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제영의 ‘페르시아 문화유적 답사기’ (마지막회 - 下)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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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프라이즈 / 김제영 / 2010-11-21)
다음 코스는 이란 국민들로부터 추방된 모하마드 레자 팔라비(Mohammad Reza Pahlavi)가 통치자로 거주했던 당시의 궁전이다. 현재는 Sad Abad 가든 뮤지엄으로 시민과 관광객에게 개방되고 있다. 우리가 들어갔을 때 정원사가 정원의 숲에 물을 주고 있었다. 인위에 의한 숲이련만 제법 푸르름이 싱그럽다. 팔레비 궁전은 현대식 건물이다. 반미, 반 팔레비의 격돌 속에서도 그들의 일용품 집기 장식품 등이 깨끗이 보존되어 관람객을 맞고 있다. 2층에 올라가니 삼성이 선물했다는 빨간 자개장이 대접을 받는 위치에 놓여 있다. 수주를 따내기 위해서이려니 생각을 하니 어쩐지 착잡한 기분이다. 벽에는 미국에서 활약 중인 이란 출신의 컨템퍼러리 작가들의 추상화와 미술사에서 거명되는 18, 19세기 화가의 작품도 몇 점 있다. 다이닝룸에는 36㎡의 이스판? 카펫이 깔려 있고 거기에는 역대왕조와 그들의 이름이 짜여져 박혀 있다. 유리로 치장을 한 천장은 사치의 극이다. 유리를 동유럽에서 배로 실어 나르다가 풍랑에 깨어지는 바람에 이란의 유리공예 유리장식 유리 모자이크가 발달을 했단다. 즉 깨진 유리를 버리기가 아까워서 활용한 데서부터였단다(이란의 유리박물관 탄생도 거기에 있지 싶다. 영국의 V&A 박물관은 상당한 양의 이란 유리제품을 소장하고 있다. 그 곳보다 질도 양도 뒤지지 않았나 싶다. 그리고 어째서 박물관 경비원들이 장총을 들고 있는지). 1층과 2층 사이에는 미들 층이 설계되어 왕가와 그 가족들의 연회 공간이란다. 연회 시에는 천장이 열렸다 닫혔다 하는 개폐식으로 건축이 되었단다. 천장이 열리면서 하늘의 별빛이 쏟아지고 바람과 청량한 공기를 마시며 담소하고 음악을 듣고 술을 마시고 춤을 추고 그들 팔레비 일가의 멋과 낭만은 행복의 극치였을 것이다. 팔레비 왕비는 인도의 문화에 관심이 깊었고 그래서 그녀의 수집품에는 인도의 엔틱이 눈에 띠었다.
다음은 카펫 박물관이다. 박물관은 팔레비 궁전(Sad Abad 가든 뮤지엄) 바로 뒤켠이란다. 다양한 종류, 다양한 연대, 다양한 재료, 다양한 문양의 카펫이 정연하게 전시되어 일목요연하다. 고대에서 현대에 이르는 세월과 함께 변천한 이슬람의 문화, 정치, 사회, 역사를 읽는 느낌이다.
이스판에서 우리는 카펫을 전문적으로 다루는 규모가 큰 상회에 안내되었었다. 세계 카펫 시장의 1/3을 점유한다는 이스판의 카펫, 고급스럽게 꾸며진 상점에 들어서자 점원이 차를 내오고 카펫을 짜는 현장을 견학시킨다. 물론 카펫을 팔기 위한 홍보이다. 가격을 물으니 최고의 고가품은 아무도 가격을 모른단다. 꼭 필요한 작자에게 부르는 게 값이란다. 평생 카펫 짜는 틀과 함께 인생을 보냈다는 60대의 노인은 근력이 소진해 보였으나 카펫을 짜는 손발의 놀림은 민첩하고 정확하고 똑 고른 속도가 기계의 움직임과 흡사하다. 11세기, 10세기의 작품 그리고 14세기 이스판에서 금실 은실을 섞어서 실크로 짠 것이 고가이고 안과 겉이 없이 2인이 한 조가 되어서 짠 것은 꽤 비싸다며 테이블 면 크기의 카펫을 보여준다. 안과 겉의 문양이 동일하다. 카펫 짜는 틀을 사이에 두고 두 여인이 마주 앉아 한 사람이 움직이듯 두 사람의 손발이 동시에 움직인다. 호흡이 맞아야 하고 손발이 맞아야 하고 여간 숙련되지 않고는 감히 엄두도 못 낼 작업이다. 화학섬유로 기계가 쉽게 짜내는 기업체의 카펫을 보다가 한 올 한 올 인간의 인내와 피땀으로 메꾸어지고 있는 수제품 카펫을 대하니 수행자의 고행의 산물이라는 생각이 들어 작업현장의 카펫이 예사로 보이지 않는다. 카펫의 진품 여부는 빛의 반사 여하로 판별이 된단다. 가로 50cmX150cm 사이즈의 카펫이 100만 불짜리도 있단다. 잠매모스크는 소재지가 아리송하여 이란대사관에 문의한즉슨, 도시마다에 있는 센터모스크란다. 그런데 내 노트에는 다음과 같이 메모가 되어 있다. ‘잠매모스크 몽고양식 장식 화려 일한왕조 징기즈칸 아들이 아름답게 치장 7000년 전.’ 어째서 사진을 찍지 않았는지 사진이 있었더라면 이렇게 아리송하지는 않았을 텐데 어쨌든 블루모스크의 차가운 색감을 대하다가 잠매모스크의 내부는 따스한 색상의 모스크였다는 생각이 들긴 하였는데…
