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 탓인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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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기가성(一氣呵成) 1.일을 단숨에 해치움 2.문장을 단숨에 지어냄. 이라는 뜻이 붙어있다. 청와대에선 직역 대신에 '많은 일들을 한 번에 매끄럽게 이루어냄'이라는 뜻으로 썼다고 한다. 참으로 큰 뜻을 담은 역동이 느껴지는 말씀(?)이다. 그런데 변방구석지에서 한 몸을 의탁하고 사는 내가 과문한 탓인지는 몰라도 이 말을 듣자마자 머리에 퍼뜩 떠오르는 것이 '포괄적'이라는 낱말이었다. *포괄(적): 일정한 대상이나 현상 따위를 어떤 범위나 한계 안에 모두 끌어넣는, 또는 그런 것. 분명히 두 말은 다른 말인데 무엇인가 기막힌 연관성을 생각할 수 있지 아니한가? 나라 일이란 것이 좀 복잡하고 가지 수 많기로 말하자면 또 얼마나 많은가? 그 많은 일들에는 의도하지 않더라도 효율성과 효과를 따져 경중을 나누고 중, 장, 단기라는 꼬리표를 붙여주어야 최소한 돌아가야 하는 것이 돌아가게 된다. 그런데 어떤 깊고 오묘한 뜻이 있는지는 몰라도 한 해가 시작되는 시점에서 이런 슬로건을 내 걸었다는 것이 글쎄 의욕이라고 말하기도 그렇고, 아니 연초라면 걱정 혹은 어떤 염려부터 하는 것이 오히려 자연스럽지 않을까? 지금 나라 돌아가는 사정은 이미 많은 논객들이 지적해주셨고 다들 충정어린 마음이 깊으시니 내가 다시 말할 필요가 없을 것 같다. 그러나 나는 정작 우리가 정말 걱정해야 하는 일이 있다. 무엇인가? 이명박 대통령으로선 억울한 심정이 들 수도 있겠다. 취임한 이래 그 연세에 밤잠 줄여가며 바지런히 국정을 챙겼는데, 이리도 사람의 진심을 믿어주지 않는 국민들을 보노라면 어찌 섭섭한 심정을 가눌 수 있을까? 하지만 어쩌랴! 대통령의 진심을 사람들이 믿지 않은 지는 꽤나 오래되었다.
문제는 대통령 한 사람을 믿고 믿지 않고의 문제가 아니다. 최근 전직 대통령을 하셨던 분이 전 재산을 환원하겠다고 큰 결심을 해도 믿지 않는, 근본적으로 선과 선하지 않음에 대한 국민대다수의 보편적 동의가 냉소 또는 불신으로 바뀌어버렸거나 급속도로 바뀌어가고 있다는 것에 있다. 누구를 믿는다는 것에 대한 두려움. 하루가 다르게 서민들의 목에 쇠줄이 묶이고 서서히 질식해버릴 것만 같은 시간속에 하루를 살아내는 것이, 인간으로서 가져야 하고 누려야 하는 많은 가치들을 한낱 방해물로 치부해버리고 오로지 '먹고 살기 바쁜 것'에 모든 걸 걸어야 한다면 이게 정글이지 정글이 따로 있을까. 전쟁상황도 아닌데 국가가 국민의 안전한 삶을 보장해주지 못하고 보편적 복지(제도적 복지)는 차치하고라도 잔여적 복지에서 나오는 최소한의 구멍뚫린 그물망 정도에 감지덕지해야 하고, 이 그물마저도 싹 치워버릴지 모른다는 불안감이 이른 바 '없이 사는 사람들'의 공포와 상실감을 부채질한다. 이런 혹독한 상황에서 신뢰를 말하고 단합을 말하는 것은 공허한 메아리일 뿐일텐데 무슨 근거로 어떤 신념으로 '많은 일들을 단숨에 매끄럽게 이룬다'고 외치고 있는지 그 깊은 속을 도저히 알 길이 없다. 이 화두는 다시 말하건대 포괄적'이라는 보따리를 쥐고 있지 않는 한 실행하기 어려운 것이다. 그러나! 지금 대한민국호(號)가 처해있는 상황들, 지극히 작은 것에서부터 큰 대강(大綱)에 이르기까지 단번에 처리할 수 있는 것들이, 그리 만만한(?) 것들이 과연 몇 가지나 있겠는가? 국민들은 동물처럼 생존에 매달려야 하는 각박함과 고통 속에서 늪처럼 깊은 '불신'마저 쌓여, 이제는 콩으로 메주를 쑨다고 해도 '높은 분, 있는 놈들이 하는 말과 행동은 도무지 못 믿을 판인데 과연 누구를 위한 일기가성인가 ! 내가 역사를 전공한 사람은 아니지만 단정적으로 말할 수 있다. 인간 역사에 정의와 신뢰가 넘쳐 흐르는 시대는 없었다. 끊임없는 투쟁으로, 때로는 비극을 겪고나서야 뼈아프게 얻어낸 것이 대화와 타협, 다수결의 결정에 승복하는 것이었다. 이 고된 열매가 제대로 빛을 발하기 위해서는 많은 부조리와 문제에도 불구하고 주권자인 국민의 권력을 대리하는 이들의 언행을 '최소치'는 신뢰할 수 있어야한다. 그런데 지금 과연 그러한가? 집권 후반기에 접어든 청와대의 다급한 심정을 이해 못하는 바 아니나 급할수록 천천히 돌아가라 했다. 다시 말해 일기가성하지 않고 백기, 천기가성해도 그리 다르지 않다는 말이다. 근원적인 것에 대한 성찰이 필요하다. 우리는 이벤트를 원하지 않는다. 청와대에서 '일기가성' 대신에 차라리 '일모도원-해는 저무는 데 갈 길이 멀다-을 화두를 정했다고 하면 그 붉은 진심 한 조각은 믿어줄지도 모르겠다. 전현직 대통령이 평생을 모은 재산을 사회에 환원한다고 해도 국민들은 신뢰를 주지 못하고, 정부에서 어떤 일을 추진해도 마음으로 동의해 주는 사람이 없다. 단합을 말해도, 연평도에서 포탄이 윗쪽에서 날아들어도, 뜨거운 마음으로 하느님께 기도를 해도, 복지모델을 외치고 다녀도 지지의 목소리는 들리지 않는다. 불신이 온천지를 덮는 시간. 사람들의 아우성을 넘어, 죄없는 축생들의 원통한 비명속에 사람마저 야수를 닮아간다. 시간을 살아내는 것이 절실한 과제가 된 이 시간은 과연 무엇일까? 왜 우리가 이렇게 되었는가? 과연 누구의 탓인가? 보도방언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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