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통심의위는 국방부 대변인인가”
‘추적60분’ 천안함편에 애매한 논리로 마녀사냥식 결정 … “사후 검열” 파문
(미디어오늘 / 조현호 / 2011-01-06)
천안함이 북한 어뢰에 피격됐다는 민군 합동조사단의 최종 조사결과 보고서 내용에 대해 논리적 과학적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의혹을 제기한 KBS <추적 60분> ‘천안함’ 편을 두고 방송통신심의위원회가 군의 입장을 제대로 반영하지 않았다는 모호한 논리로 중징계를 내려 파문을 낳고 있다.
이 같은 결과에 대해 제작진은 물론, 그동안 합조단의 부실투성이 조사결과에 의혹을 제기했던 수많은 국민에 대해 모독을 한 것이며, 방통심의위까지 나서서 군을 비호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터져 나오고 있다. 특히 전체회의에 참가한 위원들은 ‘천안함 침몰이 북한 어뢰에 의한 게 아니라는 결론을 내리기 위해 만들어진 것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진강 위원장) ‘합조단이 뭔가 숨기고 있다는 듯 방송’ ‘신중해야 했는데 그러지 않았다’(전용진 부위원장) 등 모호하고 추측에 불과한 발언을 하기도 했다. 이는 ‘결과에 대한 검증’이라는 저널리즘의 기본적인 영역에 대해 방통심의위가 사후 심의를 넘어 검열하려 하고 있다는 근본적 문제제기가 나오고 있다.
방통심의위는 5일 오후 전체회의를 열어 KBS <추적 60분> ‘천안함 의혹, 논란은 끝났나’ 편에 대해 방송심의에 관한 규정 9조(공정성) 2항과 3항, 14조(객관성) 조항에 저촉됐다며 경고를 결정했다. 이들이 이날 천안함 편을 평가한 주된 요지는 ‘국방부가 뭔가 숨기고 있다는 듯 방송을 해, 불명확한 내용을 방송해서는 안된다 등의 심의규정을 위반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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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해 11월17일 방송된 KBS <추적 60분> ‘천안함’ 편 |
특히 전용진 방통심의위 부위원장의 주장은 천안함 침몰사건과 그동안 제기되는 의혹에 대해 제대로 파악하고 있는지조차 의문이 들 정도로 군의 발표에만 의존했다는 인상을 낳았다.
전 부위원장은 천안함 침몰원인에 대해 “북한 어뢰에 의한 수중폭발이 객관적 사실”이라고 단정했다. 이어 그는 방송내용에 대해 “천안함 폭침 원인이 비접촉 수중폭발이라는 게 아니고 뭔가 좀 왜곡된 것이라는 인터뷰 내용과 자막을 내보낸 것”이라며 정부가 국력을 동원해 도출한 결과에 대해 전문지식을 갖고 의혹 제기를 해야 하는데 공익적 목적도 없이 ‘뭔가 왜곡된 것 같다’는 개인적인 시각을 확대 재생산했다고 비난했다.
그는 국방부의 인터뷰를 취사선택해 의혹 부풀리기에 동원했고, 사실과 다르게 오인시켜 혼동케 했다고도 주장했다. 사례로 그는 △스크루가 휘어진 것과 관련해 제작진이 합조단의 설명을 뺀 채 단순 실수를 인정하는 모습을 방송해 ‘공정성’ 조항(심의규정 9조3항)을 위반했으며 △섬광과 물기둥에 대한 초병 진술도 합조단에서 신빙성이 떨어질 수 있음을 설명했는데도 정작 방송에선 이 설명을 짧게 언급하는데 그쳐 뭔가 숨기고 있다는 듯 방송해 심의규정 14조에 위배했다고 제시했다.
재조사 여부에 대해서도 전 부위원장은 “합조단이 ‘실체적 진실에 접근해준다면 누구와도 재조사에 참여할 의지가 있다’고 강조했으나 다만 ‘객관적이고 과학적으로 조사했음에도 그걸 부인하면 재조사에 참여할 의도가 없다’고 했다”며 “이런 전제는 대부분 얘기 않고 합조단이 ‘이거는 그냥 끝난 거다’ ‘결론에 대해서는 더 논의할 필요가 없다’로 보여줘 공정성 조항에 위배됐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그는 시청자 사과와 관계자 징계를 요구했다.
전 부위원장뿐 아니라 이진강 위원장도 “천안함 폭발이 북 어뢰에 의한 것이 아니라는 쪽으로 결론을 내리기 위해 만들어진 게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 든다”며 “제작진은 아니라고 하지만 그렇게 비쳐진 점도 있어서 앞으로 공영방송이 주의해야 되지 않겠나”라고 주장했다.
