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좋은 대통령. 나쁜 대통령.

순수한 남자 2011. 2. 13. 16:47

좋은 대통령. 나쁜 대통령.
번호 233192  글쓴이 이기명 (kmlee36)  조회 386  누리 136 (141-5, 8:18:0)  등록일 2011-2-13 15:11
대문 7


좋은 대통령 나쁜 대통령
국민의 가슴에서 함께 사는 대통령

(서프라이즈 / 이기명 / 2011-02-13)


고등학교 시절 눈이 펑펑 쏟아지는 밤, 라디오에서 시 한 편이 낭송 되었다. 그 후 이 시는 내가 가장 애송하는 시가 되었고 반세기가 지난 지금도 외우고 있다. 아주 좋은 시다. 외워두면 대우받는다.

설 야 (雪夜) - 김광균

어느 머언 곳의 그리운 소식이기에
이 한밤 소리없이 흩날리느뇨.

처마 끝에 호롱불 여위어 가며
서글픈 옛 자취인 양 흰 눈이 내려

하이얀 입김 절로 가슴이 메어
마음 허공에 등불을 켜고

내 홀로 밤 깊어 뜰에 내리면
머언 곳에 여인의 옷 벗는 소리.

희미한 눈발
이는 어느 잃어진 추억(追憶)의 조각이기에
싸늘한 추회(追悔) 이리 가쁘게 설레이느뇨.

한 줄기 빛도 향기도 없이
호올로 차단한 의상(衣裳)을 하고

흰 눈은 내려 내려서 쌓여
내 슬픔 그 위에 고이 서리다.

함박눈이 소리 없이 내리는 밤길을 연인과 함께 걸어 본 경험이 있으면 함박눈은 언제나 그리움으로 마음 한구석에 쌓여 있다. 이슬비가 촉촉이 내리는 황혼 길을 걸어 본 사람은 역시 아름다운 추억으로 기억하고 있을 것이다.

인생사 모든 것은 양면이 있다. 강원도 강릉 삼척에 가서 ‘설야’ 운운 하면서 그리움을 말하다가는 좋은 소리 못 들을 것이다. 폭우로 피해를 입은 곳에 가서 이슬비 같은 소리를 해 보라. 자연에도 좋은 눈과 나쁜 눈이 있다.

폭설 피해를 입은 강원도 모습을 보면 끔찍하다는 생각이 든다. 눈에 저런 야수 같은 모습이 있다니. 하늘을 원망하는 국민들이 또 생겼다. 구제역으로 하늘을 원망하는 국민들이 전국에 헤아릴 수 없이 많다.

옛날 어른들은 끔찍한 재해가 닥치면 하늘이 노했다고 두려워했다. 가뭄이 들어 하지까지 비가 안 와 농사를 망치게 될 지경이면 왕은 좋은 음식을 먹지 않았다. 비단 옷을 멀리 했다. 왕비도 멀리 했다. 베옷을 입고 제단을 차리고 하늘에 제사를 지냈다. ‘내가 죄인이로소이다.’ ‘내 탓이로소이다’

구제역이 전국을 휩쓸었다. 살처분된 가축이 320만 마리가 넘는다. 아무 데나 묻어 버린 가축들의 부패액은 해동이 되면 침출수에 섞여 식수를 오염시킬 것이라고 한다. 재앙이다.

강원도에 내린 백 년 만에 폭설은 피해액을 가늠할 수조차 없다. 왜 이런 재앙이 연이어 일어나는가. 하늘의 뜻을 거슬렀기 때문이라고 한다. 하늘이 누구인가. 국민이다. 누가 국민의 뜻을 거슬렀는가. 하늘에 물어보라.


무바라크의 독재 30년의 종말

“우리가 해냈다” 시민들 환호 민주화를 요구했던 이집트 시위대가 11일 호스니 무바라크 대통령의 퇴진소식을 접하고 카이로 타흐리르 광장에서 국기를 흔들면 환호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무바라크의 30년 독재를 종식시킨 이집트 인들이 외친 구호는 ‘민주주의’와 ‘자유’였다. 30년 동안 막혀 있던 갈증이 폭발한 것이다. 문득 4.19가 떠오르고 광주 5.18과 6월 항쟁의 모습이 떠오른다. 광화문 촛불 집회 모습도 선명하다. 이 모두를 일관되게 관통하는 화두는 민주주의와 자유였다.

무바라크 독재 30년 동안 이집트 국민들은 민주주의와 자유를 갈망했다. 무바라크의 파멸은 도미노 현상을 일으킨다. 이탈리아의 베를루스코니도 끝날 것이다. 예멘 모로코 알제리 시리아 요르단도 그리고 세계 도처에 독재자들이 자리에서 쫓겨날 것이다. 그들은 구제역에 감염된 가축처럼 살처분될 것이다.

우리에게 무바라크는 어떻게 알려져 있는가. 그냥 독재자로 알려졌다. 우리의 잘난 언론은 이집트 민주화 운동도 그냥 소요사태로 전했다. 하긴 한국 최대 신문의 조선일보의 기자 김대중이 광주 민주화 운동을 폭도들의 난동이라고 썼다. 그때가 바로 기자들이 기자답지 않게 살던 세상이다.