주마간산 격으로 둘러본 이란 페르시아 문화답사는 이것으로 마무리하고 다음은 오며 가며 보고 듣고 내 시야에 잡힌 삽화들이다. 이란의 거리에는 거지가 없다. 한 어린 아이가 우리에게 접근을 하려 하자 길 가던 어른이 그 어린이를 막아섰다. 이란의 요소요소에는 둥글게 주물인지 생철인지로 된 모금함이 세워져 있다. 자발적으로 헌금을 하는 것이다. 신문에 이름과 얼굴을 내놓고는 우리의 낯 간지러운 헌금 방식과 하늘과 땅의 차다. 테헤란의 높다란 빌딩 전면(사방에서 다 보이는)에는 독극물이나 폭발물 등에 생명의 위해 표시로 등장하는 해골과, 발목인지 팔목인지의 뼈가 미국의 대형 성조기와 함께 그려져 있다. ‘양키 고 홈’의 구호인 것이다. 미국 대사관의 담장에는 유리와 가시철망의 흔적이 남아있다. 호메이니에 옅광했던 그들이 ‘양키 고 홈’을 외쳐대었음도 이란 국민의 정서였을 것이다. 과격했던 그 시기는 팔레비와 함께 물을 건너갔다.
시내버스는 앞뒤 문이 두 곳에 있다. 앞문은 남자가 타고 뒷문은 여자가 탄다. 좌석도 남자는 앞 여자는 뒤에 앉는다. 비행기를 탈 때도 수속까지는 남녀의 출입구가 나뉘어져 있다. 테헤란에서 남녀가 함께 오토바이를 탔다면 그것은 가족이다. 외간 남녀가 함께 오토바이를 타는 것은 금물이기 때문이다. 흰색에 까망 택시는 공항출입이고 주황은 일반, 흰색에 파란 줄은 역에서 역을 오고 간다. 그들의 낮잠시간은 꽤 길었고 여행자는 불편을 감수해야 했다. 그들의 휴일은 금요일부터이고 목요일은 4시간, 여느 날은 8시간 근무다. 여인이 애를 갖게 되면 3개월 유급휴가가 주어지고 1년 후 복귀하면 아기는 직장 탁아소에서 맡기 때문에 마음 놓고 여성이 제 몫을 할 수 있다. 여성 차별이 가혹한 것 같은데 제도적 보장은 잘 되어 있지 싶다. 물이 흐르는 도랑에 심겨진 우람한 플라타나스의 가로수는 팔레비 이전 카자흐 왕조 때의 식수란다. 물가는 1999년 10월 현재 쌀 1kg에만 오천 리알이고 이스판의 호텔 Kowsar에서 미국과 통화하려다가 거기가 아무개 아니냐고 소리쳤으나 상대방의 반응이 없어 끊어 버렸는데 $7을 지불했다. 한국에는 테헤란로가 번창을 하는데 테헤란의 아자디 호텔과 인접한 서울로는 한적하다. 이란을 떠나면서 바라보는 Azadi탑은 도착했을 때 받았던 감동과는 또 새로운 유열의 감회에 젖게 했다. 은빛 햇살로 하여 폐허감이 살갗을 파고들었던 페르세폴리스, 거기에 드리워졌던 페르시안 고대 도시문명의 위용, 기능과 미를 강구하여 건설된 중세 페르시안 도시 건축의 보고 이스판, 도처에 산재한 이슬람의 Mosque. Mausoleum의 Glorious한 Dome. 고전과 전통과 고고학적 페르시안 역사 도시의 침전된 색깔에서 Azadi탑은 실로 시간의 유연성과 통합의 조화 개개의 특성을 살려낸 미래지향의 Shape로서 도약하는 이란의 현재와 미래를 상징한 수준 높은 아름다움과 도시기능을 겸비한 세계 제1의 현대적 구조물이다. 이란 국민을 자부케 하는 테헤란의 페르시안적 얼굴이다. 이 글을 끝내며 모방 심리가 발동을 한다. 먼지와 배기가스 공해 속에서 방치된 이순신 장군을 역사박물관에 고이 모셔놓고 남북 전 미술인에게 공모하여 하나 된 조국의 미래를 상징하는 이란의 Azadi 탑보다 더 아름다운 구조물을 광화문 거리에(이순신 장군 동상 있는 곳) 세웠으면 얼마나 행복할까 하는… 시간의 제약을 받는 취재물이 있을 때마다 뒤로 밀쳐두느라고 2년이나 끈 연재의 불성실을 독자 여러분 용서해 주세요.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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