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시생이 공부하다 말고 열받아서 쓴 최철원 사건 촌평과 당부 [24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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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시 <공공의 적2>라는 영화를 보셨는지요. 명배우 설경구 씨가 검사로 열연한 영화입니다. 영화로서의 흥행은 1보다는 못했던 것으로 알고 있는데, 법 공부하는 입장에서는 오히려 이 2편이 생각할 거리를 많이 던져준 영화였습니다. 부모 살해범이라는 1에서의 "나쁜 놈"에 비해, 훨씬 지능적이고 잡기 어려운 위치에 있는 자에 대한 처벌 문제를 고민해야 했기 때문입니다. 어느 사회에서든지 빈부의 격차는 존재하고, 가진 자와 못 가진 자의 반목은 존재합니다. 하지만 우리 나라처럼 그 갈등이 해결책을 찾지 못한 채 증폭되기만 하는 나라도 드물 거라고 생각합니다. 이 영화에서 정준호가 열연한 '나쁜 놈'이 바로 이 사건의 최철원과 같은 자를 의미하는 것이겠지요. 최철원 씨가 피의자로서 경찰의 조사를 받고 있는 지금, 그와 그 비호자들은 저 포스터에서의 "나쁜 놈"이 내뱉은 말을 실현하기 위해 바쁘게 뛰고 있을 것입니다. 아니, 이미 그러한 언론플레이는 여러 곳에서 보이고 있습니다. 1. 다음과 네이버는 물론이고, 조중동과 심지어 경향신문, 한겨레 등에서도 최철원 사건에 대한 기사를 찾아보기 어렵습니다. 메인에는 뉴스가 거의 뜨지 않고, 검색을 해야 나오더군요. 그것도 오마이뉴스나 민중의 소리 정도에. 2. TV에서도 그가 오늘 오후에 경찰에 출두해서 조사를 받고 있다는 뉴스 이외에 이 사건에 대한 논평이나 추가보도를 볼 수 없었습니다. 3. 경찰도 처음에는 이 사건을 유야무야 넘기려다가, 지난 주의 TV 보도 때문에 "시끄러워지니까 마지못해" 수사를 시작한 인상이라는 것은 이미 알려진 사실이죠. 4. 정치권에서도 소위 진보계열의 정당 이외에는 이 사건에 대한 논평을 내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특히나 여당으로서는 이 사건이 주목받는 것을 결코 바라지 않으리라는 것은 쉽게 예상할 수 있죠. 명색이 고시생이니, 이 사건을 "제대로" 수사해서 판결이 나온다면 최철원이라는 자에게, 그리고 사건 당시 현장에 있었다던 7~8명의 임원들에게 어떤 형벌을 내려야 할지, 그리고 그 외에 법적으로 어떤 일이 일어날 수 있는지 써보겠습니다. 이건 일개 고시생으로서의 생각이지만, 지금 이 사건을 담당하고 있을 경찰과 검찰, 그리고 법원에서도 거의 비슷한 지식으로서 알고 있을 것입니다. 물론 아래의 기술은 최철원과 그 일당들이 모두 기소되어서 재판을 받게 된다는 점을 전제로 합니다. 1. 우선 TV에서도 나온 바와 같이, 최철원 씨에게는 <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이 적용될 것입니다. 이 법 제3조 1항은 "단체나 다중의 위력으로써 또는 단체나 집단을 가장하여 위력을 보임으로써 제2조제1항에 열거된 죄를 범한 자 또는 흉기 기타 위험한 물건을 휴대하여" 상해를 가한 자를 "3년 이상의 유기징역"에 처한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아까 저녁 먹는데 옆자리 사람들이 "저 XX 기껏해야 벌금 내고 또 나오겠지"라고 하시던데, 판검사가 단체로 또라이거나 뇌물 먹었거나 누군가의 압력을 노골적으로 받지 않는 이상 제정신이라면 최철원의 행태는 결코 벌금 내고 끝낼 수 있는 짓이 아닙니다. 재수없게 "얼마면 돼?"라고 큰소리칠 수 없다는 것이죠. 한편 언론에서는 이 사건을 계속 "폭행"이라고 언급하고 있는데, 보도에 나온 바와 같이 그 정도로 엉덩이와 허벅지에 피멍이 들고 입 안의 살점이 떨어질 정도라면 법상으로는 폭행보다도 심하다는 의미에서 "상해"로 보아야 할 것입니다. 그리고 야구 방망이... 이게 흉기나 위험한 물건이라는 점은 굳이 법원의 판례를 모르더라도 누구나 인정할 수 있을 것입니다. 따라서 이미 우리에게 알려진 최철원의 범죄가 모두 사실로 인정된다면, 그는 얄짤없이 징역 살아야 합니다. 2. "또 집행유예 받아서 적당히 나오겠지 뭐..."라는 한탄도 들립니다. 안타깝게도 이건 그 가능성이 꽤 높습니다. 