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정신 계승한다는 위선자들의 가면무도회
노무현 정신이 국민의 뜻을 짓밟는 것으로 알았는가
(서프라이즈 / 이기명 / 2010-03-22)
2002년 대선에서 정몽준 노무현 후보는 왜 여론조사로 단일 후보 결정을 했는가. 두 사람이 이회창과 싸우면 필패라는 것을 알았기 때문이다.
한나라당 대선후보인 이회창 후보가 당선되면 민주주의는 끝이라는 노무현 후보의 인식이 경선이란 결단을 하게 했다.
경선에서 승리한다는 어떤 보장도 없었다.
당시 민주당 안에는 반노무현 세력들이 준동하고 있었고 그들 중에는 노무현이 경선에서 패배하기를 바라고 있었다.
노무현 후보에게 물었다. 왜 경선을 하느냐고.
대답은 명료했다. 단일후보가 아니면 반드시 진다고 했다.
다시 물었다. 경선에서 지면 어쩌느냐고.
역시 대답은 명료했다.
정몽준 후보를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다.
이것이 노무현 정신이다.
예측할 수 없는 상황에서 대의와 명분과 원칙을 지키는 것.
이것이 바로 노무현정신이다.
노무현의 세 불리를 나름대로 판단하고 정몽준의 품으로 날쌔게 달려간 전도유망하다고 평가받던 정치인도 있었다.
|
▲ 정몽준 의원이 주도하는 '국민통합 21'에 합류하는 기자회견을 한 후 정 의원과 악수를 하고 있는 김민석. ⓒ 한겨레 |
당당하게 경선을 통해 당의 대통령 후보가 된 노무현을 모질게 흔들어대던 민주당 중진들. 이들은 노무현 정신을 말할 자격도 없다.
사과 한마디 하면 탄핵을 면할 수 있다고 강권하는 중진들에게 그건 아니라면서 탄핵을 감수했던 노무현. 그것이 노무현 정신이다.
노무현의 한 많은 인생이 자살로 끝맺은 뒤 노무현 정신은 다시 찬란한 태양으로 부활했다. 쥐나 개나 노무현 정신이다.
노무현 정신으로 화장하고 다니는 이름을 아직은 거명하지는 않는다.
노무현 정신을 구현하겠다고 누가 떠들고 다니는지는 국민들이 잘 안다. 누가 진짜고 가짜인지 국민은 안다.
6월 2일 지방선거를 앞두고 난리다.
역시 가장 앞에 내세우는 것은 노무현 정신의 구현이다.
예비후보 등록을 마친 출마자들이 개소식을 한다.
초청장은 예외 없이 노무현 정신을 강조한다. 각별한 노무현과의 인연이 강조된다. 함께 찍은 사진은 필수다.
개소식장에는 후보보다 노무현의 모습이 더 감동적이다.
저마다 자기가 노무현 정신을 구현할 적임자라고 열을 올린다.
고맙다. 눈물이 날 정도로 고맙다.
살아생전에 저토록 많은 지지와 격려와 충성을 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노무현 대통령이 마지막 부엉이 바위 위에서 그렇게 외롭지는 않았을 것이다. 가슴 메이는 얘기는 그만두자.
지금 노무현 정신을 계승한다고 자임하는 사람과 정당들은 무엇을 하고 있는가. 싸우고 있다. 머리가 터져라 싸운다.
싸워야 할 적이 아니고 노무현 정신을 계승한다는 사람끼리 싸운다.
이럴 때 노무현 같으면 어떻게 했을까. 모를 리가 없겠지.
그렇지만, 입 밖에 내기가 겁날 것이다. 알면서 왜 안 하느냐는 질타가 쏟아질 테니까.
민주당은 지금 노무현 정신 계승자라고 자임하는 세력들 중에서 가장 힘이 있는 정당이다. 다음이 국민참여당이다.
노무현 정신을 계승하는지 안 하는지는 모르지만 진보세력들도 지금 시점에서 노무현 정신 반대를 외치지는 못할 것이다.
이들이 모두 엉켜서 싸우면서 반 민주세력을 이길 방법이 있는가.
없다. 진정 방법이 없어서 이기지 못하는가. 그렇지 않다.
방법은 간단하다. 힘을 하나로 모으면 이긴다.
그런데도 못한다. 왜. 그들이 가짜 노무현 계승자들이기 때문이다.
노무현 정신이 필요할 때만 꺼내 쓰는 휴지로 생각하기 때문이다.
‘바보 노무현’이 없으니까 무슨 소리를 해도 상관없다는 것이다.
벼락 맡는다.
민주당 최고위원들 중에 노무현의 정신을 부정하는 사람이 있는가.
국민참여당 지도부에 노무현의 가치를 부인하는 사람이 없는가.
이들에게 당의 이익을 외면하라고 할 수 없다.
정당 후보들은 당선에 목을 맨다. 그러나 당선을 하기 위해 해야 될 일이 있지 않은가.
너도 죽고 나도 죽는 어리석은 짓은 말아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 단일화를 해야 한다.
‘내가 죽고 니가 살던지 니가 죽고 내가 살던지’ 하나는 확실히 살아 반민주정권을 심판하는 것이 노무현 정신이다.
무조건 죽으라는 것이 아니라 정당하게 경쟁을 해서 결정을 하고 그 결정에 따르라는 것이다. 상대방에 양보만 바라고 고집을 부리다가 둘이 다 죽고 나면 울어 줄 국민도 없다.
누구는 되고 누구는 안 된다는 말은 억지다. 경쟁을 하라는 것이다. 지면 승복하라는 것이다. 상대방의 선거대책위원장을 자청하라는 것이다.
그것을 못하겠다면 민주당이나 국민참여당은 국민에게 지지해 달라는 말을 입 밖에도 내지 말라.
노무현 정신이 당신들이 갖고 놀라는 장난감인 줄 아는가.
국민이 지켜볼 것이다. 봉하마을 부엉이가 지켜본다.
누가 노무현 정신을 짓밟는가를 눈 부릅뜨고 지켜본다.
누가 반 민주세력의 묵시적 동조자인가를 눈 크게 뜨고 감시한다.
선거 망치면 국민들이 당신들의 가면을 벗길 것이다.
정몽준이 활짝 웃을 것이다.
목에 칼을 물고 단일화해라. 국민들 한 번 웃어보자.
2010년 3월 22일
이기명(전 노무현후원회장)
# 이 칼럼은 저작권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