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함이 말을 할 수가 있다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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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프라이즈 / 이기명 / 2010-09-16) 신의 다른 고민이 시작됐다. 신의 뜻을 전하는 사람도 없어졌다. 고민 끝에 신은 인간에게 다시 말을 주었다. 거짓말은 전처럼 활개를 치며 세상을 누볐다. 1972년 ‘리처드 닉슨’ 미국 대통령은 측근이 워터게이트 호텔의 민주당 본부에 무단 잠입해 도청하려다 발각되자 자신은 ‘아무것도 모른다’고 오리발을 내밀었다. 그러나 닉슨이 범죄에 결정적 역할을 했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대통령직에서 물러났다. 쫓겨난 것이다. 기자가 진실을 밝혀낸 것이다. ‘거짓말하는 사회’라는 책을 쓴 ‘볼프강 라인하르트’는 인간은 하루에 200번의 거짓말을 한다고 썼다. 선의든 악의든 간에 말이다. 누구나 거짓말하면 생각나는 사람이 하나씩은 있다. 우리 국민들에게는 누가 그런 사람일까. 거짓말이 진실처럼 돌아다니는 세상은 결코 바람직한 세상이 아니다. 정직과 신뢰가 사라지면 좋은 세상이 안 된다. 지도자도 사라지고 신뢰도 없어지고 정치도 실종된다. ▲ 천안함 피격사건 합동조사결과보고서 한글·영문판과 만화책 천안함 사건은 지금도 진실논쟁이 끊이질 않는다. 정부가 ‘천안함의 진실’이라고 엄청난 분량의 자료를 공개하고 만화까지 만들어서 국민에게 보여 줬는데도 국민들은 왜 흔쾌하게 믿지를 않는지 참으로 이상하다. 한나라당의 대표를 한 정몽준이 답답한 심정을 토로했다. 당의 최고중진연석회의에서 한 말이다. “천안함 사건이 처음 났을 때에는 우리 국민들의 70% 정도가 정부 발표를 다 믿었는데 최근에는 그 반대로 국민들의 70% 정도가 오히려 잘 믿지를 않는다.” “나도 처음 이 이야기를 듣고 이것이 정말 사실인지 여러분들한테 문의하면서 확인도 해봤다.” 그러면서 계속하는 소리를 들으면 이게 보통 심각한 것이 아니다. “천안함 사태를 해결하는 데 중요한 국가 중의 하나가 중국이라고 생각을 한다. 우리 정부는 중국 정부를 보고 왜 우리 정부의 발표를 믿지 않느냐 이렇게 물어보면, 중국 정부에서 하는 말은 ‘너희 나라 국민들도 안 믿는데 왜 우리가 믿을 수 있느냐’ 이렇게 반문을 한다고 한다. 걱정스러운 일이고 심각한 상황이다.” 그런가 하면 중국의 ‘신화통신’은 15일 서울발로 이런 기사를 보냈다. “한국 국민들 사이에서 한국 국방부가 지난 13일 발표한 천안함 침몰사건 최종보고서에 대한 신용도가 50%도 안 된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외국의 언론이 뭐라고 떠들어 대던 국민은 우리 정부가 발표한 것을 믿고 싶을 것이다. 그러나 정몽준이 말한 70%의 국민이 어느 누구의 압력을 받고 정부 발표를 믿지 않는다고 할 수는 없지 않은가. 정부하고 무슨 깊은 감정이 있다고 사실을 사실대로 믿지 않는단 말인가. 분명히 어딘가 문제가 있을 것이다.
