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눈을 뜨니 칠흑 같은 어둠에 가려 태양이 빛을 잃고 손가락마저 까딱할 수 없는 비곗덩어리는 혼불이 스러져 하데스의 동토처럼 얼어붙었도다.
선지자의 지혜도 예언자의 포효도 사라져 버린 어둠의 황야에서 귀에 걸린 금고리를 떼어내어 만든 수송아지 걸머메고 거짓말과 은폐와 권세의 탐욕에 지글지글 타오르는 삼겹살들이 혼음의 광무를 추네
상인방 유월절 피로 파라오의 맏아들을 쳐죽이고 모세의 지팡이로 홍해를 가르고 만나와 마라의 단물로 먹여주고 호렙의 바위에서 물이 솟아나게 해주었건만 출애굽 해방의 결말이 고작 이런 광란이었더냐 난무의 무리들을 쳐죽일 야훼의 경판도 여기는 없다
승리의 노래도 패배의 곡성도 없다 지루한 진위의 공방 끝에 얻은 사실은 오직 허위 허상 허언 죽는 날까지 하늘 우러러 한 점 부끄럼 없기를 구가한 명동의 시인도 칼아 칼아 너를 위하여 우노라 한 단재의 싸늘한 주검도 허접스러운 세진(世塵)에 파묻히고 마는구나
가련다 가련다 나는 붓을 자르고 가련다 금송아지 예배하고 제물 드리는 그 함성을 멀리하고 역사를 역사에 묻어버리고 용담의 푸른 물가로 나는 가련다
거짓을 일삼는 췌론을 찬양하고 더러운 기름이 콸콸 쏟아지는 그 역사를 거짓 땜방으로 모면하려는 무리들이여 천심에 못 미친 민심을 믿고 계속 광란의 춤을 추시게 허나 제발 운하만은 뚫지 마소
인걸은 간데없으나 산천은 의구타 한 길재의 감회만은 남겨두오 스스로 국토를 농단하여 몽고의 말발굽보다 일제 강도의 칼날보다 더 끔찍한 유린만은 일삼지 말아주오 그리하면 도올은 침묵의 혼이나 되오리다 그리하지 않는다면 인당수에 풍덩 심청의 단심보다 더 붉은 환경 동지들의 주검을 저 푸른 한강에 던지고 그대 토목의 깃발을 휘날릴지니 결사의 항전이 있을 뿐
이 민족의 선택 앞에 단재의 서슬 퍼런 칼날에조차 버힐 수 없는 나 도올을 위해 우노라 호곡하노라 시일야 우(又) 방성대곡!
ⓒ 도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