 하다가는 역습을 당하고 역풍에 휘말리는 경우가 허다해서 야당도 나름대로 열심히 숨겨진 비리를 찾아내고 국민이 공감할 자료를 내 놓는다. 여당도 오해 없도록 자료를 성실하게 내 놓으면 된다. 총리 자리가 어물어물 넘어갈 자리는 아니지 않은가. 호미로 막을 것을 가래로도 못 막는 경우를 국민은 많이 봤다. 김태호는 박연차와 찍은 사진 한 방으로 결정타를 맞았다. 왜 그 생각을 못했을까. 지금이 어떤 세상인데. 자기만 똑똑한 줄 알았지 네티즌들이 맘만 먹으며 지옥까지라도 쫓아가 숨겨 놓은 것을 찾아낸다는 것을 미처 생각지 못한 모양이다. 나름대로 약게 처신을 하면서 버티면 된다고 생각했는데 날쌘 고양이 밤눈 어두운 격이었다. 정직했어야 하고 먼저 불었어야 했다. 정상참작이라는 것이 있지 않은가.
지금 김황식 총리지명자를 보면 어쩐지 예감이 안 좋다. 상식으로 보면 그렇다는 것이다. 그렇게 제대로만 되어 간다면 다행이겠지만 영 자신이 없다. 실제도 눈이 그렇게 나쁜 사람이 고등학교 때 배드민턴 선수를 했다면 그건 귀신이 아니면 천재다. 하긴 일본영화를 보면 앞 못 보는 사무라이가 소리만 듣고도 적의 목을 베는 무서운 실력을 발휘한다. 김황식이라고 해서 그런 경지에 이르지 못하리라는 법 없다. 그래서 입신의 경지로 배드민턴 선수가 됐을 수도 있다. 헌데 세상은 상식의 세계다. 배드민턴 ‘셔틀콕’이 내리꽂히는 속도가 300km라는데 지금 알려진 그 눈으로 선수 생활을 했다면 이건 기네스북에 올라야 한다. 역시 그런 능력이 ‘감상선기능항진증’도 극복할 수 있었고 그리고 그처럼 힘든 사법시험이며 고속승진도 다 해 낼 수 있는 원동력이 됐을 수도 있다. 그러나 역시 국민은 상식적으로 생각하는 것이다. 너무 심하게 예를 들었는가. 국민감정은 김 후보자의 편이 아닌 것 같고 편을 들어주려야 들어줄 수도 없을 것 같다. 지금 김 후보자가 믿을 것은 대통령의 말씀대로 “기왕에 이렇게 된 것이니…” 뿐이다. 또는 국민이나 야당이 이해를 해 주거나 야당이 꼼짝 못할 반증이 나와야 하는 데 그거야말로 두고 볼 일이다. 만약에 그렇지 못하면 어떻게 하는가. 그래도 믿을 것은 있다. 전례가 있는 것이다. 조현오의 경우, 어느 국민도 그가 경찰총수로서 적절한 인물이라고 생각지 않았다. 한나라당 안에서도 그런 기류가 있었다고 한다. 그런데도 그는 경찰청장이 되었다. 무슨 손오공 같은 재주를 가졌던가. 여기서 이유를 밝히면 글 쓰는 사람이 바보가 된다. 지금 김황식 후보도 그걸 믿는지 모르겠고 그렇다면 그건 확실하게 보장이 되는 믿음이다. 한나라당이 다수인 국회에서 ‘김황식 총리 괜찮다’ 하고 땅땅 방망이치고 정부로 보내면 대통령이 임명장 준다. 그러면 끝이다. ‘갑상선기능항진증’으로 징병 검사를 1년 연기한 뒤 ‘부동시’로 병역 면제 판정을 받은 추가 의혹이라든지 김 후보 큰딸이 고모가 총장으로 있는 대학에 시간강사로 특혜 채용된 의혹을 제기한다든지 수입보다 지출이 많은 ‘요상한 씀씀이’에 대한 문제도 상관이 없다. 대학 병원 안과 교수는 “20대에 있었던 부동시가 나이가 들면서 자연 회복되는 경우는 거의 없다”고 했지만, 까짓 것이 무슨 상관이랴. 김황식 총리 후보는 감사원장 인준청문회에서 KBS 특별감사를 옹호하며 정연주 사장 해임 건의가 타당하다는 견해를 밝혔다. 그러나 정연주는 1심에서 무효판결을 받았다. 김 후보자의 법적 코드 맞추기 개연성을 보여주는 것이다. 그는 자신의 말에 책임지지도 않았다. 감사원장 청문회에서 그는 “막말로 총리 제안을 받았으면 안 간다”고 말했으나 지금 그걸 따지면 따지는 사람이 바보다. 국민은 천안함 잘못 보도했다가 한 방에 날아 가는 경우도 있다는 대단한 만화도 봤다. 지금 김 후보의 경우를 보면 온갖 의혹이 그야말로 ‘한 방’에 날아 가는 것은 거의 확실할 것 같다. 그걸 믿겠지.
여론이 어떻게 돌아가느냐는 나중에 문제고 사실 여론이 무서웠으면 조현오 같은 사람을 임명했겠느냐고도 하지만 정치라는 게 그렇게 우격다짐으로 밀어붙이기만 해서 되는 것인지 국민들도 곰곰이 생각해야 한다. 여기서 국민의 입장으로는 참담해 질 수밖에 없는 고통이 있다. 국민은 무엇인가. 세금만 내면 국민인가. 폭우가 쏟아져 명절 때 광화문 바닥이 호수가 되어 뱃놀이를 해야 될 판이고 반지하방에 물이 찬 서민은 하도 기가 막혀 눈물도 안 나오는데 대통령께서는 “기왕에 이렇게 됐으니…”라는 말씀을 하시니 그 말씀이 저의가 있는 것은 아닐지라도 국민은 또 한 번 기가 막히는 것이다. 왜 그렇게 흠이 많은 사람이 총리가 되어야 하는가. 머리가 좋아 공부 잘하고 출세를 하는 것이야 자기 잘난 탓이라 해도 ‘공정’하지 못하고 법을 지키지 않으면 국민은 수긍하지 못한다. 국민의 대다수가 반대하는 4대강 사업에 퍼붓는 예산도 국민이 낸다. 나랏빚이 홍수에 강물처럼 불어난다. 순한 양처럼 이리 끌면 이리로 저리 끌면 저리로 끌려가는 국민들이 불쌍하지도 않은가. 경제는 좋아진다는데 진짜로 조석거리가 간데없는 서민들이 얼마나 많은지 정확히 실태나 알고 있는가. 이러면 벌 받는다. 벌을 받지 않으면 하늘이 무심한 것이다. 그래도 제대로 된 총리 하나 임명하면 안 먹을 욕을 먹지는 않을 것 아닌가. 아무리 생각해도 이해할 수 없는 일을 하는 정부를 국민은 영 신뢰할 수가 없다. ‘드리블’도 못하는 ‘날탕’을 축구 국가대표로 선발한다면 축구는 끝난 것이다. 김황식이 그 짝이다. 민주당이나 박지원이 똥줄 타게 됐다. 시청률은 엄청 높을 텐데 민주당이 삐끗하면 몰매 맞아 죽는다. 전당대회에 정신 팔고 어물쩍 넘어갈 생각은 말아야 한다. 다 죽는다. 모든 걸 다 걸어라. 죽기로 하면 살 길도 생기는 법이다. 한나라당도 죽기 싫긴 마찬가지겠지.
2010년 9월 27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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