러시아 조사단이 장부 당국의 천안함 조사 결과를 정면으로 뒤집는 결론을 내리는가 하면 도널드 그레그 전 주한 미국대사가 천안함 침몰 원인이 사고일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이는 매우 중요한 문제다. 우리 정부가 초청한 러시아 조사단의 조사결과는 어떤 수를 써서든지 입수해서 국민에게 발표해야 한다. 그러나 국민은 조사결과를 전혀 알지 못한다. 이상한 소리만 들린다. 그레그 전 주한 미국대사의 말도 들어봐야 한다. 그러나 역시 그것도 납득할만한 이유 없이 차단되어 있다. 이처럼 국제적으로도 합조단의 조사 결과는 불신투성이지만 정부는 모르쇠로 일관하고 국내 언론들은 이를 축소 은폐하기에 바쁘다. 일부 극보수의 매체들은 진상 규명과는 상관도 없이 조사 결과를 믿지 못하면 북한을 감싸고 두둔한다고 압박했다. 이게 지금 세상에 통하는 일인가. 뭐가 그리도 겁이 나는가. 한 번 짚어보자. 그동안 천안함에 대한 의혹은 워낙 많아 한둘이 아니지만 아주 쉬운 몇 가지만 따져보자. 첫째, 천안함의 함수와 함미에서 발견된 화약성분이 왜 정작 천안함을 공격했다는 어뢰 추진체에서는 발견되지 않았는지 의문이다. 둘째, 어뢰 추진체의 페인트는 폭발로 전부 날아가고 없는데 왜 파란 매직으로 쓴 ‘1번’이라는 글씨만 선명하게 남아 있는지에 대한 설명도 없다. 스크루의 오그라든 모습은 당국의 설명을 아무리 들어도 자신이 원망스러울 정도로 믿어지지 않는다. 셋째, 인양된 어뢰 추진체와 같다는 설계도는 진짜 북한이 만든 것이 맞느냐는 것인데 유감스럽게도 우리 국방부는 분명한 해명을 하지 못했다. 국방부는 만화까지 만들어서 국민을 설득하려고 했다. 보통 시사만화가 아니라면 애들이 많이 본다는 것이 상식이다. 물론 성인만화도 있다. 헌데 국방부가 만든 만화는 설득이 아니다. 등골이 서늘하다. 진실 여부는 차치하고라도 상식적으로 그렇다. 내용이 협박 비슷하다. “확실한 증거 없이는 기사 함부로 쓰지 마라, 워낙 험한 세상이라 잘못 썼다간 ‘한방’에 가는 수도 있다” “설명을 듣고 보니 좌초·충돌이라고 하는 건 순 억지잖아” “이번 천안함 사건의 실체는 그야말로 좌우가 아닌 자, 정말 물증만을 근거로 추측의 기사는 쓰지 않는 최고의 기자가 써야 한다.” ‘한방’에 날아 간다는 것은 협박으로 들을 수 있고 ‘순 억지잖아’는 그야말로 ‘순 억지’다. 거기다가 ‘좌·우가 아닌 자’나 ‘최고의 기자가 써야 한다’는 일방적인 기자 무시다. 이 정도의 홍보물을 제대로 검토도 없이 내놔야 할 정도로 다급한 사정이 있는지 생각해 볼 일이고 국민을 이런 식으로 설득하려 했다면 너무 순진하다. 진짜 초등학교 학생 수준의 발상이 아니냐는 오해를 받아도 할 말이 없다. 국민의 70%가 믿지 못하도록 사건을 키운 원인은 바로 국방 당국에 있다. 도대체 말이 몇 번이나 바뀌었는가. 문제가 제기되면 이렇게 바꾸고 또 다른 문제가 생기면 저렇게 바꾸는 정부 당국의 말을 아무리 착한 국민이라고 해도 어떻게 믿으라는 것인가. 그리고 한다는 소리가 기사 함부로 쓰면 ‘한방’에 날아 간다는 공갈인지 협박인지 유치한 소리를 하면서 믿어 달라는 염치는 어디서 배운 것인가. 박정희 전두환 때도 기억이 없다. 세상에 억지로 되는 것은 없다. 코흘리개 애들도 매가 무서워 앞에서는 네 네 하지만 사리에 맞지 않으면 속으로 욕한다. 왜 국민들의 70%가 믿지를 않는지 냉정하게 생각하자. 천안함이 입이 있어 말을 한다면 뭐라고 할는지 몇 번이나 생각을 해 보는데 국민들도 같은 생각을 할 것이다. 천안함과 관련된 의문에 대해 왜 명쾌하게 대답을 하지 않고 묵살하는가. 국민의 의심이 계속되는 한 정부는 천안함에서 헤어 나올 수가 없다는 것을 분명하게 알아야 한다. 이런 글을 쓰다가 괜히 ‘한방’에 날아 가는 거나 아닌지 겁이 난다.
2010년 9월 16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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