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함’ 버린 이광재와 줍기 바쁜 엄기영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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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프라이즈 / 希望 / 2011-01-27)
이명박 정권의 공격대상 제1호였던 엄기영 MBC 전 사장이 KBS의 간판프로그램 ‘아침마당’에 출연해 ‘사전선거운동’ ‘정권에 투항해 후배를 탄압하고 있다’는 논란을 야기하고 있다. 엄 전 사장은 ‘MBC 사장’이라는 단출한 직함에서 ‘2018평창동계올림픽유치지원민간단체협의회 회장’이라는 엄청나게 길어진 직함을 들고 25일 방송에 출연해 평창동계올림픽 유치 100만 명 서명운동 등에 대해 홍보했다고 한다. 게다가 하필 어느 당을 상징하는 ‘파란색 점퍼’에 어깨띠를 두른 채 거리에서 서명을 받고 주민들과 악수하는 장면들이 반복됐다. 이광재 강원도지사에 대한 대법원 확정판결이 27일 예정됐다는 점과 이 대법판결이 ‘잘못될’ 경우 엄 전 사장이 한나라당의 유력한 후보라는 점에서 ‘뷰스앤뉴스’와 ‘프레시안’ 등이 사전선거운동 논란이 일고 있다는 점을 꼬집었다. KBS 기자는 “아침마당 보며 기자들이 모두 기함했다”며 “정말 오묘한 타이밍에 누가 뭐라 해도 욕먹을 법한 섭외”라고 비꼬았다.
주부들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고 있는 ‘아침마당’은 1991년 5월 20일 ‘이계진의 아침마당’이라는 제목으로 시작해 어느새 20년에 이르는 KBS의 간판 아침프로그램이다. 첫 진행자였던 이계진 씨는 이 시절 쌓아둔 인지도를 바탕으로 17대와 18대 국회의원에 연달아 당선됐고, 지난해 ‘떼놓은 당상’이라는 한나라당 강원도지사 후보에까지 무혈입성하기도 한다. 하지만 이 전 의원은 한나라당의 입장에서는 ‘도저히 질 수 없었던 게임’에서 패하고 말았다. 애초 20% 이상의 지지율 프리미엄을 갖고 시작했지만 선거가 진행되면서 ‘준비되지 않은 후보’라는 점을 계속 노출했다. 특히 TV토론 후 “아침마당 환담수준”이라는 민주당 강원도당의 논평이 나올 정도로 부족한 모습을 드러냈고, 결국 막판에 8.7%p 차이로 패했다. 그 ‘아침마당’은 현 정권 이후 이명박 대통령 부부를 비롯해 안상수 전 인천시장과 정운천 전 농림부장관 등 여권 인사를 줄줄이 출연시키고 있어 KBS 내부에서도 ‘정권홍보 방송’ 논란을 야기하고 있다. 여기에 2018평창동계올림픽유치지원민간단체협의회 회장님까지 출연해 누리꾼들 사이에서는 “KTV(한국정책방송)가 공중파로 옮겼느냐”는 비웃음을 사고 있다.
우리나라가 2022년 월드컵 유치에 실패하면서 평창올림픽 유치가 유력하다는 전망이 나온다. 그리고 강원도지사는 ‘2018평창동계올림픽유치위원장’이라는, 엄 전 사장의 ‘2018평창동계올림픽유치지원민간단체협의회 회장’에 비하면 길이에서 한참 못 미치지만 그래도 상당히 긴 직함이 따라붙는 자리였다. 이광재는 이걸 버리고 김진선 전 지사에게 양보했다.
반면 이명박 정권의 탄압으로 사장자리에서 쫓겨나던 날 후배들에게 “잘 싸워달라”며 머리 위로 팔을 올려 ‘하트 표시’까지 했던 엄 전 사장의 ‘전향’은 썩 어색하다. 역시 MBC 사장이었던 최문순 민주당 의원도 26일 라디오인터뷰에서 “아무리 생각해도 이해할 수 없다”며 엄 전 사장이 한나라당 후보로 나선다면 “후배들 탄압에 합류하는 것”이라고 일갈했다. 7·28 재보궐 당시 한나라당 후보들을 격려 방문하고, ‘선거일 이전 60일 이상 해당 지방자치단체의 관할구역에 주민등록이 돼 있어야 한다’는 공직선거법을 ‘준수’하기 위해 춘천으로 주소를 옮기고, 최근 경춘선 복선전철 개통식 때는 이명박 대통령을 ‘수행’했다. MBC 전 사장이 KBS 간판프로그램과 수십 년간 참석하지 않았던 춘천고 동문회에까지 얼굴 내밀었다. 방송에서 날린 뒤 정치계에 입문하려는 엄기영의 행보는 ‘방송계 5년 선배’ 이계진을 떠올리게 한다. 콘텐츠도 없이 ‘아침마당’으로 쌓은 인기만 믿었다가 망한 사람이 이계진이었다. “도민들이 출마를 권한다”는 것도 똑같다. 엄기영, 원래 이 정도 사람이었나. 구질구질하다.
希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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