할 말 못하고 눈치만 보며 냉가슴 앓는 한국의 기자는 못난 기자다. 언론은 분명히 나쁜 언론이다. 이들도 못된 짓 버리지 못하는 한 반드시 국민에 의해 구제역에 걸린 가축처럼 살처분될 것이다.

무바라크는 조금만 알아봐도 아주 못된 고약한 독재자라는 것을 알 수 있다.

‘2005년 대통령직선제가 없을 당시 찬반투표를 하면 99%의 지지율이 나왔다. 지지하는 세력만 골라 유권자 등록을 하게 했다.

유권자 등록을 못 한 사람은 경찰서 가서 해야 되는데 경찰서 가면 일단 맞고 시작한다. 유권자 등록하러 안 간다. 투표도 경찰서에서 한다. 그래서 소위 죽어야 바뀌는 정권이라는 말도 나왔다.

특히 이번 에너지, 생필품의 가격이 폭등하자 서민들의 분노가 폭발했다. 특히 식량가격이 오르고 중간상인들이 사재기를 하고 서민들은 말할 수 없이 고통을 겪는다. (이 부분에서 우리 현실이 겹친다.)

더 근본적인 이유는 30년 동안에 철권통치하에서 억압과 이에 대한 분노다. 무바라크의 차남, 둘째 아들을 차기 대통령 시키겠다고 공공연히 준비해 왔다. 차남의 대통령 임기를 위해 편법을 쓰고, 세습을 위해 개헌도 했다. 집권 여당에서만 단일후보가 나올 수 있게 헌법을 고쳤다.’

이 정도면 무바라크가 망해야 할 이유는 흘러넘친다. 하기야 우리도 이승만 독재 박정희 독재 17년과 이어지는 전두환 독재를 거쳤다.

그럼 세계의 경찰을 자처하는 미국의 역할은 무엇인가. 아주 단순명료하다. 자기 나라는 민주주의 하니까 다른 나라는 독재를 해도 괜찮다는 것이다. 5.18 전두환 쿠데타도 미국은 지지했다.

미국은 왜 월남 전쟁에 개입했다가 개망신을 당했는가. 통킹만 사건의 진상을 아는가. 있지도 않은 핵무기를 트집 잡아 이라크를 침공했다. 이명박 정권을 ‘미국의 푸들’이라는 국민이 있다.


좋은 대통령 나쁜 대통령

박정희가 만든 긴급조치 1호 4호도 위헌이라는 판결이 나왔다. 노무현 대통령이 개헌을 말하자 ‘나쁜 대통령’이라고 했다. 이는 박근혜가 한 말이다. 그전에 비록 자신의 아버지라 하더라도 분명히 ‘나쁜 대통령’이라고 했어야 남에게 ‘나쁜 대통령’이라고 할 말발이 선다. 유신헌법은 누가 만든 헌법인가.

지금은 어떤가. 왜 입이 닫혀 있는가. 이명박은 좋은 대통령인가 나쁜 대통령인가. 지금 대통령도 개헌을 말한다. 분명하게 태도를 밝혀야 하지 않는가. 차기 대통령 꿈을 꾼다면 국민에게 희망을 주는 무슨 말이라도 해야 되지 않는가. 지금이 요순시대 태평성대라서 할 말이 없는 것인가.

여야를 가리지 않고 말하고 싶은 것이 있다. 할 말을 하고 할 일을 하라는 것이다. 눈치만 살살 보고 이 말 하면 옳기는 한데 손해가 난다. 이 말은 소신은 아닌데 얻는 것이 있다. 이런 기준으로 정치를 하면 그건 나쁜 정치인이 되는 아주 빠른 길이다.

정치는 오늘내일 하고 끝내는 것이 아니다. 5년 대통령 임기가 끝나도 정치는 계속된다. 죽어도 계속된다. 때문에 올바른 정치가 중요하다는 것이다. 무엇으로 남을 것인가. 좋은 대통령으로 남을 것인가 나쁜 대통령으로 남을 것인가.

사람들은 남에 탓을 잘한다. 남에게 핑계 대기를 좋아한다. 잘되면 내 잘난 탓이고 안 되면 조상 탓이다.

애인이 변심을 해도 노무현 탓이었다. 공부를 못해도 노무현 탓이었다. 돌부리에 걸려 넘어져도 노무현 탓이었다. 그럴 정도로 노무현에게 뒤집어 씌였다.

구제역 재앙과 강원도에 폭설도 노무현이 대통령을 잘못 했기 때문이라고 탓하지는 않을까. 아직도 지난 정권 탓으로 돌리는 장관들이 있다. 전형적인 남의 탓 꾼들이다. 남이 저지른 잘못도 내 탓으로 돌리는 것이 정치의 좋은 모습이다.

왕이 곧 국가이던 시대에 왜 왕들은 기우제를 지냈고 천제를 지냈을까? 왕이 곧 국가인 시대임에도 민심을 다스리지 못하면 국민이 들고일어났기 때문이다.

집권 동안 700억 달러를 치부한 무바라크 30년 독재의 임종을 보면서 다시 이 나라의 정치를 되돌아본다.

지금 우리 국민의 가슴속에는 어느 대통령이 함께 살고 있는가.

 

2011년 02월 13일
이 기 명(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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