집행유예는 "3년 이하의 징역"을 선고할 때 가능한데, 만약 판사가 위 법조문에 의해 선고할 수 있는 징역의 하한선, 즉 "3년"의 징역을 때린다면 집행유예를 내릴 수 있다는 얘깁니다. 그렇게 해도 법대로 처벌한 것이므로 "법적으로는" 문제가 없게 됩니다. 제가 우려하는 것이 바로 이 점입니다. 만약 최철원을 집행유예로 풀어준다면, 저도 그렇고 지금 이 사건에 분노하고 있는 여러분은 "유전무죄 무전유죄"가 이 땅의 진리라는 X같은 사실을 또다시 확인하게 되는 거겠죠. 저 법문에 "3년 이상의 유기징역"이라고 되어 있는 것은, 판사로서는 3년에서 30년(유기징역의 상한선이 30년입니다 - 형법 제42조) 사이에서 징역 기간을 정할 수 있다는 의미이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판사가 아주아주 관대하게 하한선인 징역 3년을 택해줘도 된다는 건데, 이게 과연 정의로운 것일까요. 최철원 같은 자에게 집행유예란 무죄석방과 별 차이가 없는 것일 텐데... 3. 마지막으로, 집행유예 없이 저 자를 정말로 징역을 살게 해도 대한민국 재벌이 언제나 누리는 그 특권 - 바로 사면의 가능성이 있습니다. 안타깝게도 역대 대통령들은 소위 가진 자들에 대한 사면을 남발해오고 있습니다. 최철원은 무려 SK 회장의 사촌입니다. SK가 어떤 기업인가요. 당장 여러분 중 상당수가 SK텔레콤의 휴대폰 서비스를 이용하고 계시고, SK 주유소에서 기름 넣고 계시지 않습니까. 전직 대통령들의(누군지는 굳이 언급 안하겠습니다만) 비호 아래 엄청난 성장을 하여, 지금은 삼성 현대 엘지에 이어 언제나 한국에서 5손가락 안에 들고 있는 재벌입니다. "경제를 살리고 국민 화합을 위해 사면한다..."는 문구가 눈앞에 벌써부터 왔다갔다 합니다... 4. 재미없는 글이 길어지고 있지만 여기까지는 쓰고 싶네요. 그럼 최철원이 저런 활극을 벌이고 있을 때 주변에 빙 둘러앉아 암말 않고 보고 있었던 그 임원들은? 법적으로는 이들도 공범입니다. 굳이 용어를 쓴다면 형법상의 "방조범"으로 충분히 인정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방조라는 건 타인이 범죄를 저지르는 것을 물질적, 정신적으로 도와준다는 의미인데, 피해자 유홍준 씨를 사무실 내로 안내해 와서 자기들 사이에 무릎꿇려 놓고 최철원이 폭행하는 내내 주위에 앉아 있었다는 점은 - 이건 조폭이나 다름 없습니다. 그리고 그들이 어떤 생각을 하고 있었는지는 TV에 보도된 사건 이후의 통화에서 내뱉은 말에서도 충분히 알 수 있습니다. 이 사건에서 이들 임원이 방조범으로 인정된다면, 그들에 대한 형벌도 생각보다 무겁습니다. 법적으로는 "종범(방조범)의 형은 정범의 형보다 감경한다"고 되어 있는데(형법 제32조 2항), 최철원에 대해 가능한 형벌의 범위가 3년 이상 30년 이하의 징역이므로 이들 임원들에 대해서는 각각 그 절반인 "1년 6개월 이상 15년 이하의 징역"이 가능합니다. 그 외에 봐줄 만한 사정 - 예컨대 사장님이 하시는 일이어서 감히 말릴 수가 없었다는 - 이 인정되어서 판사가 좀 더 봐준다고 해도(- 이걸 작량감경이라고 합니다만) 이들 임원들에게는 "9개월 이상 7년 6개월 이하의 징역"을 선고할 수 있습니다. 최철원과 그 일당들에 대해서 우리가 왜 분노하고 엄정한 처벌을 요구하는지는, 다른 네티즌 여러분이 충분히 조리 있게 언급해 주셔서 저는 정말로 이들을 법적으로 처벌하면 무엇이 가능한지를 써보았습니다. 제가 강조하고 싶은 것은, 위에 쓴 대로 이들을 처벌하여 죄값을 치르게 하려면 일부의 노력으로는 어림도 없다는 점입니다. 1. 우선 수사하는 경찰과 검사님들이 제대로 정의를 세우겠다는 의지를 강하게 갖고 수사에 임해야죠. 2. 다음으로 판결을 내리는 판사님들도 "재벌이니 봐주자" 따위의 생각 없이 이 사건이 갖는 의미를 제대로 고려해서 판결을 내려 주시길 바랍니다. 3. 마지막으로 기껏 이들을 감옥에 보냈더니 같잖은 이유로 사면시켜버리는 짓이 없어야 합니다. 역대 대통령들이 그랬고 재벌기업 회장 출신이신 지금의 대통령도 그럴 가능성이 커서 하는 말인데, 제발 그 따위 짓 좀 안하시길 바랍니다.
※ 본 글에는 함께 생각해보고싶은 내용을 참고삼아 인용한 부분이 있습니다. ('언론, 학문' 활동의 자유는 헌법 21조와 22조로 보장되고 있으며, '언론, 학문, 토론' 등 공익적 목적에 적합한 공연과 자료활용은 저작권법상으로도 보장되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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