이 위원장은 “그래서 법정제재는 좀 해야 되겠다며 ‘시청자 사과’ 등 최고 수위보다 ‘경고’를 해서 강한 메시지를 주는 게 어떤가”라고 제의했다. 이 결과 9명의 위원 가운데 6명의 여당 추천 위원들이 찬성해 중징계가 결정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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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해 11월17일 방송된 KBS <추적 60분> ‘천안함’ 편 |
이날 법정제재에 반대한 엄주웅 상임위원은 △물기둥을 본 사람은 아무도 없고 △최종보고서에 스웨덴 조사팀이 스크루 분석을 했다고 언급돼 있으나 국방부가 실제 의뢰한 사실도 없으며 △수조 폭발 실험을 실제로 윤덕용 합조단장이 거부했으며 이근덕 박사도 ‘자존심 상해서’ 안 한 점을 제시하며 방송 내용이 공정성과 객관성 모두에 있어 문제가 없다고 밝혔다.
엄 위원은 특히 “국가가 심혈을 기울여 한 것에 어찌 이견을 다느냐 하는 것은 ‘국가주의적 시각’”이라며 “(천안함 조사과정이) 제대로 이뤄졌는지 살펴봐야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엄 위원은 추적 60분의 천안함 편에 대해 “객관성에 있어 국방부 반론이나 주장을 전혀 왜곡하지 않고 그대로 보도했고, 나아가 취재 다 해놓고 국방부와 토론하면서 갖고 있는 사실을 다 보여주고 반영했다, 전혀 문제가 없다”고 강조했다.
백미숙 위원도 “합조단 보고서에 의문을 제기하는 것 자체를 문제 삼는 것은 검열이자, (언론보도의) 위축 효과를 부른다”고 비판했다. 백 위원은 합조단 조사결과를 그대로 수용하지 않아 불공정하다는 주장은 저널리즘의 역할과 시사프로그램의 역할을 부정하는 것이라며 천안함 의혹을 불러일으킨 장본인은 국방부라고 지적했다.
그는 “천안함 편은 최근 우리가 본 시사프로그램 중 가장 잘 만든 프로그램”이라며 “어떤 메시지를 받았느냐는 또 다른 문제이며, 객관성 공정성에 문제가 없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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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해 11월17일 방송된 KBS <추적 60분> ‘천안함’ 편 |
방통심의위의 중징계(‘경고’) 결정에 대해 엄주웅 위원은 6일 낮 미디어오늘과 인터뷰에서 “방송내용이 전혀 문제가 없는데 이렇게 결정한 것은 명백히 잘못된 것”이라고 비판했다.
제작진은 즉각 반발했다. 천안함 편 제작에 참여했던 심인보 KBS <추적 60분> 기자는 “인터뷰한 내용을 취사선택해 방영하는 것은 어느 매체나 마찬가지”라며 “물기둥과 섬광의 경우 국방부 주장에 대해 인터뷰뿐 나레이션까지 세 차례나 내보냈는데 충실한 반론이 없고 공정하지 못했다고 판단한 것은 도저히 납득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심 기자는 무엇보다 ‘제작진이 북 소행이 아니라는 결론을 내기 위해 제작한 것 같은 의구심이 들었다’는 이진강 위원장 주장에 대해 “의구심으로 징계를 내리려면 합당한 입증을 해야 하는데 그런 것 없이 ‘인상’만 갖고 주장하는 것이야말로 의구심을 낳는다”고 정면 반박했다. 그는 “언론의 정부 감시 기능에 족쇄를 물리는 납득하기 어려운 결정이며, 앞으로 터져 나올 수 있는 보도에 대한 위축을 가져오고자 하는 사후검열과 다름없다”고 덧붙였다.
노종면 천안함 언론검증위 책임연구위원도 6일 “추적 60분을 나도 꼼꼼히 봤는데, 어느 부분도 징계나 경고를 받을 만한 데가 없었다”며 “방통심의위까지 나서서 군에 대한 비호에 나선 게 아닌지 모를 일”이라고 개탄했다.
노 위원은 방통심의위에 대해 “불분명하게 방송했다는데, 실제로 군의 조사결과 자체가 불분명한 것 투성이였다”며 “있는 그대로 방송한 것을 두고 징계하겠다는 방통심의위는 무슨 단체이며 왜 존재하는지 종잡을 수 없다. 거의 이성을 상실한 수준”이라고 혹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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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해 11월17일 방송된 KBS <추적 60분> ‘천안함’ 편 |
출처 : http://www.mediatoday.co.kr/news/articleView.html?idxno=931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