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 프렌들리’ 한다더니 ‘기자실 대못질’을 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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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 프렌들리’ 정권에서 언론인들이 거리로 나서는 일이 많아졌습니다. 참여정부 시절, 저는 언론으로부터 많은 별명을 얻었습니다. ‘저주의 굿판 비서관’ ‘독설가’ ‘언론 홍위병’ ‘노무현의 언론황태자’…. 모두 불편하고 유감스런 호칭이지만 가장 불쾌한 별명은 ‘기자실 대못질의 주역’입니다. 제 기사가 나가면 응당 기사 앞에 그런 수식어가 붙었습니다. ‘기자실 대못질!’ 참으로 고약한 선동입니다. 사실을 왜곡해도 그렇게 왜곡할 순 없는 표현입니다. 참여정부는 기자실을 없애거나 출입을 제한한 게 아니었습니다. 반대였습니다. 각 부처에 흩어져 있는 기자실을 대규모 통합형 브리핑룸으로 옮기는 것이었고 이를 통해 특정 언론사들끼리 담합구조로 돼 있는 기자실을 방송PD나 인터넷 매체 등 다양한 언론인에게 문호를 확대 개방하겠다는 취지였습니다. 한국만의 후진적인 정부-출입기자 간 폐쇄적 담합적 취재 관행을 글로벌 스탠다드로 바꾸겠다는 것이 어떻게 ‘기자실 대못질’이라는 것인지 지금도 이해하기 어렵습니다. 본질은 기존 언론의 기득권 사수였습니다. ‘우리가 어떻게 언론 같지도 않은 언론과 같이 놀아?’ ‘왜 우리 공간을 정부 마음대로 옮기거나 바꿔?’ ‘우리가 취재하고 싶으면 하는 거고 말면 마는 건데 왜 간섭이야?’ 이런 심리가 깔려 있었습니다. 이명박 정권은 이 이슈를 정치적 공세의 호재로 삼았습니다. 마치 참여정부가 언론을 탄압하는 듯 왜곡했습니다. 대통령 선거에서도 재미를 봤습니다. 새 정부 출범 후 자신들은 다르다는 듯, 내세운 구호조차 ‘언론 프렌들리’였습니다. 그런데 ‘언론 프렌들리’ 정권이 출범하자마자 수많은 언론인은 해고되고 징계 먹고 좌천당하고 있습니다. 프로그램은 못 나가고 언론에 대한 통제와 협박은 독재정권 시절로 돌아가고 있습니다. 민주정부 10년 세월엔 상상도 할 수 없는 재앙 같은 일들이 현실로 나타나고 있습니다. 이제 기자실에서 기자까지 내쫓는 일이 발생했습니다. 청와대는 24일, 청해부대의 ‘삼호주얼리호’ 피랍선원 구출작전 과정에서 1차 작전 실패 상황을 보도한 <부산일보>와 이를 인용 보도한 <미디어오늘> <아시아투데이>에 중징계를 통보했습니다. <부산일보>엔 출입정지 1개월을, <미디어오늘>과 <아시아투데이>에는 출입기자 등록취소 결정을 내린 것입니다. 출입기자 등록취소란 해당 언론사의 청와대 취재를 영구적으로 불허하겠다는 겁니다. 국방부는 한 술 더 떴습니다. 38개 부처·청 기관장 및 대변인에게 이들 3사의 기자실 출입제한과 사전보도자료 중단을 요청하는 공문을 발송했습니다. 이번 조치가 왜 문제인지 하나씩 짚어보겠습니다. 첫째, 엠바고(어느 정해진 시점까지 보도를 유예하기로 하는 취재원과 기자 간의 약속) 파기에 대한 징계는 정부가 하는 게 아닙니다. 엠바고가 깨지면서 피해를 보는 것은 결과적으로 약속을 지키다 속칭 ‘물을 먹게 된’ 동료 기자들이기 때문에, 동료 기자들이 자율적으로 하는 것이 맞지 정부기관이 나서는 건 옳지 않습니다. 둘째, <미디어오늘>과 <아시아투데이>는 엠바고를 사전에 알지 못했고 따라서 엠바고 약속도 한 적이 없습니다. 먼저 엠바고를 깬 <부산일보> 보도를 인용한 것뿐입니다. 평소 마음에 안 들고 군소 언론이니 만만히 보고 화풀이를 한 거겠지요. 셋째, 엠바고는 한 번 깨지면 그걸로 끝입니다. 그런데 <부산일보>를 통해 이미 보도된 상황에서 깨진 엠바고를 인용한 언론사에 강요한다는 것 자체가 무의미합니다. 즉 엠바고는 종료됐다고 봐야 하는데도 이를 인용 보도한 매체를 중징계하는 것은 모순입니다. 넷째, 엠바고는 해당 출입처와 기자들 간의 문제입니다. 사건은 국방부에서 났는데 왜 청와대가 나서서 강경 대응을 주도하는지 이해하기 어렵습니다. 또 국방부가 다른 부처에까지 3사의 기자실 출입제한과 사전보도자료 중단을 요청한 것은 어불성설입니다. 엠바고 징계에 연좌제가 적용된다는 얘기는 들어본 일이 없습니다. 다섯째, 이 사안이 엠바고에 해당하는지도 의문입니다. 1차 인질구출작전 실패에 대한 보도가, 작전과 안전에 심각하게 영향을 줄 것이라는 개연성에 대해선 논란이 있을 수 있습니다. 또 그 보도가 과연 어떻게 국익에 손상을 가져왔는지도 의문입니다. 그런 논리대로라면 군과 청와대가 호들갑을 떨며 별의별 내용을 다 까발린 작전과 장비 전반의 공개가 오히려 작전과 안전에 악영향을 줄 것입니다. 천안함이나 이번 1차 작전 실패처럼 자기들 불리한 것은 보도하면 안 되고, 유리한 것은 시시콜콜 다 공개하는 이중잣대로 언론을 핍박하면 안 됩니다.
이 사건은 군이나 국방 관련 사안에 대해 철저하게 언론 통제를 하겠다는 신호입니다. 보도협조에 따르지 않을 경우 취재와 보도의 자유를 극도로 제한하겠다는 위협입니다. 참여정부의 개방형 브리핑 제도가 ‘기자실 대못질’이 아니라 바로 이런 게 ‘기자실 대못질’입니다. 사안의 위중함에도 불구하고 많은 언론은 주목하지 않고 있습니다. 자기들 일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YTN에서 많은 기자들이 해고될 때도 그랬습니다. KBS에서 많은 기자와 PD들이 잘리고 징계받고 좌천될 때도 그랬습니다. MBC에서 여러 조합원들이 중징계를 먹고 프로그램이 겁박을 받을 때도 다르지 않았습니다. 참여정부 때 ‘언론탄압’이라며 총궐기했던 그 많은 언론인들은 지금 어디 숨어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칼끝은 결국 자신에게도 곧 겨눠질 텐데, 다들 어디서 뭘 하며 깊은 겨울잠을 자는지 모르겠습니다.
양정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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